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18일 강원도 철원군 김화읍 3사단(백골부대)을 방문한 새누리당 대선주자 박근혜 의원이 여군들의 도움을 받아 야전 상의(전투복)을 입고 있다.
▲ 여군 도움 받아 군복입는 박근혜 의원 18일 강원도 철원군 김화읍 3사단(백골부대)을 방문한 새누리당 대선주자 박근혜 의원이 여군들의 도움을 받아 야전 상의(전투복)을 입고 있다.
ⓒ 최경준

관련사진보기


백골부대인 육군 3사단 윤완선 사단장이 18일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에게 선물한 부대의 상징 은색 해골 모형.
 백골부대인 육군 3사단 윤완선 사단장이 18일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에게 선물한 부대의 상징 은색 해골 모형.
ⓒ 최경준

관련사진보기


5·16 쿠데타에 대해 "최선의 선택"이라고 말해 역사인식 부재를 비판받고 있는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이 강원도 최전방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해 '특별한' 선물을 받았다. 새누리당 대선 경선 주자인 박근혜 의원은 18일 강원도 철원군 김화읍 3사단(백골부대)을 방문해 사단장인 윤완선 소장 등의 안내를 받으며 생태평화공원 등을 둘러봤다.

이 과정에서 윤완선 사단장은 박근혜 의원에게 부대 상징인 은색 해골 모형을 선물했다. 그는 "절대 불패 신화의 역사를 갖고 있는 기념품"이라며 "이것을 가지고 있으면 절대 패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환하게 웃으며 "백골이 아름답게 보이는 일도 있네요"라고 화답했다. 군의 지휘관인 장성이 대선을 앞두고 특정 정당의 후보에게 "절대 패하지 않을 것"이라며 선물을 건넸다는 점에서 군의 정치적 중립성과 관련해 논란이 될 수 있는 대목이다.

박근혜를 기다리는 '스타'들

대선 출마를 선언한 박근혜 새누리당 예비후보가 18일 오후 강원도 철원군 육군 3사단 백골부대를 방문해 최전방초소에서 전방을 둘러보고 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박근혜 새누리당 예비후보가 18일 오후 강원도 철원군 육군 3사단 백골부대를 방문해 최전방초소에서 전방을 둘러보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박근혜 의원은 이날 예정보다 40분가량 늦은 오후 3시경 백골부대에 도착했다. 백골부대 통문 앞에는 군부대 장병 20여 명과 정호조 철원군수 및 군청 공무원, 정연만 환경부 기획조정실장 등 환경부 공무원, 그리고 박 의원 방문을 취재하기 위한 취재진 40여 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특히 별 3개를 단 김현집 5군단장과 별 2개를 단 윤완선 3사단장 등 고위급 장교들도 일찌감치 나와 박 의원을 기다렸다. 늦게 도착한 박 의원이 부대 방문을 마치고 돌아가기까지 약 1시간 30여분 동안 이들 장성급 부대장들은 자신의 업무를 손에서 놓고 있었던 셈이다.

공교롭게도 박 의원이 이날 부대를 방문하기 직전 북한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에게 원수 호칭을 부여키로 했다는 '중대 보도'를 하면서 그 배경을 둘러싸고 비상한 관심이 모아졌다. 그러나 윤완선 사단장은 "북한의 '중대 보도' 예고로 부대가 많이 바빴을 것 같다"는 기자의 질문에 "그건 북한 애들한테나 중대한 일"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박 의원 측 한 관계자는 "당초 헌병대장 정도만 나와서 경호해 주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며 "이렇게 높은 분들이 많이 나와서 우리도 당황했다"고 말했다. 장성급 부대장들이 차기 유력 대선 주자의 방문을 앞두고 알아서 '긴' 셈이다. 특히 이들의 예고치 않은 참석으로 인해 정작 박 의원을 밀착 보호해야 할 경호원들은 탑승 차량 부족으로 곤란을 겪어야 했다.

