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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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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1일 오후 10시 30분]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구명운동에 참여했던 사실이 밝혀진 데 이어, 이번에는 안철수연구소(현 안랩)의 자회사가 브이소사이어티 회원들이 주축이 된 '인터넷 전용은행' 사업에 투자한 사실이 드러났다.

브이소사이어티는 지난 2001년 자본금 1000억 원 규모의 인터넷 전용은행 '브이뱅크'를 공동 설립키로 하고, 은행설립 준비위원회인 '브이뱅크컨설팅'이란 회사를 설립했다. 이 사업에는 SK·롯데·코오롱 등 대기업들과 벤처기업 중에는 이네트·팍스네트·시큐어소프트, 그리고 안철수연구소의 자회사인 자무스 등 20여 개 주주사가 참여키로 했다. 모두 브이소사이어티 회원들이 대표이사이거나 대주주인 기업들이었다.

안철수연구소 자회사, SK·롯데·코오롱 등과 함께 '브이뱅크' 설립 동참

인터넷 전용은행은 오프라인상 지점을 두지 않고 온라인으로만 영업을 하는 사업으로, 대기업의 자본력과 신뢰도, 벤처기업의 기술력이 모두 필요한 사업이다. 따라서 이 사업은 "대기업과 벤처기업의 상생비즈니스 모델 찾기"라는 취지로 모인 브이소사이어티의 첫 번째 프로젝트에 딱 들어맞았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안철수연구소의 자회사 자무스 역시 PKI(공개키기반구조) 기반 전자결제 시스템에서 기술력을 확보한 회사였다. 그러나 이 사업과 관련, SK나 롯데 등 대기업들이 은행업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준다는 비판적 시각도 적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이 사업은 무산됐다. 당초 브이뱅크컨설팅 측은 2002년 내 예비인가를 마무리짓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당시 정부가 인터넷 전용은행도 현행 은행법에 근거해 시중은행의 설립요건을 적용키로 하면서 예비인가 신청조차 무산됐다. 2002년 개정된 은행법에 따라, 산업자본의 (은행업) 지분제한이 10%로 늘어났지만 투자목적에 한해서만 허용됐다. 단일법인이 아닌 컨소시엄의 경우에도 같은 기준이었다.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브이뱅크컨설팅 측은 해외 금융기관을 투자 합작파트너로 유치하려 노력했지만 무산됐다.

안철수연구소의 자회사인 자무스도 2002년 PKI 응용 솔루션 업체인 핌스텍과 합병됐다. 안철수연구소는 같은 해 자무스와 합병한 핌스텍에 13억3000만 원을 출자해 1대 주주(44.99%)로 등극했지만 지난 2006년 포털·용역업체 안랩유비웨어(핌스텍의 최대주주)의 지분을 모두 처분하며 핌스텍을 계열사에서 제외시켰다. 안 원장은 2005년 안철수연구소 CEO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인터넷 전용은행'은 여전히 당국의 금산분리 원칙을 넘어서기 위한 재계의 주된 사업 아이템이다.

일례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 2008년 10월 2조 원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68개 그룹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이명박 정부의 금산분리 규제완화 조치 관련 긴급 설문조사에서 "인터넷 은행 등 신사업 진출의 어려움"이라고 답한 회사는 전체의 30.6%에 달했다.

당시 전경련은 이 같은 설문조사를 토대로 "인터넷은행, 편의점은행 등의 신사업은 지분제한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 등 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수준의 규제완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안철수 측 "자회사의 투자일 뿐이고, 금산분리 원칙 위배라 보기 힘들어"

안철수연구소 자회사의 '브이뱅크' 투자도 재계의 금산분리 규제 완화 시도에 동참했다는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특히 안 원장은 지난달 19일 발간한 대담집 <안철수의 생각>에서 "금산분리 정책은 반드시 강화해야 한다"며 "기업의 선의를 그냥 믿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안 원장 측 유민영 대변인은 1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안철수연구소의 자회사인 자무스가 (브이뱅크 사업에) 3000만 원 투자했을 뿐이지 안 원장이 직접 이 사업에 동참했다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라고 반박했다. 또 자회사 자무스의 참여는 인터넷 전용은행 사업과 보안기술업체 간 업무연관성 속에서 바라볼 일이라고 밝혔다. 즉, 안 원장과 자회사 자무스의 투자를 직접 연결지을 수 없단 얘기다.

'브이뱅크' 사업이 대기업의 은행업 진출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었단 지적에 대해서도 "당시 인터넷은행에 대한 정책적·제도적 논의가 계속됐던 상황이라 브이뱅크컨설팅을 설립해 연구 검토할 과정이었다"며 "대기업의 은행 소유를 금지하는 금산분리와 이를 똑같다고 보기 힘들다"고 반박했다.

법조인 출신 한 국회의원도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한 재벌이 문어발식으로 은행업까지 진출, 한 은행을 독점적으로 소유하는 것을 막고자 하는 금산분리 원칙과 컨소시엄 형태로 구상되던 인터넷 은행사업을 연관짓긴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태그:#안철수, #금산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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