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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기 시민정치아카데미가 시민정치행동 '내가 꿈꾸는 나라' 주최로 진행되고 있다. 내가 꿈꾸는 나라는 한국의 유권자들이 총선 이후 멘탈 붕괴라는 자조에서 벗어나 대선 승리와 한국 사회의 전진을 위해 참여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철저한 현실 인식과 확고한 미래 비전으로 소통하고 공감하기 위해서 시민정치아카데미를 마련하였다.

이번 강좌는 총 6강으로 이루어지며, 각 분야 최고의 전문가와 함께, 우리 정치가 헤쳐나가야 할 핵심적 문제와 해결 방향을 발견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더 시민들과 공유하고 소통하기 위해 강의 내용을 <오마이뉴스>에 기고할 계획이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기자 말>

'시민정치아카데미' 첫 강좌에서 '사회를 바꾸는 새로운 정치 - 한국사회의 위기 진단과 시민주체의 정치혁신'이란 주제로 고원 교수(서울과학기술대)가 강연 중이다. 이 강의는 7월 11일(수) 오후 7시부터 서울 정동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교육관에서 3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 '시민정치아카데미' 제1강 고원 교수 강의 '시민정치아카데미' 첫 강좌에서 '사회를 바꾸는 새로운 정치 - 한국사회의 위기 진단과 시민주체의 정치혁신'이란 주제로 고원 교수(서울과학기술대)가 강연 중이다. 이 강의는 7월 11일(수) 오후 7시부터 서울 정동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교육관에서 3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 조경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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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정치행동 '내가 꿈꾸는 나라'가 주최하는 시민정치아카데미 첫 강의는 '사회를 바꾸는 새로운 정치 - 한국사회의 위기 진단과 시민주체의 정치혁신'이란 주제로 7월 11일(수) 오후 7시부터 서울 정동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교육관에서 3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첫 강사는 고원 서울과학기술대 교수이다. 그는 정치학 박사로서 정치경제, 정당·선거, 정치변동 등에 관한 연구를 해왔다. 청년실업, 고용불안, 사회양극화 등 한국사회의 중요한 현안들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적 사회발전모델를 탐구한 <대한민국 정의론>이라는 책을 올해 3월에 출판했다.  

2012년 대선,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고원 교수는 올해 대선의 시대정신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강의를 시작했다. 헤겔은 시대정신을 "특정한 시대 속에서 사람들이 열망하는 것", 즉 "보편적 인간정신이 특수한 역사 속에서 실현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럼 올해의 시대정신은 무엇입니까? 우리 국민은 올 대선에서 무엇을 얻어야 할까요? 흔히 진보진영에서는 두 가지를 말합니다. '정권교체'와 '시대교체'입니다. 여기에서 정권교체는 권력의 교체를 의미합니다. 야당은 정권교체가 목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시대교체는 더 큰 범위를 의미하며 패러다임의 전환을 뜻합니다.

들어보셨겠지만, '2013년 체제'와 같은 말로 나타납니다. 지금은 시대교체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왜냐하면 기성의 시대적 가치와 구조로는 더 이상 우리 사회가 살아나갈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정치, 경제, 사회 모든 것이 한계점에 다다랐기 때문입니다."  

고원 교수는 이어서 우리 사회 고통이 무엇인가 질문하였다. 우리 사회의 고통과 불안의 원인이 무엇인지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실 진단을 제대로 해야 해답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실 진단은 시대정신을 표현해내는 출발점이 된다.

"특히 지도자라면 이런 이야기를 정확하고 냉철하게 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어떤 지도자가 내 속에 있는 모호한 무엇을 설명하고 이야기해주는 것. 이게 최근 많이 이야기하는 소통과 공감의 리더십입니다. 안철수 인기의 이유도 이런 소통과 공감의 지점이 되기 때문입니다."

대선 슬로건이야말로 시대정신을 집약해서 담으려는 대선 캠프에서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여 내놓은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고원교수는 대선주자들이 내걸고 있는 슬로건들을 제시하며, 무엇이 가장 마음에 와 닿는지 청중들에게 물었다.

신자유주의로 설명해낼 수 없는 한국사회의 고통과 불안

"여러 진단이 나올 수 있습니다. 신자유주의, 토건국가, 반칙과 특권, 성장동력의 부재. 그중 신자유주의가 원인이라는 진단은 진보적 지식인들이 잘 꼽는 원인입니다.

그런데 신자유주의가 무엇입니까? 신자유주의를 간단히 정의하면 시장을 내버려두라, 국가가 개입하면 안 된다, 경쟁을 지속하고 권유함으로써 효율을 높이는 것. 정부는 규제 풀고, 세금 줄이고, 질서를 세운다. 바로 '줄·푸·세'입니다. 박근혜 후보의 5년 전 구호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박의 변신입니다."

