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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직장폐쇄로 용역업체가 들어간 경기도 안산 반월공단의 자동차 부품업체 에스제이엠(SJM).
 지난 27일 직장폐쇄로 용역업체가 들어간 경기도 안산 반월공단의 자동차 부품업체 에스제이엠(SJ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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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도 가도 공장만 보이는 경기도 안산의 반월공단. 7월의 마지막 날, 해가 가장 높이 뜨는 시간이 다가오자 나무라곤 가로수뿐인 이곳 주변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삭막하고 뜨거웠다. 현대차, 기아차 등 대규모 완성차 공장들이 일제히 휴가를 떠난 이때, 예년 같으면 이곳에 자동차 부품 공장들도 잠시 라인을 멈추고 한숨 돌렸을 것이다. 그러나 자동차의 소음을 줄여주는 부품 '벨로우즈'를 생산하는 업체, 에스제이엠(SJM)은 지난 27일 새벽 이후 그 달콤한 휴식의 시간을 반납해야 했다.

31일 오후 찾아간 SJM 공장은 사방이 철조망으로 둘러쳐져 있었다. 정문과 후문에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색으로 갖춰 입은 20여 명의 용역들이 버티고 서 있었다. 최근 준 군사조직에 맞먹는 장비를 갖추고 노조원들에게 폭력을 휘둘러 논란이 되고 있는 경비업체 컨택터스의 용역직원들이다.

공장 안에는 200여 명의 용역들이 점심 교대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노동조합 사무실이 있는 건물에서도 용역들이 쏟아져 나왔고, 평소 파란 옷의 노동자들이 이용하던 지하 구내식당에는 검고 긴 줄이 들어섰다.

직장폐쇄 전날 퇴근 시간인 오후 11시쯤, '용역이 들어올 수 있다'는 소식을 들은 노조 조합원들은 이들을 막기 위해 공장에 남았다. 그리고 오전 4시 30분, 헬멧과 보호구를 덮어쓰고 방패와 곤봉으로 무장한 상태로 용역이 들이닥쳤다. 조합원들은 얻어터지면서 속수무책 공장 밖으로 밀려났다. 용역업체는 "조합원들이 못이 박힌 몽둥이로 무장하고 먼저 공격했다"고 주장했지만, 조합원들은 "행여 문제가 될까봐 아무것도 들지 말라는 지침이 있어 모두 맨손으로 있었다"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 조합원 30여 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휴가 가도 놀 기분 아냐... 직장 지켜야"

지난 27일 직장폐쇄로 용역업체가 들어간 경기도 안산 반월공단의 자동차 부품업체 에스제이엠(SJM). 31일 오후 노조조합원들이 공격적 직장폐쇄와 용역업체 컨택터스의 폭력 진입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지난 27일 직장폐쇄로 용역업체가 들어간 경기도 안산 반월공단의 자동차 부품업체 에스제이엠(SJM). 31일 오후 노조조합원들이 공격적 직장폐쇄와 용역업체 컨택터스의 폭력 진입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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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후 용역업체 컨택터스 소속의 인력 200여 명이 공장 안에서 점심식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31일 오후 용역업체 컨택터스 소속의 인력 200여 명이 공장 안에서 점심식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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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점심시간이 다 돼갔지만 노조 조합원 150여 명은 공장 후문에 모여 사측의 공격적 직장폐쇄와 용역들의 폭력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었다. 240명가량 되는 전체 조합원 가운데 특별한 사정이 있어 휴가를 꼭 가야 하는 사람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이 아침부터 이곳에 모여 두 시간여 동안 구호를 외쳤다. 김아무개(43) 조합원은 "집행부는 사태가 장기화 되니까 휴가를 다녀와도 괜찮다고 하지만, 지금 가봐야 놀 기분이 아니다"라며 "지금은 직장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측은 지난 27일 직장폐쇄 조치 이후 공장 안 모든 출입을 막고 있다. 직장폐쇄 중에도 노조 사무실만큼은 노조 공간으로 이용이 가능하나, 그것조차 차단됐다. 철조망이 여러 겹으로 둘러쳐진 정문에는 현재 직장폐쇄 상황이 노조의 잘못이라는 회사 측의 선전물이 붙어있었다.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하며 단체교섭을 중단시켰고 제품 생산에 차질을 빚어 직장폐쇄를 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정준위 SJM 노조 부지회장은 "사측이 단협 개악안을 철회하고 구조조정 의도가 없음을 확인해야 협상을 할 수 있다는 의사를 표현한 것"이라며 "노조의 쟁의도 적법한 과정을 거쳤고 휴가철을 맞아 생산물량에 차질 없는 선에서 진행 했는데, 회사가 이런 식으로 나오는 건 다른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한 50대 여성조합원은 "회사가 이렇게 폭력적으로 용역 깡패를 동원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퇴근하려다 용역이 들어온다고 해서 남았는데... 어휴, 정말 끔찍했다"고 말을 잊지 못했다. 그는 "용역들이 던진 부품으로 스파크가 튀고 여성 조합원들에게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이 쏟아졌다"며 "조합원들이 피를 흘리며 뒤늦게 도착한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다 외면했다, 다친 사람들은 구급차나 경찰차가 아닌 조합원들 차를 타고 병원에 갔다"고 토로했다.

SJM, 직장폐쇄 해놓고선 공장 재가동할 계획

지난 27일 직장폐쇄로 용역업체가 들어간 경기도 안산 반월공단의 자동차 부품업체 에스제이엠(SJM). 31일 오후 용역업체 컨택터스의 인력들이 공장 후문을 막고 있다.
 지난 27일 직장폐쇄로 용역업체가 들어간 경기도 안산 반월공단의 자동차 부품업체 에스제이엠(SJM). 31일 오후 용역업체 컨택터스의 인력들이 공장 후문을 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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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JM 노조 조합원들과 금속노조 경기본부는 지난 28일부터 안산시청 앞에서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이어지는 휴가철 동안 매일 공장 앞에서 집회를 열고 직장폐쇄 철회를 촉구할 예정이다.

현재 사측은 외국 공장에서 근무 중인 인력을 불러와 공장 재가동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금속노조는 직장폐쇄 상황에서 공장을 돌리는 것에 법률적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대응 방침을 정했다. 또 8월 5일 금속노조 중앙집행위원회를 소집해 향후 투쟁 방향을 논의할 계획이다.

한편, 금속노조와 SJM 노조는 이날 사측과 용역업체 컨택터스, 그리고 관할 경찰을 검찰에 고발했다. 용역업체에는 경비업법 위반과 폭력 행위에 대한 혐의, 사측에는 폭력 행위에 공조한 혐의를 제기했다. 또 경찰이 폭력 사태를 방조했다며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했다.


태그:#SJM, #컨택터스, #직장폐쇄, #반월공단, #현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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