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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식당에서 담배를 피우기 위해 밖으로 나온 나는 제비집 한개를 발견했다. 새끼를 보호하고 있는 어미는 경계를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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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가 보기 드문 요즘에 벌써 5년째 우리 집에 세 들어 사는 녀석들입니다."

강원도 화천읍내에 있는 한 고깃집. 지인들과의 저녁식사 시간이 지루해진 나는 담배를 피우기 위해 식당 문을 열고 나섰다. 흡연자를 위한 주인의 배려인지 의자와 재떨이가 눈에 뜨인다.

무심코 담배를 꺼내며 천정을 올려다 보았는데 제비집이 한 개 눈에 들어온다. 제비 새끼들의 움직임이 느껴진 나는 담배를 들고 식당에서 꽤 떨어진 도로까지 나와야 했다.

'요즘처럼 흡연자들의 활동범위가 좁아진 이때에 그깟 제비 때문에 이렇게 멀리 나와서 담배를 피워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왠지 오랜만에 만난 제비들 앞에서 담배를 피운다는 건 실례인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제비집을 갖고 싶은 마음에 옆집 담을 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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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이런 곳에 진흙을 붙여 집을 지을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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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농촌에는 제비들이 참 많았다. 또래 친구들을 만나면 늘 자기네 집 제비 이야기로 바빴다. 그런데 이유가 뭔지 우리 집에는 제비가 집을 짓지 않았다. 제비가 집을 짓기 용이하도록 널빤지를 처마 밑에 달아두어도 소용이 없었다.

그런데 어느 늦은 봄날, 우리 집에도 제비가 집을 짓기 시작했다. 덕분에 나도 친구들에게 우리 집 제비는 어떻게 생겼고, 오늘은 얼마만큼 집을 지었다고 자랑처럼 이야기를 했다.그러나 해마다 제비가 거들 떠 보지도 않던 우리 집에 왜 제비가 집을 짓게 되었었는지 이젠 고백 해야겠다.

제비를 비롯한 모든 동물들은 자신의 영역이 있다. 그 영역에 동종의 동물이 침입하면 그야말로 사투를 벌인다. 따라서 한 농가에 제비 한 쌍만이 집을 짓고 사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우리 옆집에는 할아버지 한 분이 사셨는데, 그 할아버지는 서울에 사는 아들 집에 올라가 있는 날이 많았다. 그런데 그 집에는 제비가 집을 짓고 산다.

'저 할아버지 집을 제비가 살 수 없는 환경으로 만들어 놓으면 그 제비들은 우리 집에 집을 짓고 살겠지' 하는 생각에 할아버지 집의 담을 넘어 들어갔다. 그러고는 할아버지께서 제비가 집을 짓기 편하도록 정성스럽게 매달아 놓은 널빤지를 떼어내, 반쯤 공사가 진행된 제비집을 부숴버렸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 날 그 제비는 우리 집에 와서 새로운 집을 짓기 시작했다. 그 제비가 할아버지 집에 살던 제비라는 것은 할아버지 집으로 드나드는 제비가 없어진 것으로 알 수 있었다.

'혹시, 저 녀석들이 자신들의 터전을 망친 범인이 나였음을 알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할아버지 집에 침투했을 때 입었던 옷은 한동안 입지 않았다. 제비들이 알면서 모르는 척해주었는지, 그 이후로 우리가 이사를 할 때까지 해마다 제비들은 봄만 되면 우리 집을 찾았다. 

"제비가 담배 한 갑 정도는 물어다 드리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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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미는 분주하게 새끼들을 위해 먹이를 먹인다. 먹이로는 잠자리, 날파리 등 주로 날아다니는 곤충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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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식사하다가 어디 다녀오세요? 담배가 필요하시면 말씀을 하시지."
"아뇨, 요기에 제비집이 있어서요."
"아! 이 녀석들이요? 금년 들어 벌써 두 번째 새끼를 키우는 중이에요"

식당 주인은 벌써 5년째 제비들이 이곳에 집을 짓고 산다고 말했다. 때로는 1년에 두 번씩 새끼를 키우는데, 이 녀석들이 그 두 번째 새끼들이란다.

"사장님이 착하셔서 그런가 봅니다. 요즘 제비집 보기가 쉽지 않잖아요."
"에이~ 그럴 리가요. 제비들은 귀소습성이 있으니까, 이곳에서 살던 녀석들이 매년 반복해서 날아오니까 그렇죠."

요즘 제비들이 사라져가는 현상.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환경의 변화와 오염을 꼽는다. 그런데 제비들은 왜 5년째 이 집으로 돌아올까!

주인은 대수롭지 않은 듯 제비들의 귀소본능을 말하지만 제비집 주위를 살펴보니 쉽게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제비집 옆에는 그들이 밤에 편히 쉴 수 있도록 빨랫줄을 이어 놓고, 제비집 아래에는 배설물 제거를 위한 신문지를 깔아 수시로 청소를 한 흔적이 보였다. 그러니 주인아저씨의 친절에 감복한 제비들이 매년 이 집을 찾아올 수밖에.

"이렇게 제비를 위해 신경을 써 주셨으니까, 박씨는 아니더라도 1등짜리 로또복권을 물어다 줄지 누가 알겠어요."
"글쎄요. 선생님께서 이 녀석들을 위해 담배를 나가서 피우셨으니까 담배 한 갑 정도는 물어다 드리겠죠.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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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이를 먹인 어미 제비는 새끼가 배설할 때를 기다려 입으로 받아 집으로부터 먼 곳에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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