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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 TV+ 셋톱박스와 리모컨
 Daum TV+ 셋톱박스와 리모컨
ⓒ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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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는 바보상자일 때 가장 아름답다."

지난 25일 '오마이포럼2012'에서 김지현 다음커뮤니케이션 전략부문 이사에게 이 말을 들었을 때 정곡을 찔린 느낌이었다. 지금까지 스마트TV나 3DTV 같은 최신 제품을 볼 때마다 기존 TV와 PC를 뛰어넘는 특별한 뭔가를 찾는 데만 골몰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말 출시 당시 '포털이 만든 TV'로 관심을 모은 '다음TV+' 역시 일반TV를 인터넷과 연결해 주는 '스마트TV 셋톱박스'다. '애플TV'를 연상시키는 가로 세로 높이 10cm짜리 검은색 네모 상자부터 평범해 보이지 않다. 대체 다음TV+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 있을까? 지난 6월 초부터 두 달 가까이 지켜보면서 이 '수수께끼 상자'에 있는 것 4가지와 없는 것 4가지를 나름 찾아봤다.

[#1 콘텐츠] <뽀로로>는 있다 vs. <개그콘서트>는 없다

설치 기사가 방문하긴 했지만 작업은 비교적 간단했다. 디지털TV와 초고속인터넷 라인만 있으면 직접 연결하는 것도 무리는 없어 보였다. 전원 버튼을 누르자 '다음TV+' 로고가 뜨는 데 1분 남짓 걸렸다. 메뉴는 단순했다. '실시간TV', '키즈', '스포츠', '동영상', '앱스', '인터넷'. 대부분 원하는 동영상을 골라볼 수 있는 'VOD(비디오 온 디맨드)' 서비스였다.

첫인상은 'EBS 보물 창고'였다. <개구쟁이 뽀로로><로보카 폴리><꼬마버스 타요> 등 우리 꼬마들이 즐겨보는 애니메이션들을 비롯해 <지식채널e><다큐프라임><달라졌어요> 등 다큐멘터리까지 온통 EBS 프로그램이었다. 이밖에 디즈니 채널이나 KBS <안녕하세요><톱밴드2> 같은 타 방송사 프로그램들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결국 대부분 '포털 다음'과 제휴를 맺은 방송사 프로그램들로 채워진 것이다. <유로2012> 하이라이트 같은 스포츠 동영상 역시 마찬가지다. 덕분에 '무료'로 볼 수 있는 이점은 있지만 다양한 최신 프로그램을 돈 주고도 볼 수 없는 약점도 있었다. 기존 IPTV에서 유료로 제공되는 KBS <개그콘서트><1박2일>, MBC <무한도전> 같은 인기 예능프로그램이나 SBS <추적자> 같은 최신 드라마 VOD도 볼 수 없다. <뽀로로> 역시 현재 시즌4까지 나왔지만 다음TV+에선 시즌2까지밖에 볼 수 없다.

물론 콘텐츠는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이다. 다만, 다음TV+가 다음의 '플러스알파'인 상황에서 기존 유료방송 VOD 서비스에 견줄 만한 독자적 방송 콘텐츠 확보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결국 지난 주말 놓친 <개콘>을 보려면 IPTV나 케이블TV 같은 유료 방송에 따로 가입해야 한다는 얘기다.  물론 지금까지 지상파방송만 고집해온 우리 가족에게 이 '네모상자'는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매일 저녁 <뽀로로><닌자고> 보여 달라는 아이들 성화에 저녁뉴스 시청권까지 빼앗겼으니 말이다.

[#2 멀티태스킹] '만능 리모컨'은 있다 vs. '컴퓨터'는 없다

다음TV+ 셋톱박스와 쿼티자판이 내장된 리모컨
 다음TV+ 셋톱박스와 쿼티자판이 내장된 리모컨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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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흔히 스마트TV를 PC처럼 활용하고 싶어한다. TV를 보면서 뉴스 검색도 하고 물건 주문도 하고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글도 올릴 수 있다면 편리하지 않을까? 다음TV 리모컨에는 쿼티 자판은 물론 마우스 기능을 하는 터치패드 방향키와 음성 검색용 마이크까지 달려있다. 인터넷 웹브라우저 기능도 있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TV를 PC처럼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막상 한 달 넘게 쓰면서 다음TV+로 웹 서핑을 한 건 손에 꼽을 정도였다. 작은 키보드 자판이 어색한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그럴 필요를 못 느꼈다. TV 시청 도중 웹 검색이나 SNS 입력은 스마트폰이나 아이패드로 충분했고 TV화면을 이용하면 시청만 방해하기 때문이다. 앞서 김지현 이사가 "TV는 바보상자일 때 가장 아름답다"고 말한 것도 그런 의미다. 지금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제조사에서 내놓는 스마트TV는 지나치게 컴퓨터처럼 만들려다 보니 기능만 복잡할 뿐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다음TV+에서 가장 공들인 부분도 기존 방송을 편리하게 볼 수 있게 도와주는 '실시간TV'라고 한다. TV 튜너를 내장돼 있어 현재 시청 중인 방송 프로그램 정보를 보여주기 때문에 입력 과정 없이 바로 검색할 수 있다. 검색 초기 화면에선 화면이 일부 가려지긴 하지만 소리는 그대로 전달된다. 하지만 상세 검색을 하려면 웹브라우저로 연결해야 하고 방송도 중단된다.

