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백씨는 주문이 들어오면 수조에 몸을 담그고 자라를 손으로 잡아냅니다.
 백씨는 주문이 들어오면 수조에 몸을 담그고 자라를 손으로 잡아냅니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백종민(59)씨는 늘 새로운 꿈을 꾸곤 했습니다. 42세가 되면 먼지 폴폴 나는 양복점을 접고 다른 일을 시작하겠노라고 날마다 자신에게 다짐하곤 했답니다. 벌써 18년 전의 일입니다. 백씨는 예전에 장성읍내에서 25년간 양복점을 운영했습니다.

친구(오경술, 59)의 소개로 우연치 않게 알게 된 자라양식업, 그는 자라 양식에 남다른 수완을 보였습니다. 양식 시작 2년여 만에 자라 분양을 했습니다. 595m²(180평)의 양식장에서 연간 소득이 8000만 원을 웃돌았으니 제법 잘 나간 셈이지요.

4년 전부터 고속철도공사(정읍-송정리)로 인해 자라 피해가 이만저만 아닙니다.
 4년 전부터 고속철도공사(정읍-송정리)로 인해 자라 피해가 이만저만 아닙니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3남매 다 갈키고 결혼시키고 부농의 꿈을 키웠습니다. 그러던 중 4년 전부터 고속철도공사(정읍-송정리)로 인해 자라 피해가 이만저만 아닙니다. 굴착작업과 항타작업으로 인한 소음과 진동으로 올봄에 자라 1만여 마리(4억 원)가 폐사했습니다."

자라 1kg 한 마리의 가격은 6~7만 원입니다. 양식장에는 1만5000여 마리의 자라가 크고 있습니다. 80cm깊이의 수조에 담긴 물의 탁도는 자라를 육안으로 식별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자라 키우는 데 가장 어려운 것은 물 만들기입니다. 자라의 서식 환경을 만들어줘야지요. 대량양식시 맑은 물에 자라를 키우면 서로 잡아먹습니다. 자라가 서로를 간섭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물의 탁도가 중요합니다."

백씨는 주문이 들어오면 수조에 몸을 담그고 자라를 손으로 잡아냅니다. 이때 자칫 잘못하면 자라에게 물리기도 합니다. 자라에게 물렸을 경우에는 물린 손을 신속히 물에 담가야 한답니다. 자라는 자신이 살기 위해 물에서 도망가는 습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자라의 알은 45~50°c에서 부화합니다.
 자라의 알은 45~50°c에서 부화합니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자라 1kg 한 마리의 가격은 6~7만원입니다.
 자라 1kg 한 마리의 가격은 6~7만원입니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자라의 알은 45~50°c에서 부화합니다. 온도가 30°c가 넘으면 수컷, 30°c 이하로 떨어지면 암컷으로 태어납니다. 신기하게도 녀석들 암수의 성별을 인위적인 온도 조절로 바꿀 수가 있습니다.

이곳에서 양식한 자라는 분양을 하기도 하고 보양음식의 식재료로 팔려 나갑니다. 백씨에게 자라와 인연을 맺게 해준 친구는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합니다. 그곳에 가면 이곳에서 키운 자라음식을 맛볼 수 있답니다.

복더위 보양식의 끝판왕, 이보다 더 좋은 보양식 있을까?

자라 살코기의 쫄깃한 식감은 흡사 닭고기와 비슷합니다.
 자라 살코기의 쫄깃한 식감은 흡사 닭고기와 비슷합니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보양식의 끝판왕 용봉탕입니다. 자라와 촌닭이 만났습니다. 몸에 좋다는 한약재인 인삼과 당귀, 황귀, 더덕, 녹각 등을 넣고 푹 삶아냈습니다. 친구인 백종민(59)씨 자라농장에서 공급을 받은 그 자라입니다. 우정이 돈독한 두 분은 서로 도와가며 더불어 산답니다.

"자라피가 사슴피보다 좋습니다. 용봉탕이 몸보신에 그만이지요. 자라껍질은 뜨거울 때는 흐믈흐믈하지만 식으면 쫀쫀해져요. 그래서 자라 껍질을 먹을 때는 말을 자주해야 합니다. 안 그러면 입이 붙어버려요."

자라 살코기의 쫄깃한 식감은 흡사 닭고기와 비슷합니다. 껍질은 콜라겐덩어리로 야들야들합니다. 하지만 구수함과 독특한 풍미는 닭고기보다 더 돋보입니다. 기호에 따라 들깨가루나 소금과 함께 먹으면 좋답니다.

자라의 껍질은 콜라겐덩어리로 야들야들합니다.
 자라의 껍질은 콜라겐덩어리로 야들야들합니다.
ⓒ 조찬현

관련사진보기


자라와 함께 삶은 촌닭 역시 여느 촌닭과는 그 맛이 확연히 다름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맛이 어찌나 좋은지 먹는 내내 탄성이 터질 정도랍니다. 이 좋은 식재료들이 만나 한데 어우러져 환상의 하모니를 이뤄내니 몸보신의 끝판왕이라는 말이 무색치 않습니다.

허약체질에 좋다는 용봉탕의 효능은 실로 대단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혹자는 천연비아그라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피를 맑게 해주며 스트레스와 혈압에 효험이 있다고 합니다. 용봉탕 가격은 15만 원으로 한정식과 맞먹습니다. 4~5명이 먹을 수 있는 양이랍니다. 

자라 삶은 국물에 끓여낸 죽 역시 그 맛이 죽입니다. 입안에 살살 녹아듭니다. 상차림은 전반적으로 순수하면서도 맛의 깊이가 대단합니다. 장성 지방에서 나온 식재료만 사용한다는데 맛의 깊이가 오롯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자라, #용봉탕, #복달임, #천연비아그라, #촌닭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