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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한 초등학교 제1호 교지에 실린 '교장 선생님에 대한 교사들의 글'. 교장선생님 이름으로 삼행시를 지은 글들이 눈길을 끈다.
 인천 한 초등학교 제1호 교지에 실린 '교장 선생님에 대한 교사들의 글'. 교장선생님 이름으로 삼행시를 지은 글들이 눈길을 끈다.
ⓒ 교지 갈무리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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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선생님은 OOO이다. 왜냐하면 OOO이니까'
'이름으로 풀어보는 △△△교장 선생님'
'교장선생님의 이런 점이 좋아요♡'
'교장선생님께 드리는 한마디'
'교장선생님의 자랑거리'

인천의 한 초등학교에서 제작해 학부모 등에게 배부한 교지에 실린 주제들이다. 이 학교 모든 교사가 이런 주제를 바탕으로 퇴임하는 교장에 대해 쓴 글들이 수록됐다. 기획특집으로는 '내 마음 속의 교장선생님'이라는 주제로 퇴임 교장의 일대기와 함께 꼭지 '스승을 만나다'에는 학생들이 교장을 인터뷰한 내용이 실렸다.

또한 퇴임 교장의 퇴임사가 담겼고, 교사와 학교운영위원, 어린이회장, 인근 학교 교장, 지역교육지원청 교육장 등 12명의 퇴임 축사도 넣었다. 이 학교 교감은 퇴임 교장을 위한 시(詩)도 써서 축사에 담았다. 한마디로 퇴임 교장 찬양 일색이다.

게다가 이 책자가 모두 칼라(all color = 4도 인쇄)로 된 잡지 형식으로 총 700부를 제작한 데다, 학교 예산 700만 원을 들여 예산 낭비 지적도 일고 있다. 학교 측은 이 예산을 교육활동 지원 사업의 교육활동 홍보 명목인 '학교 특색사업 책자 인쇄비'로 집어넣어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심의를 받았다.

총 108쪽에 달하는 전체 분량 중 전체 학급 학생들이 한 줄 내지 두 줄의 글을 쓰고 사진을 실은 꼭지 '소통과 공유' 40쪽을 제외하고 나머지 모두 교장의 퇴임을 축하하는 글과 업적들로 채워졌다.

이 책자는 전체 학부모와 학교운영위원, 교장의 지인들에게 전달된 것으로 확인됐다. 교장은 지난 8월 31일 자로 정년퇴임 했다. 책 표지에 '2012학년도 7월 제1호 교지'라고 표시돼있어, 교지인 줄 알고 받아본 학부모들은 황당하다고 말한다.

인천 한 초등학교 제1호 교지에 실린 교장의 일대기.
 인천 한 초등학교 제1호 교지에 실린 교장의 일대기.
ⓒ 교지 갈무리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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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자를 받아본 학부모 김아무개(45)씨는 <부평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이가 교지라고 학교에서 책자를 받아왔는데 내용을 보고 이게 교지인지, 교장선생님 찬양 책자인지 황당했다"며 "학교 발전을 위해 노력하신 것은 알겠지만, 비용이 꽤 많이 들었을 것 같은데 굳이 학교 예산을 들여 왜 이런 책자를 제작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전형적인 예산 낭비 사례가 아니냐"고 했다.

이 책자를 본 다른 초교의 김아무개(43) 교사는 "이런 형식의 교지는 처음 본다"며 "요즘 학교 관리자들은 학교에 예산이 없다고 하면서 교육활동 관련 비용도 최대한 축소하라고 하는데, 700만 원이 넘는 돈으로 온통 교장을 찬양하는 내용이 담긴 책자를 제작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학교 퇴임 교장은 "다른 학교에서도 이렇게 많이 제작한다, 나는 교지 제작에 일체 관여하지 않았다"며 "특별하게 만들려다 보니 올칼라(all color)로 만들게 된 것이고 아이들이나 교사들이 정이 많이 들고 해서 나를 많이 생각해서 글을 써준 것 같다, 학교의 자랑거리를 다른 학교에서도 벤치마킹하길 바라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인천시교육청은 올해 인천시로부터 법정 전입금이 제때 지급되지 않아 예산이 부족하다며 지난 8월 말 긴축 재정운영 계획을 발표했다. 자산 매각을 추진하고 학교기본운영비와 교직원의 시간외 근무수당, 연가보상비도 감액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교지, #퇴임교장, #인천, #인천시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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