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흔히들, 뉴스란 일어난 사건을 기자가 객관적인 입장에서 있는 그대로 보도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뉴스는 현실의 사건을 선택·가공·편집하여 수용자들에게 현실을 바라보는 하나의 프레임(frame :틀)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기자 또는 언론사에 의해 수집된 정보와 이슈는 사회적 규범과 가치, 뉴스조직의 압력과 강제, 이익집단의 영향력, 편집국 또는 회사의 이데올로기적·정치적 성향에 따라 프레이밍(틀짓기)을 한다. 1978년 언론학자 터크만이 참여관찰연구를 통해 밝혀낸 '뉴스의 프레임 이론'의 골자다. 그런데 이러한 뉴스 프레이밍이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특히 선거를 앞두고 뉴스가 언론의 이념적·정치적 프레임에 의해 종종 정의되고 선택되어진다. 그러나 뉴스 프레임은 객관성과 공정성을 상실하기 쉽기 때문에 매우 위험하다. 최근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관한 뉴스가 그렇다.

뉴스 프레임을 논하기에 앞서 먼저 '안철수 현상'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안철수 바람', 왜 정치권 요동치게 하나?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문구 광화문점에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원장의 신간 <안철수의 생각>이 출간돼 진열되어 있자, 서점을 찾은 시민들이 관심을 보이며 책을 읽고 있다.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문구 광화문점에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원장의 신간 <안철수의 생각>이 출간돼 진열되어 있자, 서점을 찾은 시민들이 관심을 보이며 책을 읽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참 희한하다. 그는 대선출마 선언을 하지 않았는데 대선후보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보수든 진보든 언론은 그의 미세한 행보도 주목하고 있다. 여론조사마다 계층과 세대를 아우른 호감도가 높다. 왜 그럴까. 최근 여론조사결과에서도 안철수 원장은 역시 주목의 대상이다.

<오마이뉴스>가 여론조사전문기관인 <리서치뷰>에 의뢰해 지난 16일부터 17일까지 2일간 전국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결과가 흥미를 끈다. 대선후보 다자대결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의원이 가장 높지만, 박 의원과 안 원장이 1:1로 가상 대결할 경우, 안 원장이 오차범위 내인 2.2%p 내에서 박 의원을 뒤쫓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번 여론조사결과, 안 원장의 경우 젊은 층의 지지율이 높게 나타난 점이 시선을 끈다. 20대에선 박 의원(27.3%)과 안 원장(27.3%)이 팽팽한 접전을 보였지만 30대에선 안 원장(34.0%)이 박 의원(20.4%)을 앞질렀다.

또 다른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의 7월 둘째 주 여론조사결과에서도 다자구도에선 박 후보가 41.2%로 앞섰지만 박 후보와 안 원장의 양자대결에서는 박 후보(48.0%)와 안 원장(43.4%)이 접전을 보였다.

왜 이런 현상이 계속되고 있는 것일까? 단순한 신드롬으로 넘기기엔 뭔가 부족하다.

강준만 전북대 신방과 교수는 최근 펴낸 <안철수의 힘>(인물과사상사 출판)이란 책에서 '안철수'를 통해 '증오의 정치'를 넘어서는 정치적 인프라는 구축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강교수는 20일자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증오와 비판 자체가 잘못됐다는 건 아니다. 주장을 피력하고 반대편을 비판하는 건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다. 다만 상대편을 지지하는 국민의 반을 적으로 돌리는, 증오가 횡행하는 지금의 정치문화가 바람직한 것인지를 묻는다. 진영논리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진영논리로 싸워선 안될 일까지 시종일관 진영논리의 포로가 돼 싸우는 게 문제다."

그런데 공개지지를 선언했는데 막상 안 원장이 출마하지 않거나 중도 탈락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에 대해 강 교수는 "안 원장이 여러 가지 메시지를 던졌는데 그걸 꼭 대통령이 돼야만 할 수 있는 건 아니다"며 "얼마든지 자기를 지지했던 사람들에게 지속적으로 메시지를 보낼 수 있고 그 총합적·반복적 효과는 클 수 있다는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안 원장이 그의 생각을 정리해 출판한 책이 서점에 내놓기 무섭게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지난 19일 발간된 <안철수의 생각>(안철수 지음·제정임 엮음, 김영사 출판)은 첫날부터 서점가를 휩쓸며 역대 일일 판매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안 원장의 책 출간을 시발점으로 그를 향한 기대도 달아오르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조중동> '안철수 바람'에 냉소적인 이유

<조선일보> 7월 20일자 2면.
 <조선일보> 7월 20일자 2면.
ⓒ 조선일보

관련사진보기


그런데 보수신문들은 '안철수 현상'을 애써 외면하고 있는듯 하다. <안철수 생각> 책 출판 이후 더욱 거세게 부는 '안철수 바람'에 지극히 냉소적이다.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이하 <조중동>)은 안 원장의 책 출간 이후 "갑자기 서두르는 이유가 의아하다"는 반응과 함께 "참신함이 없다"고 평가했다.

