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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불법사찰사건'과 'MB내곡동사저사건'에 이어 'BBK가짜편지'사건에 대해서도 '배후는 없다'는 수사결과를 내놨다.

 

2007년 대선 당시 'BBK의혹'을 제기한 김경준(46, 수감중)씨 기획입국설의 근거가 됐던, 'BBK 가짜 편지'사건에 대해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부장 이중희)는 12일 신명(51)씨가 지인의 지시를 받아 편지를 대필한 것일 뿐 배후는 없다고 발표했다.

 

신명씨가 형 신경화(수감중, 54)씨에게 전해들은 내용을 "친아버지처럼 생각하고 지내던" 경희대 관광대학원 행정실장 양승덕씨와 상의하다 양씨로부터 '김경준이 모종의 약속을 한 후 입국한 것'임을 암시하는 편지 초안을 받아 그대로 대필했다는 것이 검찰의 결론이다.


'가짜편지'가 아니라 '대필편지'라는 것이다. "자네(김경준)가 큰집(청와대)하고 어떤 약속을 했건 우리만 이용당하는 것이니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편지의 내용에 대해 이날 수사결과를 발표한 윤갑근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는 "허위사실이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대학 교직원 양승덕이 공 세우기로 마음 먹고... 한나라당에 넘겨"

 

검찰은 양씨가 신명씨의 부탁으로 당시 여권인 대통합민주신당 측 인사들을 만나 신경화씨에 대한 무료변론 각서를 받게 되자 이를 한나라당 측에 알려줘 공을 세우기로 마음먹고 신명씨와 문제의 편지를 썼다고 밝혔다.


양씨가 이 편지를 한나라당 측에 넘기기 위해 평소 알고 지내던, 당시 이명박 후보 상임특보 김병진 경희대 교수(현 두원공대 총장)에게 전달했고, 김씨는 지인인 사업가의 소개를 받아 이명박 후보 캠프에 있던 은진수 전 감사위원을 통해 홍준표 전 대표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또 2008년 대선 이후 검찰 수사과정에서 양씨가 동요하는 신명씨를 안심시키기 위해 이상득 전 의원,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대한적십자사 경상북도지사 신기옥 회장(이명박 대통령 손윗동서)이 뒤에 있으니 안심하고 조사받으라고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 검찰의 발표다.

 

사건을 발표한 윤갑근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는 이번 사건의 배경에 대해 "일차적인 시작은 양씨 개인의 욕심으로 보고 있다. 결국 신명, 신경화, 양승덕, 은진수 각각 같은 편지를 가지고 동상이몽으로 이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2007년 대선 6일 전인 12월 13일 당시 한나라당 클린정치위원장이었던 홍준표 전 의원이 흔들었던 이 편지는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에 크게 기여했다. 정동영 후보 측에서 'BBK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해 보수층에서도 파장을 일으키고 있던 상황에서 이 편지를 '노무현 정권 공작의 물증'으로 제시하며 이른바 '기획입국 사건'을 만들어 반전에 성공한 것이다

 

결국 2007년 대선 판도에 영향을 미친 이 편지사건이 정치권과 별다른 연도 없던 일개 대학 교직원의 아이디어가 '대박'을 친 것이라는 게 검찰의 결론인 셈이다. 양승덕씨는 "편지를 쓰라고 지시한 적도 초안을 써준 적도 없다"며 검찰 수사결과를 부인하고 있다.

 

[의혹1] 주범이 다시 '사건실체' 밝히자 했다?

 

검찰은 이 편지는 양승덕씨가 신명씨가 공모해서 만든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 '가짜편지' 사건을 다시 공론화시킨 인물은 바로 신명씨다. 신씨는 지난해 3월 <세계일보> 인터뷰를 통해 이 편지가 형 신경화씨가 아니라 자신이 썼다면서 이 문제를 적극 제기했다.

 

2007년 대선 직후 검찰조사에서 일단락됐던 사건에 다시 불을 지핀 것이다. 이에 대해 홍준표 전 의원(전 한나라당 대표)이 '전과자 가족들이 나서서 뭐라고 한다'는 태도를 보이자 신씨가 홍 전 의원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이를 검찰이 무혐의처리하자 <오마이뉴스>를 통해 '사건 배후'를 폭로하기 시작했다. 사건이 다시 회자되면서 김경준씨가 신씨 형제를 고소했고, 결국 검찰이 재수사에 나서게 된 것이다.