박 의원은 부대에 도착하자마자 여군들의 도움을 받으며 야전 상의를 입었다. 일반인의 출입이 엄격히 금지되어 있는 DMZ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누구나 군복을 착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박 의원은 자신을 둘러싼 기자들이 이미 야전 상의를 입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서 "벌써들 입으셨어요? 잘 어울리시네요"라고 웃어 보였다.

그는 이어 전방 지역이 고스란히 내려다보이는 백골 관측초소(OP)로 향했다. 박 의원이 탄 6인승 승합차에 김현집 군단장과 윤완선 사단장, 이상일 의원 등이 앉는 바람에 경호원은 단 1명만이 탑승했다. 박 의원의 탑승 차량 앞뒤로는 헌병 컨보이와 군 지프 등 7대의 경호 차량이 줄줄이 따라붙었다.

관측소에 도착한 박 의원은 "자랑스러운 백골부대의 전통을 이어 항상 승리하십시오"라는 글귀를 방명록에 남긴 뒤, 군 관계자로부터 전방 지역 안보 현황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관측초소에서 내려다보이는 지역은 영화 <고지전>의 배경이 됐을 만큼 치열한 싸움이 있었던 곳이다.

군 관계자는 브리핑을 마무리하면서 "북한의 도발에 대비해 투철한 군인 정신과 확고한 대적태세를 갖추고 있다"며 "휴전 이후 30여 회의 적 침투·도발이 있었지만 한 번도 침투를 허용하지 않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윤완선 사단장이 박근혜 의원에게 은색 해골 모형과 기념메달을 건넨 것은 이때였다. 관측소 전망대를 등지고 기념촬영할 때, 박 의원은 "군에서는 사진찍을 때 안 웃으시냐"며 참석자들의 웃음을 자아내는 등 분위기를 이끌기도 했다.

군복을 입은 박 의원 모습은 기자들에게 흔치 않은 취재거리였다. 박 의원에 대한 사진·동영상 기자들의 주문이 끊이지 않은 이유였다. 박 의원이 관측초소 밖으로 나와 최전방초소에 올라가자, 멀찌감치에서 자리잡고 기다리던 기자들이 "이쪽 좀 봐 달라"며 아우성을 쳤다. 박 의원이 그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이번에는 "쌍안경으로 봐 달라"는 주문이 이어졌다. 박 의원은 능숙한 표정으로 "언론인들의 요구가 있으니, 그럼…"이라며 쌍안경을 눈에 대고 사진기자들을 위해 포즈를 취했다.

이어 DMZ 생태평화공원으로 조성되는 요양보 습지를 둘러본 박 의원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오랫동안 보전된 자연환경을 두고 "아름답다"는 감탄사를 연발했다. 'DMZ 생태공원 조성'은 원래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이다. "전쟁과 분단, 대립의 현장에서 생태계의 생명력을 인류사회의 평화로움으로 승화시키는 현장으로 조성하겠다"는 취지였다. 이달 초 기념식을 했고, 올 하반기에 정식으로 문을 열면 60년 만에 민간에게 개방되는 셈이다.

