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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인혁당 사건' 관련 발언이 잇따라 여론의 도마에 오르며 파문이 커지고 있다. 박 후보는 최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인혁당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이 두 가지라며 이를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데 이어 대법원 재심 판결과 다른 입장의 증언도 있다는 발언을 해 여론의 거센 반발을 샀다. 결국 최근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하기는 한다며 발언의 수위를 낮췄지만, 역사의 판결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 자체는 굽히지 않아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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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만 돼도 재심 판결의 의미 알 것"

유신잔재청산과 역사정의를 위한 민주행동의 상임공동대표이자 2007년 인혁당 사건 재심 당시 피해자 변호를 맡았던 김형태 변호사는 12일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이털남)에 출연, 박 후보의 발언에 대해 "잘 모르고 그랬거나 알고도 딴 소리 한 것 두 가지 중 하나인데 요즘 보니 모르고 그런 것 같다는 심증이 든다"며 "참 답답한 것이 중학생만 되어도 재심이란 원심 판결을 취소한다는 의미란 것을 안다"고 밝혔다.

인혁당 사건은 박정희 정권에서 일어난 대표적인 사법살인 사건으로1, 2차 사건으로 나뉜다. 1차 사건은 1964년 당시 학생들이 데모를 벌이자 수십 명을 잡아들여 '인민혁명당'이라는 배후조직이 있다고 묶어서 유죄판결을 받게 한 것으로 김 변호사는 "당시 수사검사들이 아무리 털어도 근거가 없어서 사표를 냈다가 반려되었고 그 뒤 당직검사를 시켜서 억지로 기소시켰던 사건"이라고 말했다. 당시 수사검사들이 나중을 대비하여 그 기록을 땅에 파묻기도 했다고 한다.

2차 인혁당 사건은 10년 뒤 일어났다. 유신헌법 개정으로 학생들의 시위가 거세지자 박정희 정권은 긴급조치를 발동해 개헌을 요구하는 시민을 전부 잡아들였고, 이에 대한 반발로 전국적 규모의 시위를 준비하던 학생들의 움직임이 포착되자 중앙정보부가 민청학련(전국민주청년학생연맹)을 수사하면서 배후조종세력으로 '인혁당 재건위'를 지목, 이를 북한의 지령을 받은 남한 내 지하조직이라고 규정한 사건이었다.

인혁당 재건위 피고인 8명은 대법원에서 사형판결을 받은 후 20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사형을 당했고 이 사건으로 박정희 정권은 사법살인을 저질렀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인혁당 사건이 '고문 등에 의해 조작됐다'는 문제제기가 끊이지 않자 2007년 대법원은 사건을 재심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

당시 변호를 맡았던 김 변호사는 "육군본부 지하창고에서 발견된 당시 재판기록을 찾아 증거가 산더미처럼 나오자 재심에 이르게 되었다"며 "당시 기록을 보면 중앙정보부가 (사건조작을 위해) 표현 하나 하나까지 일일이 지적을 한 것으로 나온다"고 말했다. 그러한 기록에 의해 피해자들이 누명을 벗을 수 있었고 이제는 판결이 확정됐다는 주장.

이렇듯 재심 확정 판결이 난 것은 2차 인혁당 사건의 이야기인데 박 후보는 당시 1차 인혁당 사건에 가담했다고 주장하는 박범진 전 신한국당 의원의 최근 발언을 근거로 그게 꼭 중앙정보부의 조작은 아니었다는 주장을 펼쳐 논란을 빚었다.

이에 김 변호사는 "(구분이 안되는 것이) 참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1차 인혁당 사건의 재심도 현재 진행중이며 곧 무죄 판결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당시 1차 사건 생존자들의 증언에 의하면 박범진 전 의원은 가담했다는 말 자체가 신빙성이 떨어지는 위치에 있었던 사람이라고.

"왜 과거 들추냐고? 그러면 일본에는 왜 사과 요구하나?"

한편 김 변호사는 역사의 판단에 맡기려면 재심 확정 판결이 정권의 성향에 따른 정치적 판결이라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데 이를 통해 보면 역사 판단에 맡길 것이 아니라 최종 판결을 존중해 주어야 하는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당시 박정희의 뜻에 어긋나면 대법관이고 뭐고 다 옷을 벗겼다"며 "그러니 그 이후 인혁당, 민청학련 판결하는 대법관들은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반면 최근의 재심판결은 정치적인 입김이 들어갔거나 판결 과정에서 사법부의 독립성이 훼손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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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김 변호사는 최근 역사 문제를 왜 자꾸 들먹이느냐며 "곰팡이 냄새가 난다"고 말했던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두고 "우리가 일본에게 위안부 문제를 사과하라고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과거는 과거로 끝나는 게 아니고 현재, 미래에 계속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의 말대로 아버지의 공과를 제대로 이어받으려면 딸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박정희 전 대통령의 헌법 파괴 등의 과를 제대로 인정해야 하는데 그러한 과거 청산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헌법을 수호해야 하는 대통령이 될 사람으로서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마지막으로 유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젊은 세대를 위해서 유신을 설명해달라는 요청에 "국회의원에 대해서도 대통령에 대해서도 투표권이 없다고 생각해보면 아무리 정치에 관심이 없는 젊은 세대라도 뭔가 잘못되었다고 느낄 것"이라며 "당시 신중현 같은 연예인들이 박정희 눈 밖에 나서 무대에 못 섰던 것처럼 소녀시대나 K-pop 열풍 등 이 권력에 의해서 저지된다고 생각해보라"고 말했다.


태그:#이털남, #박근혜, #박정희, #인혁당 사건, #김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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