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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전국유통상인연합회와 중소상인살리기전국네트워크(네트워크) 그리고 민주통합당이 한 자리에 모여 대기업 유통업체의 골목상권 파괴를 규탄하고 있다.
 지난 22일, 전국유통상인연합회와 중소상인살리기전국네트워크(네트워크) 그리고 민주통합당이 한 자리에 모여 대기업 유통업체의 골목상권 파괴를 규탄하고 있다.
ⓒ 강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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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이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일제 등을 골자로 한 강동구와 송파구의 '유통재벌 규제 조례'가 제정 절차상 일부 문제가 있다고 판결한 뒤 재벌들의 '영업시간 제한 등 처분 취소' 청구소송이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인천행정법원 또한 재벌들의 손을 들어줬다.

인천행정법원은 지난 16일 롯데마트·신세계이마트·지에스리테일·홈플러스 등이 부평구를 상대로 제기한 '영업시간 제한 등 처분 취소' 청구 건에 대해 "(본안 소송) 판결 선고까지 그 효력을 정지한다"며 신청인의 청구를 인정했다.

인천행정법원은 "신청인(유통 업체)이 제출한 소명 자료를 종합해보면 영업시간 제한 등의 처분으로 인해 신청인들에게 생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긴급하게 효력을 정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진 판결문에서 영업시간 제한 등 처분 정지로 인해 중소상인들이 입을 피해에 대해서는 "효력 정지로 인해 공공복리에 증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자료도 없으므로 신청인의 청구를 인정 한다"고 덧붙였다.

인천은 중소상인을 보호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자는 취지의 중소상인운동이 시작된 곳으로 상인 운동의 메카라고 불리고 있다. 그래서 인천에서 이번 판결은 상당한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부평의 경우, 지난 5월 유통재벌이 제기한 1차 '영업시간 제한 등 처분 취소 청구'가 기각됐고, 그 후 서울행정고등법원에 낸 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도 기각됐다. 그러나 최근 사법부의 재벌 편들기 분위기에 편승해 유통재벌들은 지난 9일 인천지방행정법원에 다시 '처분 취소'청구를 했다.

이와 관련해 부평구 대리소송을 맡고 있는 법무법인 우리법률사무소 진영광 변호사는 "처분취소 청구 등은 일종의 건축 허가와 같은 것으로, 법원에서 기각이 됐다하더라도 주변 환경이나 객관적인 조건 등에 변화가 생기면 언제든지 재청구가 가능하다"며 "아마 지난 6월 서울행정법원이 강동구와 송파구의 조례에 대해 제정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판결한 것에서 비롯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사법부, 공공이익에서 재벌이익으로 불과 석 달"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6월 '강동구와 송파구이 조례 관련 본안 소송'에서 제정절차를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당시 '단체장 재량권 침해'와 '청문절차 위반'을 이유로 조례의 위법성을 문제삼았다. 반면 "대형마트로 인해 피해를 입는 지역의 중소상공인을 보호하려는 (모법의)취지는 그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이번 인천행정법원의 판결문을 보면 "공공복리에 증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자료도 없는 대신, 신청인(유통 업체)들에게 생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긴급하게 효력을 정지할 필요가 있다"고 해석했다.

반면, 지난 4월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는 "영업시간 규제를 통한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의 손실보다 유통기업의 상생발전이라는 공익이 더 중요하다"며 롯데·신세계·지에스리테일·홈플러스·메가마트 등이 서울 강동구청장과 송파구청장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이에 대해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이동주 정책실장은 "공공복리 설파하던 사법부가 재벌 이익을 걱정하는 집단이 되기까지 불과 석 달밖에 안 걸렸다"며 "무슨 이어령 비어령 집단도 아닌데 그때그때 해석이 달라지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시장경영진흥원과 소상공인진흥원에서 조사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유통재벌 규제조례' 시행 후 동네슈퍼는 매출이 23% 올랐고, 야채 등 청과물시장은 30%가 올랐다. 재벌 규제로 인한 공공복리 효과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도 이게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헌법 119조 경제민주화 조항에 따른 재벌규제 효과를 보고 싶지 않다는 것 아니냐? 참담하기 그지없다"고 말했다.

중소상인의 우려와 달리 인천행정법원 또한 재벌들의 편을 들어주면서 유통재벌의 소송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유통재벌은 현재 ▲ 서울 마포·강서·관악구 ▲ 경기도 부천·광명시 ▲ 부산 남구 ▲ 광주 남·동·서·광산구 ▲ 전남 목포시 ▲ 전북 남원시 ▲ 대구 동·▲ 경북 포항시 ▲ 경남 김해·▲ 강원 강릉·등 기초자치단체를 상대로 '영업시간 제한 등의 취소 처분'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조례 개정 준비하는 지자체 대응 긴밀해질 전망

동시에 조례 개정을 서두르고 있는 해당 지자체의 대응 또한 긴밀해질 전망이다. 동시에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에 대한 목소리도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부평구는 지난 16일 구의회가 조례를 개정한 뒤 그에 따른 '대형마트 규제 시행규칙'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이르면 8월 중 시행규칙을 공포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진영광 변호사는 "유통재벌이 '영업시간 제한'에 맞서 취하고 있는 게 위헌, 국제법 위반, 상위법(국회법) 위반, 제정절차 위반, 이렇게 네 가지"라며 "그 중에서 상위법 위반과 제정절차 위반에 대해 서울법원이 재벌들의 손을 들어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에 청구원인을 없애기 위해 행정절차를 걸치고 상위법에 부합하는 개정안을 제정하는 게 시급했다"며 "상위법 위반과 절차 위반이 없으면, 위헌과 국제법 위반 소송을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인천법원이 이번에 재벌들의 청구를 인정했기 때문에 당분간 영업정지는 무효"라며 "지난 20일 열린 '부평구 조례' 본안 소송 1차 변론 때 변론을 8월 24일로 연기했다, 그래서 그전에 시행규칙을 공포하는 것이 지금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통재벌도 그러면 청구원인을 바꾸거나 새로운 시행규칙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지만, 그건 그때 가서 또 볼 일"이라고 덧붙였다.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인태연 회장은 "지자체가 고사 직전의 지역경제와 중소상인 살려보겠다고 도입한 최소한의 장치마저 다 무력화 시키고 있다"며 "백주대낮 눈앞에서 목을 조르는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대형마트와 SSM에 영업시간제한과 의무휴업일제를 적용하고 나아가 이를 확대할 수 있도록 유통법을 개정해야 한다"며 "유통법 개정이 곧 경제민주화다, 유통법 개정에 나서지 않는 정치세력은 거짓이다, 여야가 서둘러 개정하기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pecopress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대형마트, #유통재벌, #의무휴업일,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유통산업발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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