우선 <조선일보>는 안 원장의 정책을 '민주당'으로 묶어 해석해 버렸다. <조선>은 20일 2면 '안철수의 정책 생각…대부분 분야에서 민주당과 닮았다'란 제목을 뽑았다. 기사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민주당과 입장이 흡사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대선후보군으로 묶어 참신함을 떨어뜨리려는 의도로 읽힌다. 더욱이 안 원장이 우유부단하고 매사에 간만 보는 사람처럼 부각시켰다. 

"'안 원장은 우유부단하다, 간만 본다는 비판도 있다'는 질문에 '창업자나 경영자는 본질적으로 우유부단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며 '(서울시장 선거 때) 50% 지지가 나오는 상태에서 5% 지지도의 상대에게 20여분 만의 대화 끝에 후보 자리를 양보한 것도 우유부단한 사람의 행보는 아닐 것'이라고 했다."

<조선>은 23일 3면 '안의 신비주의 정치공학'일단 성공...주자들 "대선이 이래도 되나"'란 제목의 기사에서도 안 원장의 책 출판과 방송 인터뷰 등에 관한 정치권의 각계 반응을 다뤘지만 긍정적 시각보다는 부정적인 제목과 편집이 눈에 띄었다. 기사는 특히 민주당과 안 원장 간의 갈등을 유도하는 발언을 비중 있게 다뤘다. 기사는 민주당 후보의 말을 인용해 "안철수 현상을 보면서 우리나라가 잘못 가도 한참 잘못 간다는 것을 느꼈다"며 "이것은 정상적인 정치가 아니다"라고 전했다.

<동아일보> 7월 20일자 3면.
 <동아일보> 7월 20일자 3면.
ⓒ 동아일보

관련사진보기


<동아일보>는 한 발 더 나아가 20일자 3면에서 '안의 생각, 박근혜와 닮은 꼴?'이란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이 기사는 "안 원장이 19일 펴낸 책 '안철수의 생각'에 담긴 경제민주화, 복지 등에 대한 진단이 박 의원이 밝혀 온 국정운영 구상과 매우 닮았다는 얘기가 많다"며 "경제민주화와 복지는 거론하지 않는 대선주자가 없을 정도로 공통 화두다. 하지만 저마다의 해법 속에서도 안 원장과 박 의원의 거리가 유독 가까워 보이는 게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기사는 이어 "두 사람이 추구하는 복지 모델은 매우 흡사하다"며 "경제민주화에 대한 인식도 닮았다"고 안 원장이 책에서 밝힌 발언들 중 일부를 박 의원의 생각에 꿰맞췄다. 분명 안 원장의 보편적 복지 구상과 박근혜 의원의 복지 정책은 차이가 있다.  재벌문제, 경제성장 전략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동아>는 두 사람의 유사성을 굳이 강조했다. 왜 그랬을까. 그 이유를 기사 말미에서 전해줬다. "'안풍'을 견제하기 위해 '김 빼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는 대목에서다.

<중앙일보>도 20일 1면 '안철수 "중하위층도 복지비용 분담해야"'란 제목을 뽑아 들었다. 기사는 "안철수 원장이 19일 저서 <안철수의 생각>을 출간하고 '복지 확충을 위해 소득 상위층뿐 아니라 중하위층도 형편에 맞게 조금씩은 함께 비용을 부담하며 혜택을 늘려가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는 내용을 리드로 다뤘다. 유독 중하위층에게 복지비용을 분담한다는 내용을 강조한 이유가 궁금하다.

안철수 원장이 23일 밤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 출연해 세간에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조중동>은 그를 일제히 공격했다. <중앙>은 사설 '힐링캠프, 방송 정치중립성 고려했어야'에서 부정적 시각을 드러냈다. "시청자들의 관심이나 재미와 무관하게 이번 방송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방송의 정치중립성을 훼손한 사례로 기록될 듯하다"고 규정한 뒤, "치열한 대선 레이스 5개월을 앞두고 모든 지상파 방송은 힐링캠프를 반면교사로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동아>도 4면 ''예능 대선'...허허 웃다 허허'란 제목의 기사에서 냉소와 비판을 쏟아냈다. "2012년 대선은 정책 경쟁이 사라진 '엔터테인먼트 대선'으로 흐를 것인가"라고 리드에서 반문한 기사는 "정책공약 발표가 외면당하고 예능 프로그램을 통한 이미지 마케팅만 주목받는 건 본말이 전도됐다"고 꼬집었다. 기사는 한 대학 교수의 말을 인용해 "미디어 정치의 확대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정치·정책 능력이 검증된 대선주자에게 플러스 요소가 되는 정도여야지 인지도를 단번에 높이거나 이미지를 팔기 위한 한탕주의의 수단이 돼선 안 된다"고 적었다.