고원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신자유주의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것은 김영삼 대통령 시기라고 하였다. 김영삼 정부의 '세계화'가 바로 신자유주의이고, 결정적으로 외환위기 때, IMF의 조건을 수용하면서이다. 그 대표적 사례가 바로 정리해고였다. 그것도 경영상의 긴박한 이유가 아니라 포괄적 필요만으로도 집단해고가 가능해진 것이다.

"정리해고는 김대중 정부에서 노무현 정부 사이에 본격적으로 이루어집니다. 많은 이들이 거리로 나갔습니다. 이런 대량 해고를 남용한 집단이 있습니다. 바로 대기업, 재벌입니다. 15년 사이 대기업이 근로자 250만 중 120만을 해고했습니다.

일자리 문제의 핵심이 무엇입니까? 좋은 일자리가 없어졌다는 것입니다. 일자리의 하향평준화입니다. 안 좋은 일자리를 두고 이주노동자와 경쟁합니다. 그런데 좋은 일자리 감소량과 대기업이 줄인 일자리, 영세한 일자리의 상승분이 거의 정확하게 일치합니다. 일자리 문제가 심해지고 양극화가 등장하면서 사회 고통의 증가로 이어집니다."

"그런데 신자유주의만으로 이 고통을 설명할 수 있는가?"라고 고 교수는 되물었다. 우리 사회에서 강자는 경쟁하지 않는다. 특히 재벌이 무소불위의 힘을 가지고 있으며 어떠한 견제도 받지 않고 있다. 정부도, 노동도, 시민사회도, 소비자도 모두 견제하지 못한다. 재벌은 경쟁도 하지 않고 원하는 대로 게임의 룰을 변경할 수도 있다. 재벌 대기업은 경쟁의 사각지대에 있다. 따라서 시장에서의 승자독식도 아니다. 신자유주의로도 설명하기 부족하다는 것이다.

"재벌이 경제만이 아니라 정치도 통제합니다. 재벌 힘의 원천은 시장 논리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순환출자를 보십시오. 이건희 회장이 0.5% 지분으로 절대적 권력을 행사합니다. 이는 1물1권의 시장논리에 위배되는 행동입니다. 따라서 한국 재벌의 문제는 경제문제가 아니라 정치와 권력의 문제입니다.

선대인이 쓴 <프리라이더>를 보면, 이건희 회장의 아들 이재용이 단 16억 원의 세금으로 삼성을 상속받은 내용이 나옵니다. 현대차 계열사 글로비스는 자본금 12억 원에 만들어집니다. 이 회사가 시가총액 6조 원으로 커집니다. 정의선은 30억을 투자해 2조를 벌었습니다. 경제개혁연구소에 따르면 재벌총수의 계열사 지분대비 수익률은 평균 755%에 이릅니다. 이게 시장문제입니까? 정치와 권력의 문제입니다."

"올해 대선 목표는 특권체제타파에 대한 국민적 합의의 공고화"

고원 교수는 국가가 우리의 삶을 책임지지 않는 것, 헌법체제의 기본가치가 무너진 것, 이것이 우리 사회의 위기라고 주장한다. 국가의 핵심 가치는 바로 공적 가치를 지키는 일이며, 헌법에 규정되어 있는 국민의 기본적 권리는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그런데 지금 국가가 이를 책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비정규직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아십니까? 공식통계로 35%라면, 잡히지 않는 부분을 고려할 때 50% 이상은 됩니다. 늘 일자리, 소득, 삶이 불안합니다. 헌법 32조 1항에 근로의 권리가 있습니다. 사문화되었습니다.

35조 3항에는 쾌적한 주거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나옵니다. 한 달에 87만씩 저축할 때 강남 아파트 구입까지 89년 걸린답니다. 교육은 어떻습니까? 이미 교육은 신분사회로 역주행 중입니다.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규정한 헌법 31조를 위배하고 있습니다. 젊은이들은 결혼과 출산조차도 할 수가 없습니다.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행복조차 추구할 수가 없습니다.

특권체제에 연관된 재벌, 관료, 언론, 대형교회, 전문가집단 등 과두엘리트집단의 네트워크가 국가를 공적 가치가 아닌 사적 이익에 종속시키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헌법의 기본권 보장을 책임져야 할 국가가 오히려 국민의 기초적인 행복추구마저 짓밟고 있습니다. 이건 위헌 상황입니다."

이어서 그는 특권구조가 깨지지 않으면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갈 수 없다며, 올해 대선은 우리 사회를 고통과 불안의 늪 속에 빠뜨리고 있는 특권체제의 그늘을 걷어내자는 국민적 합의를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올해 대선에서 우리가 해야 할 제1의 과제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특권구조를 극복할 방안을 제시하였다.

