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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후보의 뒤편으로 부엉이바위가 보인다.
 21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후보의 뒤편으로 부엉이바위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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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만났다.

박 후보는 21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노 전 대통령의 부인인 권양숙 봉하재단 이사장을 접견했다. 박 후보가 묘역을 참배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6분이었다. 그 6분 동안 박 후보는 자신이 전날 후보수락연설에서 밝힌 '국민대통합'을 위한 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 6분 동안 노 전 대통령 서거로 갈라진 대한민국의 모습이 여실히 드러났다.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은 박 후보가 봉하마을에 도착하기 전부터 몸살을 앓았다. 박 후보의 참배소식을 듣고 몰려온 수백 명의 지지자 중 일부는 묘역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자 재단 측에 격렬하게 항의했다. 일부 지지자는 "박 후보를 보러 왔는데 왜 못 들어가게 하냐"며 묘역 방문 목적을 분명히 하기도 했다.

재단 측은 골머리를 앓았다. 한 재단 관계자는 "공식 참배의 경우, 일반 참배객들과 거리를 일정하게 띄우거나 양해를 얻어 묘역 양 옆으로 안내하기도 한다"면서 "지금 같은 경우엔 일반 참배 목적이 아닌데다 박 후보의 공식 참배마저 방해받을 소지가 있어서 부득이하게 이렇게 안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갑작스럽게 결정된 일정이라 헌화 준비 등의 의전절차상 혼선도 발생했다. 한창민 재단사업운영팀장은 "공식 참배라면 사전에 의전팀이 사전답사를 하거나 절차를 (재단 측과) 공유하기 마련인데 그런 절차 없이 일이 진행되고 있다"며 "재단 측이 하나하나 물어서 진행하는 중"이라고 지적했다. 또 "지지자들이 오셨는데 기본적인 격식과 예의를 갖추지 않고 재단 측에 오히려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박 후보의 참배를 반대하는 이들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한 40대 남성은 박 후보의 "나쁜 대통령" 발언을 패러디한 "참 나쁜 후보의 선거운동 일환으로 계획된 참배를 단호히 반대합니다"란 피켓을 들고 서 있었다.

창원 진해에서 온 고명석(63)씨는 "인면수심, 환영하지 않습니다"란 손피켓을 들고 박 후보를 기다렸다. 고씨는 박 후보의 참배에 대해 "깜짝쇼다, 연기자 하시면 훌륭하실 것 같다"고 비판했다. 고씨는 박 후보의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여 면박을 당하기도 했다.

박 후보 측 지지자들은 "왜 환영하지 않나, 그렇게 극성으로 해야 하나"며 고씨에게 고성을 쳤다. "그렇게 하면 북한의 김정은이 참 좋아할 것"이라고 비꼬는 이도 있었다. 몸싸움으로 번지진 않았지만 양 측 사이의 골이 얼마나 깊은지 알게 해주는 모습이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후보가 21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분향하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후보가 21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분향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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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후보는 이날 오후 4시께 묘역에 도착했다. 박 후보가 도착하자 "참 나쁜 후보"란 피켓을 들고 있던 남성은 박 후보 쪽으로 몸을 던지며 "박근혜 후보 반성하세요, 대통령 죽인 한나라당 여기가 어디라고 옵니까"라고 소리를 쳤다. 수행원들에게 둘러쌓인 박 후보는 노 전 대통령이 몸을 던진 부엉이 바위를 보는 듯 고개를 하늘 쪽으로 든 상태였다.

다음에 박 후보를 맞은 건 박수부대였다. 재단 측이 사전에 "묘역인만큼 경건한 행사를 위해 박수나 연호는 삼가해주시기 바란다"고 안내했지만 소용없었다. 박 후보가 지나갈 때 지지자들은 "박근혜 화이팅", "대통령 박근혜" 등을 외치며 그의 이름을 연호했다.

박 후보가 참배를 마치고 되짚어 나오는 길도 마찬가지였다. 묘역 밖에 선 지지자들은 박 후보를 향해 박수를 쳤다. 묘역의 자원봉사자들이 "박수치지 말라"고 경고했지만 소용없었다. 일부 지지자들은 박 후보를 향해 "대표님 사랑합니다"라고 소리쳤다. 일부 지지자들은 갑작스럽게 뛰쳐나와 박 후보에게 악수를 청하기도 했다. 박 후보는 이들의 손을 잡고 인사했다. "참 나쁜 후보"란 피켓을 든 남성을 다시 한 번 사저로 걸어가는 박 후보를 향해 "여사님을 만나면 무릎 꿇고 사죄하세요"라고 소리쳤다.

21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한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후보가 경호원들에 둘러싸인 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나서고 있다. '선거운동의 일환으로 계획된 참배'라며 박 후보의 묘역 참배를 거부하는 한 시민의 피켓이 뒤로 보인다.
 21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한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후보가 경호원들에 둘러싸인 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나서고 있다. '선거운동의 일환으로 계획된 참배'라며 박 후보의 묘역 참배를 거부하는 한 시민의 피켓이 뒤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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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양숙 여사, 얼마나 가슴 아프실지 그 마음 잘 이해한다"

한편, 박 후보는 참배 직후 사저로 이동해, 권양숙 이사장과 20여 분 동안 비공개로 접견했다. 권 이사장은 사저 계단 중간까지 나와 박 후보를 맞이했다.

이상일 캠프 대변인에 따르면, 박 후보는 "후보로 선출되고 나서 노 대통령 묘역을 찾아뵙고 인사드리려고 왔다"며 "예전에 두 분 부모님이 다 돌아가셔서 그 충격이 컸고 얼마나 힘든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권 여사님이 얼마나 가슴 아프실까 그 마음을 잘 이해한다"고 위로의 말을 건냈다.

박 후보는 이어, "제 꿈은 어느 지역에 살던, 어떤 직업을 갖던 모든 국민이 꿈을 이루고 행복하게 사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다, 열심히 잘 해서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권 이사장도 "이 일(대통령 후보)이 얼마만큼 힘든 일인 것을 안다"며 "박 후보도 건강을 잘 챙기라"고 화답했다. 또 "박 후보가 바쁜 일정에 이렇게 와 주시니 고맙다"며 "한 나라 안에서 한 국가를 위해 애쓰는 분들인 만큼 건강을 잘 챙기시라"고 덧붙였다.

박 후보도 "이렇게 따뜻하게 맞아주셔서 감사드린다"며 "뵙고 가니까 참 마음이 좋다"고 감사의 뜻을 밝혔다. 이 밖에도 두 사람은 오미자차와 무화과 등을 들며 건강 및 주변 경치 등에 대해 담소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이 대변인은, "제가 느끼기에도 권 여사께서 따뜻하게 맞이해주셨단 걸 느낄 수 있었다"면서 "박 후보는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 참배 이후 봉하마을을 찾았는데 이는 어제(20일) 후보 수락연설에서 밝힌 것처럼 국민대통합을 하겠다는 의지를 실천하신 것"이라고 말했다.


태그:#박근혜,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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