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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스스로 일할 권리를 찾고 청년세대와 연대해 복지사회를 구현하자며 노인노조 결성을 추진하는 노인단체가 17일 출범했다. 이날 창립대회에는 어버이연합 소속 회원들이 몰려와 '노인노조를 결성하려는 저의가 뭐냐'며 항의하기도 했다.

 

'복지시대 시니어 주니어 노동연합(아래 시니어 노동연합, 대표 최자웅 신부)'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시 종로구 연지동에 있는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창립대회를 열었다.

 

시니어 노동연합은 노인복지와 일자리 확대를 중점사업으로 하는 노인조직으로, 이날 창립사에서 "노인문제가 국가와 사회의 핵심과제가 됐지만 우리 사회의 대책은 매우 미흡해 안타깝다"며 "노년세대 스스로 힘을 결집하는 일이 요구되는 시기"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시니어 노동연합은 '노인노동조합' 결성을 추진하고 있다. 올 10월 이들의 목표가 이뤄지면 2010년 창립한 청년유니온에 이어 두 번째로 '세대별 노조'가 등장하게 된다.

 

그러나 현행법상 두 개 이상 광역시·도에 걸친 노조를 만들려면 고용노동부에 신고해 장관에게 신고증을 받아야 한다.

 

청년유니온에 이은 두 번째 세대별 노조

 

노동부 관계자는 12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노인노조도 (조합원을 노동자로 볼 수 없는 건) 마찬가지"라며 "노동법상 근로자가 아니라면 노동조합을 만들기 어렵다"고 말했다.

 

노동부는 그동안 '구직자는 고용관계가 성립하지 않으므로 노동자로 볼 수 없다'며 청년유니온의 설립 신고를 반려해 왔다. 하지만 올 2월 서울행정법원은 "구직자가 노조법상 근로자가 아니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청년유니온은 이 판례를 바탕으로 서울과 광주·인천의 지역노조로 설립허가를 받았다. 시니어 노동연합 역시 전국 단위의 노인노조 설립이 어려우면 지역노조로 시작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세대 간의 갈등을 뛰어넘어 연대하는 것은 시니어 노동연합의 또 다른 목표다. 시니어 노동연합은 "청년세대의 무기력한 삶과 노년세대의 가난 등은 구조적 모순에서 기인한다"며 "이를 (두 세대의) 공동 과제로 설정한다"고 덧붙였다.

 

한지혜 청년유니온 위원장도 이날 창립대회에 참석해 "최저임금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세대가 청년이고 어르신"이라며 "일할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같이 연대해 힘차게 싸워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행사에 참여한 시니어 노동연합 회원 200명은 박수로 화답했다.

 

환영받지 못한 '불청객'들도 있었다. 보수성향 시민단체 '대한민국어버이연합(아래 어버이연합)'는 창립대회가 시작하기 10분 전쯤 행사장 앞에 몰려와 "노인노조를 결성하는 저의가 뭐냐" "누구 지시냐, 노인노조는 결성할 수 없는 거다"며 항의했다.

 

전날 혜화경찰서로부터 연락을 받은 시니어 노동연합은 어버이연합 방문에 대비해 회원 14명이 행사장 앞을 지키고 있었다. 문 앞을 지키다 일어선 이병용씨는 "노인들이 자기가 들어와야 하는 이유를 대지도 않고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온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현장에 투입된 경찰에 막힌 어버이연합 회원 30여 명은 창립대회가 진행되는 1시간여 동안 자리를 뜨지 않았다. 이들은 "좌파들이 모였다, 북한 가서 김정은 노조나 만들어라, 우리는 자유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한 안보 노인들"이라며 "왜 못 들어가게 막느냐"고 항의했다. 이들은 서너 차례 경찰을 뚫고 행사장에 진입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어버이연합 항의로 예정보다 일찍 마무리

 

그러나 어버이연합이 행사장 밖에서 계속 농성하자 시니어 노동연합은 "사업계획 보고는 이메일 등으로 진행하겠다"며 예정보다 창립대회를 30분쯤 일찍 마쳤다. 몇몇 회원들은 엘리베이터 앞에 몰려 있는 어버이연합을 피해 17층에서 1층까지 계단으로 내려갔다.

 

이기자 '좋은어버이들' 상임 공동대표는 "복지사회 이루자, 민주사회 만들자, 평화통일하고 청년·노년 일자리 만들자는 게 왜 빨갱이냐"며 "그럼 저 사람들은 복지를 누리는 대신 양극화인 채로 살고, 민주주의 대신 독재정치하고, 평화통일 대신 북한과 전쟁할 때 아들 내보냈으면 좋겠다는 것이냐"고 말했다. 그는 "경찰까지 오고 (어버이연합 때문에) 사회적 비용도 많이 든다"고도 했다.

 

시니어 노동연합 발기인 및 공동의장단에는 최자웅 성공회 신부, 신용승·이기자 좋은어버이들 상임 공동대표, 이병재 시니어클럽 문화해설사, 채수일 한신대 총장,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홍일선 시인, 김준혁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가 참여했다.

 

고현종 사무처장은 "시니어 노동연합은 장기적으로 노인 복지와 일자리 문제뿐 아니라 보편적 복지가 실천되는 사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우선 노인노조 결성을 위해 지방 조직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태그:#노인, #노인노조, #어버이연합, #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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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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