올림픽 생중계를 보다보면 종종 두 채널 이상을 동시에 봐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하지만 '실시간 TV' 기능을 이용하려면 주화면, 부화면 분할 같은 TV에서 제공하는 특수 기능도 일부 포기해야 한다. 다음TV+ 역시 '멀티태스킹 시청자'를 위한 진정한 해답은 아직 내놓지 못한 셈이다.    

[#3 응용프로그램] '구름'은 있다 vs. '게임'은 없다

다음TV+와 연결된 TV화면을 통해 사진을 보고 있는 아이들
 다음TV+와 연결된 TV화면을 통해 사진을 보고 있는 아이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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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시청자들이 방송 시청에만 만족할 순 없다. 닌텐도 위(Wii)처럼 TV를 가정용 게임기나 체력단련기로 만드는 제품도 이미 나와 있다. 스마트TV도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만 잘 활용하면 다양한 제품으로 변신할 수 있다. 삼성전자 같은 제조사들이 TV 앱 개발에 공을 들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LG유플러스와 CJ헬로비전에서도 이미 '클라우드 게임'을 선보였듯, 스마트TV 시장에서도 머잖아 게임이 중요한 경쟁력이 떠오를 전망이다.

상대적으로 다음TV+용 앱은 빈약하다. '다음 클라우드', 'TV팟', '맞고100단', '자연박물관' 등 10개 정도가 고작이다. 게임이라고 해봐야 고스톱게임인 '맞고100단' 정도인데 TV 특성을 제대로 활용했다고 보긴 어렵다. 오히려 '구름'을 뜻하는 가상 저장 공간인 클라우드 기능이 쓸만 했다. PC나 스마트폰에 있는 동영상이나 사진, 음악을 '클라우드'에 보관해 뒀다 다음TV로 불러내서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영상을 큰 TV 화면에서 보는 건 이상의 의미가 있다. TV가 일방향 정보전달매체가 아니라 쌍방향 매체로 거듭날 수 있기 때문이다. 유튜브나 팟캐스트처럼 자기가 만든 영상을 다음TV+ 시청자를 상대로 방송할 수도 있다. 다음TV+를 '개인 방송국'처럼 활용할 수 있는 날도 머지않은 것이다.

[#4 기타] '경쟁자'는 있다 vs. '광고'는 없다

25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오마이포럼 - 2012 뉴미디어의 변화와 새로운 100년'에서 김지현 미디어다음 이사가 '스마트TV의 미래와 다음 TV의 실험'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25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오마이포럼 - 2012 뉴미디어의 변화와 새로운 100년'에서 김지현 미디어다음 이사가 '스마트TV의 미래와 다음 TV의 실험'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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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TV+는 단말기값인 19만9000원 외에 월 사용료가 따로 없다. 콘텐츠도 일부 '영화 VOD'를 빼면 전부 무료다. 그렇다고 동영상을 시청할 때마다 광고가 끼어들지도 않는다. 자극적인 '19금' 프로그램이나 중독성 게임도 없다. 말 그대로 가족용으로 딱 좋은 '청정 방송'인 셈이다. 덕분에 온라인 유통에 의존하는 데도 출시 3개월 만에 2만 대 정도가 팔릴 정도로 나름 인기다.

문제는 지속성이다. 수익이 안 나 서비스를 중단한다면 다음TV+는 고철 덩어리에 불과하다. 무료 사용자들도 광고 같은 수익 모델을 확보하려면 100만 대 정도는 보급돼야 한다. 이는 지난해 국내에 팔린 스마트TV 숫자와 맞먹는다.

하지만 다음TV+ 주변엔 경쟁자들이 즐비하다. 당장 삼성·LG 같은 스마트TV 제조사들이 있고 IPTV·케이블TV 같은 유료방송 사업자들도 잠재적 경쟁자다. 아직 국내에 들어오진 않았지만 애플TV와 구글TV 같은 외국 제품도 호시탐탐 국내 시장을 노리고 있다. 심지어 LG와 구글도 최근 '다음TV'와 유사한 '셋톱박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또 KT가 삼성 스마트TV 차단한 것이나 이통사들의 카카오톡 차단에서 보듯 다음TV+ 사용자가 많이 늘어나면 '차단'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선인터넷망 과부하를 핑계로 들겠지만 통신사들 역시 IPTV 사업자이기 때문이다. 이에 네이버TV나 네이트TV처럼 경쟁 포털들은 일찌감치 기존 스마트TV 업체에 '업혀가기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그나마 '다음TV+'가 돋보이는 것도 이렇듯 독자 노선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제대로 된 스마트TV는 나오지 않았다. 아이폰이 휴대폰회사가 아닌 애플에서 나온 것처럼 제대로 된 스마트TV가 TV제조회사에서 나오리란 법도 없다. 적어도 다음TV+는 지금까지 국내에 나온 스마트TV들 가운데는 '제조사 마인드'에서 벗어난 첫 스마트TV다. 


태그:#다음TV+, #스마트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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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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