박 의원은 공원 방문을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최전방 접경지역에 오니 장병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새삼 든다. 마음이 든든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역사의 아픔과 상처를 상징하는 DMZ를 생태와 생명, 평화의 공원으로 바꾸는 노력에 기대가 크다"면서 "접경지역 경제도 활성화하는 방안으로 공원을 잘 만들었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박근혜 새누리당 예비후보가 18일 오후 강원도 철원군 육군 3사단 백골부대를 방문한 뒤 배웅나온 국군장병으로부터 자신의 얼굴이 그려진 캐리커쳐를 선물을 받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 백골부대 방문한 박근혜 의원 대선 출마를 선언한 박근혜 새누리당 예비후보가 18일 오후 강원도 철원군 육군 3사단 백골부대를 방문한 뒤 배웅나온 국군장병으로부터 자신의 얼굴이 그려진 캐리커쳐를 선물을 받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대선 출마를 선언한 박근혜 새누리당 예비후보가 18일 오후 강원도 철원군 육군 3사단 백골부대를 방문한 뒤 배웅나온 국군장병들을 함께 기념촬영을 하자, 장병들이 손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어 보이고 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박근혜 새누리당 예비후보가 18일 오후 강원도 철원군 육군 3사단 백골부대를 방문한 뒤 배웅나온 국군장병들을 함께 기념촬영을 하자, 장병들이 손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어 보이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대선 출마를 선언한 박근혜 새누리당 예비후보가 18일 오후 강원도 철원군 육군 3사단 백골부대를 방문한 뒤 배웅나온 국군장병들을 포옹하며 격려하고 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박근혜 새누리당 예비후보가 18일 오후 강원도 철원군 육군 3사단 백골부대를 방문한 뒤 배웅나온 국군장병들을 포옹하며 격려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백골 관측초소(OP)에서 전망대를 등지고 기념촬영을 할 때, 박근혜 의원은 "군에서는 사진을 찍을 때 안 웃으시냐"며 참석자들의 웃음을 자아내는 등 분위기를 이끌기도 했다.
▲ 박근혜 의원 한 마디에 별들도 '활짝' 백골 관측초소(OP)에서 전망대를 등지고 기념촬영을 할 때, 박근혜 의원은 "군에서는 사진을 찍을 때 안 웃으시냐"며 참석자들의 웃음을 자아내는 등 분위기를 이끌기도 했다.
ⓒ 최경준

관련사진보기


다시 백골부대 앞 통문으로 자리를 옮긴 박 의원은 2열로 도열해 있는 사병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기도 했다. 박 의원이 "여러분들이 사기충천해서 근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하자, 20여 명의 사병들은 동시에 "대표님, 파이팅!"이라고 크게 외쳤다. 사병들과의 기념 촬영 때는 한 장교가 주먹을 치켜 올리며 "'백골부대 파이팅'이라고 외치자"고 제안했지만, 사병들은 이를 무시한 채 사전에 입을 맞춘 듯 두 팔을 머리 위로 올려 하트모양을 만든 뒤 "대표님, 사랑합니다"라고 외쳤고, 그 바람에 기념 촬영을 다시 해야 했다.

기념 촬영까지 마친 박 의원은 뭔가 아쉬운 듯 쉽게 돌아서지 못하고 머뭇거리더니, "다는 못 해 드리지만 앞에 계신 분들이라도 제가 한 번씩 안아 드리고 싶다"고 제안했다. 처음 박 의원에게 안긴 사병들은 자신의 직책과 이름(관등성명)을 큰 소리로 외쳤다. 장교가 이를 제지하자, 이후부터는 "존경합니다", "사랑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등의 인사말로 바뀌었다. 한 사병은 박 의원에게 자신이 직접 그린 박 의원의 캐리커처를 선물하기도 했다.

박 의원이 야전 상의를 벗고 차량에 탑승하는 동안에도 통문 앞에 정렬해 있던 사병들은 다시 한 번 큰 목소리로 "의원님, 파이팅!" "의원님, 사랑합니다"라고 합창했다.

"5·16에 대해 저 같이 생각하는 모든 국민은 잘못?"

대선 출마를 선언한 박근혜 새누리당 예비후보가 18일 오후 강원도 철원군 DMZ(비무장지대) 생태평화공원을 방문해 5.16 쿠데타에 관한 취재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박근혜 새누리당 예비후보가 18일 오후 강원도 철원군 DMZ(비무장지대) 생태평화공원을 방문해 5.16 쿠데타에 관한 취재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한편, 박근혜 의원은 이날 생태평화공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5·16 발언 논란과 관련 "저처럼 생각하는 국민도 많이 계시고 또 달리 생각하는 분들도 있다"며 "그렇다면 그것은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또 "정치권에서 국민의 삶을 챙길 일도 많은데 계속 역사 논쟁을 해야 하느냐"고 반문한 뒤, "저같이 생각하는 모든 국민은 잘못된 사람들이나"면서 "정치인이 그렇게 말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앞서 박 의원은 지난 16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선친으로서는 불가피하게 최선의 선택을 한 게 아닌가라고 생각한다"며 5·16 쿠데타를 옹호했다가 여야 대선주자들로부터 십자포화를 맞았다.


태그:#박근혜, #백골, #5.16, #DMZ, #생태평화공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