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4일 오전 국회 대표최고위원실에서 중국 전인대상무위원회 천즈리 부위원장 일행을 기다리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4일 오전 국회 대표최고위원실에서 중국 전인대상무위원회 천즈리 부위원장 일행을 기다리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측이 진보인사 영입에 힘을 쏟고 있다는 얘기가 4일 나돌았다.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대표적이었다. 경선캠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지낸 홍사덕 전 의원이 지난 8월 말 장 교수를 직접 만났다는 후문도 나왔다. 박 후보가 대선 핵심과제로 제시한 '경제민주화'를 뒷받침하는 한편, 진보진영에서 명망 있는 인사를 영입해 '외연확대'를 꾀한다는 분석이었다.

실무자급에서 '브레인 스토밍' 차원에서 검토했다는 영입 대상자 명단도 나왔다. 조국 서울대 교수, 정태인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장,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 김지하 시인, 이외수 소설가 등 모두 진보진영을 대표할 만한 인물들이었다.

이름이 거론된 인사들은 펄쩍 뛰었다. 조국 교수는 이날 트위터에서 "박 후보가 영입 제안을 해오면 어떻게 해오겠냐"는 한 트위터리안의 질문에 "일고의 가치도 없다, 박근혜 및 캠프는 진정한 국민통합 의사와 능력이 없기 때문에"라고 답했다. 정태인 원장도 트위터를 통해 "시민연합정부에서도 박근혜씨를 영입할 생각이 있는데 어떤 장관직을 드려야 할지 마땅치가 않네요"라며 사실상 거절의사를 표했다. 소설가 이외수씨도 한 트위터리안의 질문에 "'성사와는 무관하게'라는 단서가 붙어있지 않았나요, 곡해마시길"이라며 영입 시도가 사실이 아님을 명시했다.

박 후보 역시 같은 날 기자들과 한 오찬간담회에서 "잘 모르는 일이다, (홍 전 의원) 개인 차원에서 하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그가 뒤이어 한 답변의 여운이 만만찮았다.

"각 분야에서 신망 있고 그 분야를 잘 알고 하실 수 있는 분들을 만나고, 그런 분들을 영입하는 데 관심이 굉장히 많다. 결국은 사람이 하는 거다. 사람이 잘못되면 정책이 좋아도 제대로 실천되기 어렵다. 그런 면에서 계속 만나고 찾아서 좋은 분이 들어올 수 있도록 문을 열고 최대한 노력을 하려고 한다."

1997년 DJ 승리 공식 닮은 2012년 박근혜 광폭행보... 인재영입도 마찬가지?

진보인사 영입설이 주목받는 까닭은 '2012년의 박근혜'와 '1997년의 김대중'이 상당히 닮았기 때문이다.

박 후보는 후보 선출 직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하며 광폭행보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1997년 대선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후보였던 김 전 대통령은 대선을 2주 남기고 경북 구미의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해 '역사적 화해'를 시도했다.

중도층 포용을 위해 이념적 스펙트럼을 확장한 것도 닮았다. 김 전 대통령은 1992년 대선부터 시장경제·개방경제를 옹호하는 '뉴DJ플랜'을 꺼내들고 '국민대화합'을 얘기했다. 당내에서 '우경화' 비판이 쏟아졌지만 1997년 대선 때까지도 김 전 대통령의 '뉴DJ플랜'은 유효했다.

박 후보는 2007년 대선 경선 패배 이후 '좌클릭'을 시작했다. 지난 2009년 5일 미국 스탠포드대 강연에서 '원칙이 바로 선 자본주의'를 언급하며 신자유주의를 비판했다. 이후 '사회보장기본법 전부개정안'을 내놓으며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 정책을 제시했다. 당 비상대책위를 이끌며 경제민주화 정강·정책을 도입한 건 '좌클릭'의 정점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닮은 두 사람의 행보가 인재영입 분야라고 다를리 없다는 분석이다.

1997년 대선 당시 김 전 대통령은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하면서 각계 전문가 등 249명을 외부에서 영입했다. 유선호·천정배·임종인 전 의원, 신기남·추미애 의원 등이 이때 영입된 인사들이다. 소위 측근이라 불리던 이들은 2선으로 후퇴했다. 신당 당무위원 70명 중 외부 영입 인사가 22명이었고 특보단은 모두 40대 의원들로 꾸렸다. 이는 당시 정계은퇴를 번복하고 대선 4수에 나선 김 전 대통령의 신당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희석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박근혜 후보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부터 외부 인사 영입을 적극 추진했다. 경제민주화 헌법 119조를 도입한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 MB정부의 실정에 대해 거침없는 비판을 했던 이상돈 중앙대 교수, 20대의 이준석 '배나사(배움을 나누는 사람들)' 대표교사 등이 비대위에 합류했다. 외부인사 중심의 비대위원들은 4·11 총선 과정에서 당 쇄신 여론을 주도하며 새누리당의 과반 승리를 이끌어냈다. 당 대선후보 공석 선출 후에도 이런 기조는 이어졌다.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의 차떼기 대선자금 수사를 지휘했던 안대희 전 대법관이 당 정치쇄신특위 위원장으로 발탁된 것이 대표적이다. 

"DJ 따라하는 것 아니지만 '통합'이란 시대적 사명은 비슷"

경제민주화 헌법 119조를 도입한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 박근혜 후보가 영입한 외부인사인 그는 현재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다. 사진은 지난 8월 29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는 모습.
 경제민주화 헌법 119조를 도입한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 박근혜 후보가 영입한 외부인사인 그는 현재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다. 사진은 지난 8월 29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는 모습.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이 때문에 당 일각에서는 외연 확대를 위한 인재 영입이 계속되리라 보고 있다. 실제로 노무현 정부에서 국무조정실장을 지낸 경제관료 출신 이영탁 세계미래포럼(WEF) 이사장과 박철 전 한국은행 부총재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친노 386 출신 의원 영입 시도가 있었다는 후문도 나왔다.

이에 대해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이름만 있는 사람만 오면 쓸모가 없다"면서도 "실제로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이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국민행복추진위 부위원장인) 진영 정책위의장 등과도 논의하고 있다"며 외부 인사 영입을 고민 중임을 시사했다.

신동철 여의도연구소 부소장도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정확한 성과는 모르겠지만 후보 주변의 가까운 분들을 만나보면 그런 인식과 생각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외연 확대를 위해 진보진영 인사를 영입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또 "박근혜 후보가 김 전 대통령의 행보를 그대로 따라한다고 보긴 어렵지만 견고한 지지층을 가진 정치인들만 가능한 것"이라고 짚었다.

무엇보다 신 부소장은 '시대적 상황에 기인한 유사성'을 강조했다. 그는 "김 전 대통령은 당시 지역갈등을 매개로 대결했던 삼김시대를 마무리해야 할, '지역갈등 종식'이라는 시대적 사명이 있었고 박 후보는 심각해진 세대·이념 대결 양상을 종결해야 할 시대적 사명이 있다"며 "지도자들이 생각하는 국가 발전이란 측면에서 유사한 그림이 그려지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태그:#박근혜, #김종인, #김대중, #이외수, #조국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