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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후보가 지난 7월 28일 오후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대선 예비경선 합동연설회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손학규 후보가 지난 7월 28일 오후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대선 예비경선 합동연설회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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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근태 상임고문의 계파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가 지난 7월 31일 벌인 대선후보 지지투표에서 손학규 전 민주통합당 대표가 1위를 차지했습니다.

각자 한 명씩 지지후보를 적어내고, 최하위 득표자를 한 명씩 탈락시키는 방법으로 표결한 끝에 손 전 대표가 1위로 뽑혔지요. 그러나 그는 가결요건(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충족시키는 수준은 못됐습니다. 결국 민평련은 공식적인 지지후보를 내지는 않기로 결정했고, 다만 1위 후보는 손학규 전 대표였다고 공개했습니다. 

탈락 순서는 정세균, 김두관, 문재인 후보 순이었습니다.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빅5 가운데 가장 지지율이 높은 문재인 의원은 왜 손 전 대표보다 후순위로 밀렸을까요? 민평련 회원들은 어떤 고민 속에서 이런 결정을 이끌어냈을까요?

최규성 민평련 회장에게 물었습니다. 최규성 회장은 왜 회원들이 이런 결정을 하게 됐는지 그 이유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잠깐 들어보실까요?

"우리 회원들이 처음에는 김두관 후보 쪽을 지지하는 경향을 보였어요. 그런데 토론을 해보니까 막상 준비가 많이 미흡하다, 이런 판단을 내린 것 같아요. 그리고 김두관 후보가 기대 만큼 안 뜨고. 사실 그것도 영향이 있지요.

그런데 몇 차례 토론한 끝에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었어요. 손학규 전 대표가 정치, 경제, 통일 등 다각적인 분야에서 준비가 많이 돼 있구나, 판단하는 것 같았습니다. 콘텐츠 경쟁력이 가장 높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1위를 하게 된 것 아닐까요?"

민주통합당 내부에서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후보에 대해서는 왜 이런 평가가 나왔느냐고 다시 묻자 최 회장은 한동안 말을 멈추었습니다.

안철수는 밖에 있고, 2등이 역전하는 드라마라도?

실제 민평련 내부에는 두 가지 의견이 팽팽히 맞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민주통합당의 대선후보 예비경선이 흥행에 실패하면서 뭔가 새로운 감동적인 드라마가 펼쳐지지 않으면 주목받기 어려우니 '2등의 역전 드라마'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친노 프레임에 갇혀 그 선을 넘지 못하는 문재인 후보로는 표의 확장성을 보장받을 수 없기 때문에 차라리 '2등의 역전 드라마'를 통해 국민들로부터 주목받게 하는 게 어떻겠냐는 것입니다.

반대로, 아무리 노력해도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밖에 진치고 있는 한 민주통합당의 후보는 2등인데 그럴수록 지지율 1위 후보인 문재인 의원을 더욱 적극적으로 밀어서 당의 후보로 우뚝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라는 겁니다.

양쪽의 입장은 토론과정 내내 갑론을박을 벌인 것 같습니다.

우원식 민주통합당 원내대변인(민평련 회원)은 이번 민평련 결정이 매우 전략적인 판단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야권 경선의 흥행몰이를 위한 또 하나의 선택이었다는 것인데요. 우선 우 원내대변인의 말을 들어보시지요.

"안철수 원장이 당밖에 있으니 민주통합당 경선에 국민적 관심이 멀어졌지요. 아니, 사실상 관심을 끌기 어려운 상태였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이번 대선경선에 팽팽한 긴장감을 갖게 함으로써 전체 대선 판도에도 흥미로운 변수를 제공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렇게 결정된 후보가 안 원장과 붙을 때 대선전은 더욱 후끈 달아오르지 않을까요?"

우원식 원내대변인의 말을 요약하면 "안철수만 홀로 독주하면 무슨 재민겨?"였습니다. 민주통합당의 후보와 어깨를 겨누는 수준이 돼야 상호경쟁 속에서 붐을 일으킬 수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지요.

실제 안 원장의 책 <안철수의 생각>은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예비경선 중에 출간됐습니다. 직후 SBS 간판 예능프로인 <힐링캠프>에 출연해 18.7%(AGB닐슨미디어리서치 전국)의 시청률을 올렸습니다. 이 기록은 지난해 7월 이 방송이 시작된 이래 최고의 시청률이라고 합니다. 그 자체로 대단한 것이지요.

안 원장이 이렇게 승승장구하는 사이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예비경선은 바람 빠진 고무풍선처럼 힘이 쫙 빠졌습니다.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들의 지지율이 안 원장으로 건너갔다는 분석도 빠짐없이 나왔습니다. 자연스레 민주통합당의 대선경선 분위기는 침울해질 수밖에 없지요.

지난 28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대선주자 예비경선 마지막 합동토론회는 제1야당의 대통령 후보를 뽑는 자리였지만 신바람이 있지는 않았습니다. 지지자별로 각자 응원할 뿐 민주통합당의 대선후보 경선을 진지하게 지켜보는 이른바 '일반시민'은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날마다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당내 재야운동권그룹인 민평련 회원들은 어떻게 하면 당내 경선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 충분히 고민할 수 있었다고 평가합니다. 그 결론이 어쩌면 '2등의 역전 드라마'였을 수 있지요.

