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0일 새누리당 대선후보 지명 전당대회가 열린 일산 킨텍스 1전시장 1홀, 3200여 평(10,611㎡) 규모의 행사장은 8000여 명의 새누리당 중앙위원, 대의원, 당원들로 가득 찼다. 비표를 받고 들어와 자리가 없어서 발길을 돌리는 대의원들도 적지 않았다.

많은 참석자에 비해 긴장감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박근혜 대세론'이 초래한 결과다. 전날(19일) 41.2%라는 저조한 투표율도 이 때문이다. 이날 행사 참석자들은 경선 주자들의 순위보다 유력 정당의 첫 여성대통령 후보 선출이라는 역사적인 장면 '연출'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

'붉은색' 전당대회... "젊은 층을 잡아야 할 텐데"

20일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대통령 후보자로 선출된 박근혜 후보가 김문수 후보의 축하인사를 받고 있다.
 20일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대통령 후보자로 선출된 박근혜 후보가 김문수 후보의 축하인사를 받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행사장은 온통 붉은색이었다. 참석자들에게 나눠준 명찰부터 안내판까지, 무대 계단부터 정면 배경까지, 대형 모니터 테두리부터 양쪽에 내려진 대형 현수막까지 모두 붉은 색으로 처리가 됐다. 새누리당의 '과거'에서는 결코 찾아볼 수 없는 색깔이다.

붉은색은 정열을 의미한다. 그리고 젊음을 상징한다. 새누리당 창당 때부터 이미 알려진 얘기지만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에서 더욱 그 의미가 두드러졌다. 박근혜 후보의 아킬레스건이라고 할 수 있는 20~30대 젊은 층을 잡고 싶은 간절함 때문이다.

실제 이날 식전 행사는 박 후보가 젊은 층을 아우르기 위해 영입한, 그래서 '박근혜의 키즈'로 불리는 이준석 전 비대위원과 22살의 젊은 여대생인 이유진(22·숙명여대 정외과)씨가 나란히 사회를 봤다.

경선 주자들이 앉은 좌석에도 신경을 썼다. 5명의 경선 주자들 옆과 뒤편으로 젊은 청년당원 150여 명을 앉혔다. 당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와 원로들을 배치하던 과거의 전례를 깬 것이다. TV 화면에는 박근혜 후보를 비롯한 5명의 경선 주자와 함께 나이든 '정치인들' 대신 젊은 청년들의 모습이 함께 잡히는 셈이다.

이준석 "지금은 확장이 더 중요한 가치"

이준석 전 비대위원은 새누리당에 일고 있는 '보수층 결집'-'중도를 향한 외연 확장' 논쟁에 대해 "둘 다 중요한 가치지만, 지금은 확장성이 더 중요한 가치"라며 중도층과 젊은층으로의 외연 확장에 힘을 실었다. 사진은 지난 5월 15일 새누리당 대표와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제1차 전당대회 당시.
 이준석 전 비대위원은 새누리당에 일고 있는 '보수층 결집'-'중도를 향한 외연 확장' 논쟁에 대해 "둘 다 중요한 가치지만, 지금은 확장성이 더 중요한 가치"라며 중도층과 젊은층으로의 외연 확장에 힘을 실었다. 사진은 지난 5월 15일 새누리당 대표와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제1차 전당대회 당시.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전당대회가 끝나고 무대 뒤편에서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난 이준석 전 비대위원은 "인위적으로 보이지만 인위적인 노력이라도 안 하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또 당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보수대연합론과 관련 "'1층, 2층'보다는 '지하 1층, 2층'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박근혜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인 홍사덕 전 의원이 "1층(보수층)부터 짓고 2층을 짓자"며 '선(先) 보수대연합 후(後) 중도 포용'을 주장한 바 있다. 건물을 지을 때 1층을 먼저 쌓고 2층을 올리는 것처럼, 중도(2층)를 향한 외연확장 전에 보수층(1층) 결집부터 해야 한다는 이야기. 그러나 이는 중도층을 비롯한 2030세대에게 '도로 한나라당'이라는 이미지를 심어 줄 수 있다. 이준석 전 비대위원도 "둘 다 중요한 가치지만 지금은 확장성이 더 중요한 가치"라며 중도층과 젊은 층으로의 외연 확장에 힘을 실었다.

이 전 비대위원은 또 "새누리당이 청년들한테 그렇게까지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그것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청년층에 대한 여야의 정책은 거의 비슷하다. 그래서 청년층이 새누리당에 등을 돌릴만한 이유들을 찾아 치유를 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한 달 동안 '박근혜 대통령'을 외치며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합동연설회장을 모두 찾아다녔던 김길복(42·대구)씨도 비슷한 생각이다. 대구국민희망포럼에서 활동하는 김씨는 "박 후보는 40대 이상의 중장년층에서 인기를 얻어왔는데, 2030세대를 끌어올 수 있다면 안철수 서울대 교수를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젊은 분들이 정치에 대해 모르는 게 많다"며 "무작정 낡은 정치를 바꾸자고 했는데, 박근혜 후보를 낡은 정치인이라고 볼 수 없다, 그런 점을 청년들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명박 대통령이 경제 대통령이라고 해서 서민들이 믿고 찍어줬는데 지난 5년간 서민들은 너무 힘들었다"며 "박 후보가 그런 점을 앞으로 개선해서 발전된 나라를 만들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여성대통령? '여성'이라고 해서 부족한 게 아냐"

대의원들 사이에서 '첫 여성대통령'에 대한 기대감도 감지됐다. 전길자(57·부산)씨는 전광판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박근혜'라는 이름이 깜빡이도록 만든 휴대전화를 8000여 명의 참석자 중 유일하게 들고 있었다. 전씨는 "여자 대통령이 한번 하는 것도 괜찮지 않으냐"며 수줍게 웃었다. 그는 이어 "저도 2~3년 전에는 '여자가 무슨 대통령을 하느냐'는 생각을 했지만, 이제는 여자라고 해서 다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요즘 여자 판·검사들도 많이 배출돼지 않느냐"고 말했다.

김길복씨는 "박 후보가 여성이기 때문에 오히려 당내 비박주자들이나 반대파들을 잘 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본인도 공개적인 자리에서 그런 얘기를 했기 때문에 지킬 것"이라고 기대했다.


태그:#박근혜, #새누리당, #이준석, #보수대연합, #여성대통령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