 

결국 '가짜편지' 사건의 주범이 스스로, 당시 집권여당의 거물인 홍준표 전 의원을 고소하는 행위 등을 통해 다시 문제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의혹2] 배후 있다면 수사 의뢰했겠나? 안 하면 의심받는데

 

검찰은 '가짜편지'가 홍준표 전 의원과 당시 BBK대책위 법률지원팀장인 은진수 전 감사위원 등에게 전달됐다가 '신빙성이 떨어진다'며 여러 차례 퇴짜를 맞았다고 밝혔다. 김 교수가 검찰 조사에서 "당시 홍준표 의원에게 '가짜 아니냐'며 굴욕적일 정도로 면박을 당했다"며 "그렇게 망신을 줘놓고 왜 나중에 그걸 흔들었는지 모르겠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그 뒤 은진수 전 위원 찾아갔고, 그가 은 전 위원을 설득한 뒤 홍 전 의원도 은씨의 설득으로 결국 믿게 됐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대선 직전에 조작된 가짜편지를 흔들면서 기획입국설이라는 허위주장을 한 홍 전 의원이 왜 갑자기 태도를 바꿔 편지를 믿게 된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 홍 전 의원은 대표적인 특수, 강력통 검사 출신이다.

 

게다기 홍 전 의원은 김 교수를 만난 일 자체가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홍 전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은진수 팀장이 편지를 갖고 온 것이 12월 11일이었다"며 "나는 김 교수를 만나지도 않았고 전화통화를 한 일도 없고 본 일도 없다"고 부인했다.

 

또 검찰은 "배후가 있었다면 홍 전 의원이 검찰에 수사의뢰를 했겠냐"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는 대선 직전이었다. 홍 전 의원이 김경준의 기획입국설을 입증하는 가짜편지가 있다고 주장해놓고,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곧바로 역공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신명씨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검찰수사결과발표를 전면 부인하면서 "양(승덕) 선생이 나에게 뭐를 쓰라고 했다면 그냥 불러주면 되지 타이핑을 해갖고 올 사이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양 선생이 한나라당 캠프 법률팀에서 8번 검토하고 해서 보낸 거니까 법률적으로 아무 문제 없다면서 이 편지를 줬다"며 이같이 밝혔다.

 

[의혹3] MB손윗동서 신기옥, 왜 "김병진이 잘 안다"고 했을까

 

신명씨는 "양승덕씨가 (MB손윗동서인) 신기옥 회장과 통화하는 것을 여러 번 들었다"면서 "그래서 양씨와 김병진 교수 뒤에 신기옥씨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했다.

 

실제 신기옥 회장은 지난해 11월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나는 (편지 사건을) 잘 모른다"고 부인하면서도 "김병진 교수라고 있으니 그 사람한테 물어보면 잘 안다"고 말했다. 김 교수와의 연관성은 인정한 것이다.

 

신 회장 연루 의혹은 당시 BBK 의혹을 추적했던 야권 관계자들의 증언에서도 확인된다. 2007년 10월 당시 BBK 의혹을 추적했던 대통합민주신당의 한 당직자는 "당시 신경화씨가 한국으로 송환된다는 것을 한나라당과 우리가 동시에 알고, 우리가 동생 신명씨를 만나려 했는데 양승덕씨가 나왔다"면서 "그때 양씨가 '이틀 전에 신아무개 회장이라고 MB 동서에게서 연락이 왔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내가 이름을 잘 몰라서 다시 한번 물었더니 신기옥이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신 회장과 관련해 가짜편지를 전파해달라는 김 교수의 부탁을 받은 강아무개 특보가 신 회장에게 전화를 걸었고, 신 회장이 "그건 BBK 대책팀과 얘기하라"고 답변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병진 교수는 BBK대책팀이 아니었다.

 

[의혹4] 김경준의 반발 "제 목을 베어달라"

 

편지의 내용에 대해 검찰은 "허위사실이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검찰이 김경준씨가 미국 '감옥동료'인 신경화씨에게 "큰집(청와대)하고 어떤 약속을 했다"는 말을 했다고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런데 김경준씨는 검찰의 재수사 내용에 대해 격하게 반발하고 있다. 재수사 결과의 대략적 내용이 이미 알려졌던 지난 17일 김씨는 지인들에게 7장의 편지를 써보냈다.

 

그는 "2007년에 '여권 사람 및 정부인사들'과 면회한 사실이 전혀 없기에, 그런 '허위사실'을 신경화에게 자랑한 사실이나 이유조차 없다"며 "검찰도 저의 미국 구치소 접견 내용을 입수하였기에, 제가 여권 사람 및 정부 인사와 면회한 사실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기획입국설을 전면 부인했다. 김씨는 이 편지에서 "'검찰이 주장하는 내용이 사실이라면 저의 목을 베어 버리세요"라고 극단적인 표현까지 썼다.

 

검찰의 판단대로 편지 내용이 사실이라면, 왜 김씨는 신씨 형제를 고소까지 해서 다시 이 문제를 공론화시킨 것일까.


태그:#가짜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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