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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전 태풍 '볼라벤'의 영향으로 심한 바람과 함께 많은 비가 내리는 가운데 버스를 기다리던 주민들이 바람 때문에 우산을 접고 비를 맞으며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28일 오전 태풍 '볼라벤'의 영향으로 심한 바람과 함께 많은 비가 내리는 가운데 버스를 기다리던 주민들이 바람 때문에 우산을 접고 비를 맞으며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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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볼라벤'의 북상으로 심한 바람과 함께 많은 비가 내린 28일 오전 대구시내의 버스 간이 대합실이 없는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은 많은 불편을 겪어야 했다.

대구시 수성구 지산동의 한 버스정류장에서는 심한 바람에 아예 우산을 접고 비를 맞는 승객들이 있었고 공중전화 부스에 몸을 피하는 승객들도 있었다. 이들은 한결같이 짜증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버스를 기다리던 주민 차희영(32)씨는 "비가 오거나 눈이 오는 날은 버스를 기다리는데 많이 불편하고 날씨가 더울 때는 햇빛을 피할 데가 없어 버스 타기가 힘이 든다"고 말했다. 차씨는 "오늘같이 태풍이 오는 날에는 우산이 바람에 날려 찢기고 비를 맞아도 피할 데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수성구 상동 정화팔레스 아파트 맞은편도 마찬가지였다. 이곳에도 많은 버스가 정차하고 이용하는 승객들도 많지만 간이 대합실은 설치돼 있지 않았다. 주민 김은희(60)씨는 "나이가 들어 버스 타기도 힘든데 서서 기다리려면 너무 힘이 든다"며 "특히 여름철 비가 많이 올때나 겨울철에는 꼭 필요한 시설"이라고 말했다.

버스준공영제를 운영하는 대구시는 시민들에게 대중교통 이용을 홍보하면서도 버스를 기다리면서 쉴 수 있는 버스 간이 대합실은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대구시에는 버스정류장 2756소가 있지만 이 가운데 올해 8월 말까지 설치된 버스 간이 대합실은 900개다. 이는 전체 버스정류장의 32.6%에 불과하며 서울을 비롯한 6대 광역시 중 가장 낮은 수치다.

서울은 올해 6월말 현재 6044개 정류소 중 2266개소에 간이 대합실이 설치돼 37.5%의 설치율을 보이고 있으나 계속 늘려갈 계획으로 알려졌다. 대전이 1814개소 가운데 1455개소를 설치해 80.2%로 가장 높은 설치율을 보였고 인천이 50.9%, 부산이 48%, 울산 46.3%, 광주가 43.3%의 설치율을 보였다.

태풍 '볼라벤'으로 심한 바람과 비가 오는 가운데 대구시 수성구 지산동 목련시장 맞은편 버스승강장에서 주민들이 우산을 쓰고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태풍 '볼라벤'으로 심한 바람과 비가 오는 가운데 대구시 수성구 지산동 목련시장 맞은편 버스승강장에서 주민들이 우산을 쓰고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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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볼라벤'이 북상한 28일 오전 대구시 수성구 지산동의 한 버스승강장. 이 곳에는 간이대합실이 설치돼 있어 버스를 기다리는 주민들이 비를 피할 수 있었다.
 태풍 '볼라벤'이 북상한 28일 오전 대구시 수성구 지산동의 한 버스승강장. 이 곳에는 간이대합실이 설치돼 있어 버스를 기다리는 주민들이 비를 피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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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대구시는 예산부족을 이유로 금년도 이미 설치된 79개소를 포함한 93개소를 설치할 예정이고 내년부터는 매년 50개에서 70개 정도를 설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대로라면 앞으로 남은 간이 대합실 1856개를 설치하는 데 최소 26년에서 37년이 걸린다.

버스 간이대합실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1개소당 1000만 원에서 1500만 원 정도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1000만 원씩 계산한다면 185억6천만 원이 드는 셈이다. 이 금액도 입찰을 통해 발주하면 최소한 10% 이상 줄어든다. 일년 예산 5조 원 이상을 운용하는 대구시에서 186억 원은 그리 큰 돈이 아니다.

예산이 문제가 된다면 민간업자가 설치하고 일정기간 광고권을 준 뒤 기부체납을 받는 방법과 교통을 유발하는 업체에 버스 간이대합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조례를 제정해는 방법이 있다. 예를 들어 건설사가 대형 아파트를 지을 경우 의무적으로 버스 간이대합실을 설치해 대구시에 기부하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구시 대중교통과 관계자는 이런 의견에 대해 "민간업자에게 맡길 경우 유지관리가 잘 되지않을 뿐더러 기부체남을 받을 때쯤에는 누더기 간이대합실을 받을 수 있어 뒤처리가 곤란하다"며 부정적이었다.

더욱이 장소가 마땅하지 않다는 이유로 전체 버스정류장 중 60%에 대해서만 설치하고 나머지는 설치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에 대해 영남대 3학년에 재학중이라고 밝힌 한 학생은 "차를 기다리면서 마땅히 앉을 자리도 없을 뿐만 아니라 비 피하기도 힘든데 대구시는 이런 데 세금을 쓰지 않고 어디에 다 쓰는지 모르겠다"고 볼멘 소리를 했다.

대구참여연대 박인규 사무처장도 "다른 지역에 비해 대구시내 버스 간이대합실이 적다"며 "시민들에게 대중교통을 이용하라고 하려면 조속히 설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그:#버스쉘터, #대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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