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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석 여수시장이 의회가 반대한 '세계 4대 미항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여수산단 입주 기업들로부터 돈 받아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때문에 애꿎은 시 집행부와 의회 간 갈등의 골만 깊어지고 있습니다. 말 많은 세계 4대 미항은 25일 '여수 라운드테이블 포럼'에서 선포됩니다.

 

포럼은 7월 21일부터 25일까지 5일간 여수에서 열립니다. 주 내용은 여수를 시드니와 리우데자네이루 그리고 나폴리에 버금가는 세계 4대 미항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입니다. 그야말로 야심찬 계획입니다. 실은 이 사업, 지난 3월 26일 제138회 여수시 임시회에서 예산이 삭감된 사업입니다.

 

의회가 의미 없는 일이라며 예산을 승인하지 않았죠. 결국, 사업 추진 여부가 불투명해졌는데 불사신처럼 되살아났습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시장이 의회가 삭감한 예산을 여수산단 입주업체들에게서 받았기 때문입니다. 먼저, 당시 의회가 내세운 예산 삭감 이유를 살펴봐야 합니다.

 

의회는 제 138회 임시회에서 '세계 4대 미항 사업 2억 원은 민간경상보조로는 매우 큰 지원금이다' 따라서 '시민 공감대 형성이 선결과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조선소가 시내 한가운데 있는 여수시를 세계적 미항이라 내세우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때문에 '이를 개선하는 노력이 선결되어야 하고 추진계획 수립에도 내실을 기해야 한다'고 예산 삭감 이유를 들었죠. 결국, 사업에 필요한 돈이 의회 비협조로 하루아침에 사라졌습니다. 일이 이 지경에 이르자 김 시장이 나섰습니다. 그는 지난 3월 28일 '눈물의 기자회견'을 엽니다.

 

 

눈물의 기자회견 이틀 후, 시와 상공회의소 업무협약

 

시장은 기자회견에서 "성웅 이순신 장군 동상 건립비 9억 원과 세계 4대 미항 프로젝트 보조금 2억 원 그리고 여수세계박람회 유치기념관 1억5000만 원과 여수시청 캐노피공사 7억 원으로 박람회 전에 완공하려 하였으나 예산을 확보하고 편성해 주어도 쓰지 못하게 됐다"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또, "이는 여수의 망신이 될 수 있습니다, 누구든 결코 후회할 일은 해서는 안 됩니다, 여수시의 현실을 잘 이해하시는 시민, 단체, 기업인 여러분! 뜻이 있는 분들이 도와주시면 비석에 새겨 그 공적을 영원히 기리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며 안타까운 회견을 마쳤습니다.

 

중요한 사실은 회견에서도 밝혔듯이 시장은 시민, 단체, 기업인들에게 도와달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시민과 단체에게는 어떤 도움의 요청도 없었습니다. 단, 기업에게는 발 빠르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기자회견 후 이어진 기업과의 업무협약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시장은 의회가 예산을 삭감한 지 나흘 그리고 눈물의 기자회견 이틀 후인 3월 30일, 여수상공회의소와 업무협약을 맺습니다. 명분은 박람회 성공을 위해 여수산단이 25억 원을 내겠다는 약속입니다. 시가 박람회 성공과 지역발전을 위해 의회의 손은 뿌리치고 기업과 손을 맞잡은 겁니다.

 

업무협약을 하는 자리에서 김 시장은 "여수상공회의소에서 박람회 성공개최를 위한 25억원 상당의 지원 사업 추진을 결정해 주셔서 감사드린다"며 "여수시가 '세계 4대 미항', 2020년 '국제 해양 관광 레저 스포츠 수도'로 도약하는 데 여수 상공회의소의 지원과 협력을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재밌는 사실이 있습니다. 시장이 여수상의와 업무협약을 맺었던 날 세계 4대 미항을 선포할 환태평양 도시발전협의회(PRCUD)와도 업무협약을 맺습니다. 이제 여수는 의회가 예산을 삭감하면 여수산단으로 달려가면 그만입니다.

 

시장은 의회가 사업을 막으니 여수산단에 손을 벌려서라도 돈을 마련했습니다. 또, 여수산단 입장에서는 인, 허가 권한을 손에 쥐고 있는 시 요구를 거부하기 힘들었다고 말할 겁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시와 산단이 서로 필요한 부분을 채웠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재밌는 일은 또 있습니다. 아쉽게도 예산 집행은 시에서 못합니다. 여수상의가 예산을 집행합니다. 왜냐하면, '기부금품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에 어긋나서 시 예산으로 집어넣을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시, 여수상의에 사용처 적은 목록 전달

 

방법을 궁리한 여수시가 여수상의에 사용처 적은 목록을 보냈습니다. 다른 곳에 돈쓰지 못하도록 말이죠. 그 목록에 이번 포럼이 들어있습니다. 여수시 행사에 특정단체가 돈을 내니 모양새가 우습네요. 안타깝게도 시장은 포럼을 추진하면서 의회와 지역민의 공감대 형성에는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시장 혼자 세계 4대 미항을 만들겠다고 열을 올리고 있지요. 때문에 의회는 쓸모없는 일이라며 예산을 승인하지 않았고요. 결국, 의회가  반대하자 시장이 다른 곳에 손을 내밀었던 겁니다. 여수상공회의소와 여수국가산단공장장협의회가 미항 건설을 위해 돕겠다고 나선거지요.

 

그리고 이 모든 결정의 피해는 고스란히 여수시민에게 돌아올 겁니다. 시 기획경제국장은 "세계박람회 개최 기간 동안 외국 관람객이 많이 온다, 이런 때에 세미나를 열면 도시 브랜드 선점과 국, 내외 홍보 효과가 크다, 의회가 예산을 삭감했지만 시장이 의지 가지고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회의를 마치고 나면 여수시민들은 아름다운 미항에서 살게 될까요? 시의회가 이순신 장군 동상 건립과 포럼 추진과정을 따져 물을 조사특위를 구성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이고 있습니다. 박람회 폐막 후, 여수시 이곳저곳에서 그동안 억눌렸던 갈등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여수넷통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김충석 여수시장, #여수상공회의소, #환태평양도시발전협의회, #여수 라운드테이블 포럼, #여수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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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아들 커가는 모습이 신기합니다. 애들 자라는 모습 사진에 담아 기사를 씁니다. 훗날 아이들에게 딴소리 듣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세 아들,아빠와 함께 보냈던 즐거운(?) 시간을 기억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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