'한나라당에서 건너온' 손학규... 5년간의 주홍글씨

2007년 3월 19일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기자회견을 갖고 "오늘 낡은 수구와 무능한 좌파의 질곡을 깨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새 길을 창조하기 위해 한나라당을 떠나기로 했다"며 한나라당 탈당을 선언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탈당선언을 한뒤 기자들의 질의에 답변하던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07년 3월 19일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기자회견을 갖고 "오늘 낡은 수구와 무능한 좌파의 질곡을 깨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새 길을 창조하기 위해 한나라당을 떠나기로 했다"며 한나라당 탈당을 선언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탈당선언을 한뒤 기자들의 질의에 답변하던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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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손학규 전 대표에게는 아무리 지우려고 해도 지워지지 않는 주홍글씨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YS와 함께 정치를 시작하면서 입당한 '민자당 주홍글씨'입니다. 1993년 그는 새누리당의 전신인 민주자유당에 입당했고, 제14대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됐습니다.

그 뒤로 당명을 바꾼 신한국당의 대변인과 보건복지부 장관, 경기지사 등을 지냈지요. 2007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대선경선 후보 빅3 가운데 하나였던 그가 정치생명을 걸고 탈당 선언을 한 뒤로 5년째 그는 이 주홍글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2007년 3월 19일 탈당선언 기자회견 때 그는 무슨 말을 했을까요? 같이 보시겠습니다.

"한국정치의 낡은 틀을 깨뜨리기 위해 저 자신을 깨뜨리며 광야로 나섭니다. 백척간두에서 한발 더 나아가는 심정으로 새로운 정치질서 창조의 길에 저 자신을 던지고자 합니다.

문제는 한나라당뿐만 아니라 한국정치의 낡은 구조 그 자체이며, 집권세력의 실정이 거듭되고 여권이 지리멸렬상태에 빠지자, 한나라당도 대세론에 안주하며 구태정치, 과거회귀의 방향으로 쏠려가고 말았습니다.

지금의 한나라당은 군정의 잔당들과 개발독재시대의 잔재들이 버젓이 주인 행세를 하고 있습니다. 한때 한나라당의 개혁을 위해 노력했던 일부 의원들과 당원들조차 대세론과 줄 세우기에 매몰되어 시대적 요청을 외면하고 있음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는 '새로운 한나라당을 만들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한 때의 돌팔매를 피하려고 역사의 죄인이 되는 길을 택할 수는 없습니다. 한나라당을 위해 순교하기 보다는 국민을 위한 순교를 선택하겠습니다.

낡은 수구와 무능한 좌파의 질곡을 깨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새 길을 창조하기 위해 한나라당을 떠나기로 하였습니다."

손 전 대표가 이 선언을 할 때 다수 국민들은 그가 한나라당 안에서는 도저히 대선후보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탈당한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래서 그에겐 늘 싸늘한 시선이 따라다녔습니다. '한나라당에서 건너온 사람'이라는 주홍글씨는 늘 그를 따라다녔지요.

고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64세로 별세한 가운데, 지난 2011년 12월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를 찾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고인의 영정사진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다.
 고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64세로 별세한 가운데, 지난 2011년 12월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를 찾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고인의 영정사진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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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알고 보면 손 전 대표는 민자당에 입당하기 전 박정희 유신독재 반대운동에 참여했습니다. 감옥도 갔고 수배도 당했지요. 서울대 정치학과 재학 시절에는 고 조영래 인권변호사와 김근태 고문과 함께 '경기고 61학번 3인방'으로 불리며 학생운동에도 적극 참여했었습니다. 그는 1979년 유신체제가 막을 내릴 때까지 기독교 사회운동에 몸담았지요.

이제야 옛 동지들이 그를 알아주기 시작한 것일까요? 민평련 회원들은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민주화운동을 할 때부터 동거 동락한 재야운동권 인사들입니다. 현역 의원이 22명이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전체 회원들은 600여 명에 이릅니다. 이들이 갖고 있는 당내 영향력도 만만치 않습니다. 자연스레 당내 경선 구도에도 이번 결정은 적잖은 영향을 미치게 되겠지요.

최규성 회장은 "사실 손 전 대표의 주홍글씨 때문에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꽤 많은 편이었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 전 대표가 우리와 함께 민주화운동을 했고 탈당 이후 열린우리당이 어려울 때 당의 중심을 잡는 데 꽤 노력을 했고 평가받을 만큼 업적도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손 전 대표 측도 이번 민평련 투표 결과에 매우 흡족해하는 분위기입니다. 김주한 언론특보는 "민평련의 검증과정에서 준비된 후보로 평가받은 것 같다"며 "(손 전 대표는) 김근태가 못다 이룬 꿈 내가 이루겠다는 말로 기쁨을 대신 표했다"고 전했습니다.

이 정도니, 손 전 대표는 이제 민주통합당의 대선경선에서 상당한 탄력을 받게 될까요? 민주통합당의 가장 큰 세력집단은 친노이고 문재인 의원이 지지율 1위인데, 본선게임에선 어떻게 결정될까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태그:#손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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