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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선암 의심 진단을 받고 정밀검사일을 기다리고 있던 원진욱 조국통일범민족연합(이하 범민련) 남측본부 사무처장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지난 7일 구속됐다. 범민련은 이는 "인권유린"이라며 12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범민련은 이날 오전 서울시 중구 무교로에 위치한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원진욱 사무처장은 감옥이 아니라 조속히 병원으로 보내져야 한다"며 "비록 범민련이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로 낙인찍혀 있을지라도 인권과 생명마저 위협당하는 현실은 누구라도 참기 어려울 것"이라고 항의했다. 1997년 대법원은 범민련 남측본부를 '이적단체'로 규정했다.

원 사무처장은 노수희 범민련 남측본부 부의장이 올 4월 정부 허가 없이 북한에 들어간 후 지난 5일 판문점을 거쳐 귀환하는 과정을 도운 혐의로 구속됐다. 그런데 원 사무처장은 6월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에서 '갑상선 결절 세침 흡인상 유두성 여포암이 의심되는 상태로 외과적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갑상선을 검사한 결과, 결절(종양)이 발견됐는데 그 모양이 암세포와 일치한다는 뜻이다. 

추혜인 살림의료생협 주치의(가정의학과 전문의)는 "일본의 경우 결절이 1센티미터(cm)가 안 되면 수술을 안 하는 경우가 있지만, 그보다 크면 수술을 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원 사무처장은 검사 결과 1.3cm 이상 되는 결절이 발견돼 이달 16일 연세대학교 세브란스 병원에 정밀조직검사를 예약한 상황이었다.

경찰이 부른 의사, 청진기·앉았다 섰다로 '정상' 진단

범민련은 "5일 경찰에 연행된 원 사무처장은 다음날 갑상선암 의심 진단 등에 대해 설명했고, 7일 구속영장실질심사 때 불구속 상태에서 정밀진단과 수술 및 치료를 받을 수 있기를 요구했지만 검찰은 '사실무근(갑상선암에 걸린 게 아니다)'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전날 인천성모병원에서 진단서를 받아온 경찰은 '진단서를 보여달라'는 원 사무처장의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또 원 사무처장이 강남 세브란스병원에 가본 적이 전혀 없는데도 "검찰이 '강남 세브란스병원 의사가 진찰한 결과 원 사무처장의 혹은 보통사람 누구나 가지고 있을 수 있는 것'이라는 거짓말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원 사무처장이 범민련에 보낸 경위서에 따르면, 구속영장이 발부된 지 이틀 후인 9일, 경찰은 그를 진료하겠다며 의료진을 불렀다. 의사는 원 사무처장의 등과 가슴에 청진기를 대보고, 목 부위를 두어 번 손으로 만져봤다. 그리고 양팔을 들어 보고, 앉았다 일어 섰다를 해보라고 한 뒤 검사를 마쳤다. 당시 원 사무처장은 의사에게 소속을 물었으나 답을 듣지 못했다. 그가 '이런 방식으로 갑상선암을 확인할 수 있냐'고 묻자 의사는 '알 수 있다'고 답한 뒤 차트에 '정상'이라고 썼다.

범민련은 "구속 실적 쌓기에 혈안이 된 경찰과 검찰이 공동 연출한 한 편의 드라마는 색깔론 시비가 이 사회를 어떻게 인권유린의 사각지대로 만들어 갈지를 짐작케 하고도 남는다"며 비판했다. "오는 13일 구속적부심 결과, 원 사무처장이 풀려나 정밀진단과 수술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그의 진단서도 공개했다. 


태그:#원진욱, #범민련, #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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