<조선> 역시 사내칼럼 <만물상>에서 '예능정치'란 제목과 함께 "어젯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SBS 예능 프로 '힐링캠프'에 출연하기까지 이런저런 말이 많았다"며 "예능 정치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은 뉴미디어 시대에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고 일갈했다.

박근혜 입에만 주목하는 <조중동>...관대한 의제설정

대선 출마를 선언한 박근혜 새누리당 예비후보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주최로 열린 대선 예비후보 초청 정치부장 포럼에 참석해 5.16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날 박 예비후보는 "5.16이 오늘의 한국이 있기까지 초석을 만들었다고 본다"며 "(아버지가) 바른 판단을 내리셨다"고 말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박근혜 새누리당 예비후보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주최로 열린 대선 예비후보 초청 정치부장 포럼에 참석해 5.16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날 박 예비후보는 "5.16이 오늘의 한국이 있기까지 초석을 만들었다고 본다"며 "(아버지가) 바른 판단을 내리셨다"고 말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안철수 원장에 냉소적인 <조중동>이 박근혜 의원에 대해선 관대한 의제설정을 보이고 있다. 박 의원은 16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5·16 군사쿠데타에 대해 "돌아가신 아버지로서는 불가피하게 최선의 선택을 한 게 아닌가 한다"며 "그 뒤에 나라의 발전, 오늘날의 한국이 있다는 점을 돌아볼 때 5·16이 초석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바른 판단을 내리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박 의원의 발언에 대해 시민사회단체와 야당은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헌정질서를 파괴하고 민주주의를 뒤집은 군사쿠데타와 독재를 옹호하는 발언"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 등은 박 의원의 역사관을 비판하며 "헌법 최고수호자가 되겠다는 사람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역사적 평가까지 부정한 것은 역사에 대한 도전이고 도발"이라고 1면과 사설 등에서 비판했다.

그런데 <조중동>은 달랐다. 이들 신문은 다음날 비판여론에 대한 기사나 평가보다는 그대로 나열하는 '받아쓰기 기사'를 내보냈다. 보수신문들이 내보낸 제목만 봐도 박 의원에 관대한 의제설정을 하고 있다는 판단을 하게 만든다.

"5·16은 불가피한 선택 바른 판단이었다 생각"  -<조선> 2면
박근혜 "5·16, 아버지로서는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  -<중앙> 4면
박정희 평가, 공과를 함께 보자  -<중앙> 사설

<조선일보>는 17일 2면 "5·16은 불가피한 선택 바른 판단이었다 생각"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박 후보는 5·16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5·16 당시로 돌아가 볼 때 우리 국민이 초근목피로 보릿고개를 넘기면서 가난 속에서 살았고, 안보적 위기 상황이었다'며 '돌아가신 아버지로서는 불가피하게 최선의 선택을 하신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고 발언내용을 그대로 전했다. 기사는 이어 '5·16과 유신', '안철수와 문재인', '친인척 관리와 정수장학회', '사당화 논란 및 당내 통합'으로 나눠 박 의원의 답변을 그대로 받아 적어 내보냈다. 박 의원 발언에 대한 평가나 비판은 찾아볼 수 없다.

<중앙일보>도 1면과 4면 '박근혜 "5·16, 아버지로서는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 등의 기사에서 박 의원의 발언을 평가 없이 그대로 나열했다. <중앙>은 특히 '박정희 평가, 공과를 함께 보자'란 제목의 사설에서 "공은 공대로 과는 과대로 보자는 '역사 공과론'은 대선 승리에 몰두하는 바람에 놓치기 쉬운 국민통합의 절실함을 상기시킨다"며 해괴한 논리를 펼쳤다. "문화혁명의 소용돌이 속에 마오쩌둥에게 목숨을 잃을 뻔한 덩샤오핑은 마오의 역사적 과오만 들춰내지 않았다"고 밝힌 사설은 "한국 대선의 역사 논쟁은 공과 과를 함께 보는 눈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5·16과 유신엔 공도 있고 과도 있다"는 궤변으로 박정희의 5·16쿠데타와 유신을 옹호했다.

<동아일보>도 별반 다르지 않다. '박근혜, 자신 관련 문제에 더 엄격해야'란 제목의 사설에서 동생 박지만과 서향희 부부 문제와 정수장학회를 언급하기는 했지만, "새누리당의 사당화 논란, 소통 부족과 독선적 이미지, 5·16과 유신에 대한 평가 등 다른 민감한 내용의 질문도 많았지만 박 의원은 회피하지 않고 당당하게 답변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태그:#안철수, #박근혜, #대선보도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5,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