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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딸아이가 내 놓은 '등록금 수납 의뢰서' 에 콧등이 시큰해 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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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나 국립대학교에 들어갔다고 생각해도 되지 않아?"

올해 대학에 입학한 딸이 방학이 끝날 무렵인 지난주, 느닷없이 장학금 통지서를 내 보이며 우리 부부에게 한 말입니다.

"녀석이 국립대학에 들어가면 부담이 덜 할 텐데..." 라는 말을 지난해 집사람에게 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유는 학비부담 때문입니다. 그래서 전공은 아무래도 좋으니 집에서 통학이 가능한 거리에 있는 국립대학에 들어갔으면 하는 바람에 대해 집사람과 이야기하는 것을 녀석이 들었거나, 아니면 은연중 그런 느낌을 받았나 봅니다.

"얘는 무슨 소리 하는 거니, 아빠 너한테 그런 거 바란 적 없는데"
"에이 아빠 뻥치고 있네, 내가 모를 줄 알고!"

녀석은 알고 있었던 겁니다. 그래서 학기 중 집에 자주 오라던 우리 부부의 부탁도 무시하고 학교에 남아서 부모님 부담을 덜어 주겠다고 나름 열심히 공부를 했던 모양입니다.

갑자기 콧등이 시큰해집니다. 부모라는 사람이 딸의 그런 깊은 뜻도 모르고, '전공이 무슨 상관이냐 집에서 가까운 ○○국립대학에 진학하면 학비에 대한 부담도 덜 수 있고, 내 딸이 ○○대학 다닌다고 말하면, 내 체면도 좀 설 것이다'라고 생각했던 것은 내 스스로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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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월17일, 오마이뉴스에서 선정한 2월22일상을 받던 날, 아빠의 축하를 위해 참석한 우리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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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딸아이는 달랐습니다. 부모 탓에 본인이 공부하고 싶은 분야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열심히 공부해서 장학금 받으면 될 것 아니냐'라는 생각을 했던 모양입니다. 나는 못난 애비입니다

"대학 들어가면 시위도 하고 그럴 거지?"
"신입생이 무슨 시위를 하냐. 그런데 반값등록금을 위한 거라면 생각해 볼 게."

지난 3월 기숙사에 데려다 주면서 녀석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건넨 말인데, 녀석은 반값 등록금 이야기를 먼저 꺼냈습니다.

"그건 어른들이 알아서 해야 할 문제니까 너희들은 고민하지 마라."

딸아이가 지난주 2학기 수업을 위해 학교 기숙사로 들어갔습니다. 지난 3월, 학교 기숙사에 홀로 남겨두고 올 때보다 녀석의 표정이 여유로워 보여 다소 편한 마음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래, 2학기에는 장학금 그런 거 생각하지 말고, 친구들과 열심히 놀고, 너 하고 싶은대로 하면서 지내라"라는 말은 결국 하지 못하고 돌아섰습니다. '2학기에도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면 좋겠다'라는 못난 생각이 내 머릿속 한 구석에 남아 있어서였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