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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 자금성 건청궁. 
혹자는 경복궁이 자금성을 베낀게 아니냐고 말할지 모르지만 경복궁이 창건된 건 1395년이고 자금성은 그 후 25년 뒤에 건립되었으니  자금성이 경복을 닮았다고 해야 맞다.
 중국 베이징 자금성 건청궁. 혹자는 경복궁이 자금성을 베낀게 아니냐고 말할지 모르지만 경복궁이 창건된 건 1395년이고 자금성은 그 후 25년 뒤에 건립되었으니 자금성이 경복을 닮았다고 해야 맞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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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아버지가 아들과 함께 길을 가다가 아들 친구를 만났습니다. 아들 친구가 꾸벅하고 인사를 하더니 '아버지께서 아들을 많이 닮으셨습니다'라고 말하면 아버지입장에서는 당황스럽기 그지없을 겁니다. 

세상에 태어난 순서, 생물학적 관계 등등 어떤 기준으로 봐도 둘이 닮았다면 아들이 아버지를 닮은 게 분명한데 '아버지가 아들을 닮았다'고 말하니 어이가 없을 겁니다. 이런 말을 하면 '세상에 그렇게 말할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을 겁니다.   

닮았다면 자금성이 경복궁을 닮은 거다

아버지와 아들 관계는 아니지만, 먼저 생겨난 것을 보고 뒤에 생겨난 것을 닮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중국을 관광하고 온 사람 중에는 '경복궁이 베이징에 있는 자금성을 닮았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경복궁이 자금성을 베꼈다고!

경복궁이 창건된 건 1395년, 25년 뒤에 건립된 자금성이 경복궁을 베꼈으면 모를까. 자금성은 9999칸, 경복궁은 350칸. 왜 작아 불만인가. 그럼 당시 인구 500만에 불과한 조선이 더 많은 전각을 지을 필요가 있을까!-본문 233쪽-

우리나라의 많은 문화가 중국에서 유입됐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경복궁과 자금성의 건립연도를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는 지식의 편린에서 기인하는 우스갯소리 같은 과문이리라 생각됩니다. 

건축평론가 이용재의 글에 이화영의 사진과 박정연의 그림을 더해, 책이 있는 마을에서 출판한 <한양 왕의 집 내집처럼 드나들기>는 서울에 있는 19개 문화유적을 종횡무진으로 누비며 읽을 것과 볼 것, 생각할 것과 배울 것을 시공을 추월해 보여주고 있는 역사의 현장입니다.

<한양 왕의 집 내집처럼 드나들기> 표지
 <한양 왕의 집 내집처럼 드나들기> 표지
ⓒ 책이있는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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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저자 이용재가 5년 동안 딸과 함께 문화유적을 답사하며 딸에게 각각의 유적지나 문화재가 담고 있는 역사와 문화를 설명해주듯이 문화유적 19곳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건축학을 공부한 전문가로서의 박식, 딸에게 좀 더 쉽고 자세하게 설명하고자 하는 어버이의 자상함, 딸의 질문에 말문이 막히거나 얼버무리는 아버지가 되지 않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아빠의 체면이 곳곳에서 느껴집니다.

건천궁, 경희궁, 창덕궁 연경당, 창경궁, 환구단, 기기국 번사창, 서울 사직단, 종묘, 증명전, 정관헌, 낙선재, 삼군부 청사, 서울 문묘, 서울 동묘, 칠궁, 운현궁 양관, 광혜원, 북촌문화센터, 서울 성곽 등 19곳이 정말 내 집을 드나들듯이 자세하게 볼 수 있습니다.

1750년 대구 유생 이양채가 대구시와 붙었다. 공자의 철학을 공부하는 학생을 우생이라고 하는 거죠.

"대구 구(丘)자가 공구선생의 이름과 같으니 바꿔라." 대구는 구자를 구(邱)로 바꿨다. -본문 217쪽-

서울 문묘에 대한 설명 중 일부입니다. 현존하는 건축물이나 풍경은 책 분량의 50%가 넘을 것 같은 사진과 그림으로 보여주고, 역사적 배경이나 문화적 뒷이야기들은 이렇듯 글로 구성되어 있어 볼 것과 읽을거리가 주렁주렁합니다. 더구나 유적의 전체 또는 요소요소를 담고 있는 사진들은 화보만큼이나 사실적이고 선명해서 설명이 잘 된 도록 한 권을 보는듯한 느낌입니다.

촌철살인? 차라리 경망스럽다

하지만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일 수도 있지만, 아쉬움이 전혀 없는 건 아닙니다.

노론 아줌마 정순왕후가 수렴청정(p58), 정조 마누라 효의왕후(p59), 영의정은 대가리 박기 바쁘고(p165), 도와주는 것도 없으면서 씹어만 대니(p190) …

<한양 왕의 집 내집처럼 드나들기>를 읽고나면 서울에 있는 유적지 19곳을 내집처럼 드라든 느낌이 든다.
 <한양 왕의 집 내집처럼 드나들기>를 읽고나면 서울에 있는 유적지 19곳을 내집처럼 드라든 느낌이 든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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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지인인 이정수(흙장난)씨는 저자의 글을 '포복절도하게 하는 촌철살인'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필자는 책을 읽으면서 '경망스럽다'는 느낌이 들었던 곳이 적지 않았다는 것을 감추지 않겠습니다.

함께 기행한 딸의 눈높이와 감각에 맞춘 가볍고 재미있는 설명일 수도 있지만, 유적에 담긴 역사와 가치를 설명하기에는 조금 경망스런 표현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각각의 유적지가 시작되는 첫 페이지에 굵은 글씨로 들어가 있는 핵심개요, 시작 페이지 하단에 별도로 정리해 놓은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 사진과 박스 글로 정리 해 놓은 유적지 별 '역사의 현장 나들이'까지를 읽고 나면 서울에 있는 19곳 유적지를 정말 내 집처럼 드나든 기분이 느껴질 것입니다.

그런 느낌은 유적지에 담긴 역사와 문화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나 떠올릴 수 있는 집안 구조만큼이나 훤하게 떠올릴 수 해박한 지식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 한양 왕의 집, 내 집처럼 드나들기 - 건축평론가 이용재의 톡톡 튀는 한양 이야기| 이용재 (지은이) | 책이있는마을 | 2012년 8월| 18,500원



한양 왕의 집, 내 집처럼 드나들기 - 건축평론가 이용재의 톡톡 튀는 한양 이야기

이용재 지음, 책이있는마을(2012)


태그:#한양 왕의 집 내집처럼 드나들기, #이용재, #이화영, #박정연, #책이있는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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