"국민의 행복권을 짓밟는 '국가'의 문제가 핵심"

"첫째, 국가의 공적 기능을 회복해야 합니다. 우리 정부구조는 분리와 견제가 아닙니다. 독과점 형태입니다. 예를 들면 검찰. 사법권을 독점합니다. 검찰 권한을 나누는 부서를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경찰. 자치경찰제 도입을 김대중 정부 때부터 말했지만 안 됩니다. 모피아, 금융엘리트 집단, 낙하산, 대물림으로 뭉칩니다. 교육과학기술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이들의 권력을 떼어서 옮기는 일이 중요합니다."

"둘째, 사회의 세력 균형을 회복해야 합니다. 집단 사이 힘의 불균형이 심각합니다. 재벌과 기타 사회집단들 사이에 힘의 균형이 깨졌습니다. 우리가 참고해야 할 개혁모델은 바로 1930년대 미국의 뉴딜정책입니다. 뉴딜개혁이 무엇입니까? 공공토목사업 위주로 알고 계십니다. 하지만 뉴딜개혁의 핵심은 반독점입니다. 당시 개혁의 핵심 목표는 미국을 지배하던 거대 독점체를 약화시키는 일이었습니다.

심지어는 스탠다드오일이라는 거대기업을 강제로 분할해 버리지요. 그리고 와그너법이란 것이 나옵니다. 노동 권리의 강화로 자본과 노동의 힘을 맞추려 노력합니다. 미국의 자본주의를 구하기 위해 반자본주의적 제도를 도입하고, 이를 통해 미국은 최고의 강대국으로 발돋움했고 자본주의 황금기를 열었습니다.

우리 사회도 이런 조치가 필요합니다. 가정해봅시다. 삼성그룹을 금융과 산업으로 강제분할 할 수 있습니까? 재벌의 모가지를 비틀어야 일자리문제가 해결됩니다. 그렇다면 재벌이 일자리에 대한 응분의 사회적 책임을 지도록 차기정부에서는 잘못된 악법을 모조리 개정해야 하고, 만약 재벌들이 이를 거부한다면 국가가 모든 정책적, 법적 수단을 동원하여 맞장을 떠서라도 책임지게 만들어야 합니다."

"셋째, 새로운 경제발전 모델의 제시입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박정희 모델을 넘어서는 것입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정치적으로는 권력을 주고받았지만 먹고사는 문제는 박정희 모델 속에 갇혀 있었습니다.

박정희 모델은 성장지상주의, 특권중심의 성장, 민주주의 없는 성장, 과로경제체제, 토건중심 성장입니다.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성장과 복지의 조화, 노동주도의 발전, 삶의 질 증진, 노동과 참여의 중시, 내수와 수출의 균형, 생태중심 발전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시민의 힘으로 정당리더십을 혁신해야"

고원 교수는 이번 대선국면의 정치상황을 세 가지로 규정했다. 첫째, 특권체제에 대한 대중의 분노가 표출되기 시작했다는 것, 둘째, '먹고 사는 모델'을 누가, 어떻게 만들어 낼 수 있는가를 놓고 치열한 정치경쟁이 시작되었다는 것, 셋째, 대중의 사회변화에 대한 자발적 의지는 강하지만 이를 정치적으로 조직할 수 있는 정치주체, 즉 정당리더십은 부재하다는 것이라고 했다.

고 교수는 정치리더십 부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민이 주체로 나서야 가능하다고 강조하며 강의를 마쳤다.

"지금 민주진보의 과제는 총선 실패의 교훈을 딛고 가치 정체성을 세워야 합니다. 정당과 정치 리더십이 취약하면 변화가 어렵다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정당은 스스로 변할 수 없습니다. 시민의 힘으로 가능합니다. 시민의 힘만이 할 수 있습니다."

강의를 마치고 퀴즈에 대한 답을 풀었다. 수강자들의 마음에 다가오는 대선 슬로건은 무엇이었을까? 수강자 답변 중에 '저녁이 있는 삶'이 가장 많은 표를 받았고, 그 다음이 '평등국가'였고, '내 꿈이 이뤄지는 나라', '가난한 대통령 행복한 국민'도 나왔다.

민주진보의 대선 주자들이 시대정신을 가장 잘 표현하여 국민의 마음을 얻고 그래서 대통령이 된다면, 그는 재벌과 맞장을 떠서라도 젊은이들이 원하는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상상해보게 된다.


태그:#내가꿈꾸는나라, #시민정치, #대선, #정치혁신, #고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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