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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윤리위원장을 지낸 인명진 갈릴리 교회 목사가 12일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이 출마선언에서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의 권위주의적인 통치에 대해서 입장을 밝혔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박근혜 캠프의 주요 인사들이 5·16 쿠데타와 유신체제에 대해 기존의 역사적 평가를 뒤집으려 하는 가운데 나온 보수진영 내부의 '쓴 소리'라 주목된다.

 

인 목사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박 의원의 출마선언을 보면 민주주의에 대한 얘기가 아무 것도 없다"며 "'이명박 정부 들어서서 인권이 후퇴했다' '민주주의가 후퇴했다'는 말들이 많고, 박정희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통치에 대해 국민적인 시비가 있는 입장에서 '나는 민주주의를 어떻게 하겠다', 뭐 이런 얘기가 있어야 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인 목사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 아닌 '한 나라의 지도자'로서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 사람이라면 과거 역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이 수고하고 땀흘리고 매맞고, 고문당하고, 죽고 해서 이룩한 이 민주주의의 가치를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얘기해야 한다"며 "민주주의를 왜 해야 되는 건가, 국민들에게 행복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민주주의를 해야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명진 목사는 박정희 정권에서 산업화가 본격화된 시기에 도시와 산업 현장의 민주화를 위해 활동한 진보적 기독교 선교 단체인 영등포도시산업선교회 총무로 활동해 당시 영등포 일대에 밀집한 경성방직, 방림방적 등에서 자행된 박정희 정권의 노조 및 노동자 탄압 실태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국민행복? 배부르게만 되면 행복하다는 생각 천박해"

 

인 목사는 박 의원의 주요 화두인 '국민행복'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국민이라는 말도 79번 하고 꿈이란 말도 18번이나 했다고 하는데 옛날보다 훨씬 더 진전된, 많이 고뇌한 흔적을 볼 수 있다"면서도 "아쉬운 건 잘 먹고 배부르게만 되면 행복할 것이란 생각은 아주 천박하고, 잘못된 생각이란 점"이라고 말했다.

 

인 목사는 "배부르게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간의 존엄과 인권이 존중되는 민주적인 사회, 자유, 이런 것도 국민에게 한없는 행복과 자부심을 준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그런데 지금 박 의원의 출마선언을 보면 그런 얘기가 없다"고 말했다.

 

"불통이란 얘기를 들어본 적 없다"는 박 의원의 발언에 대해서도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인 목사는 "이 분이 신문도 안 보는가, 모든 신문이 다 '불통이라는 얘기, 박근혜 의원의 문제는 소통의 문제'라고, 입 붙은 사람마다 얘기하는데 본인 자신이 막상 모르고 있다"며 "'내가 좀 소통이 부족하단 말을 듣는데 앞으로 잘해보겠다' 이랬으면 훨씬 더 감동적이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영등포 타임스퀘어를 출마선언 장소로 정한 것에 대한 캠프의 설명도 '부족한 역사인식'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영등포 타임스퀘어에 사람 많이 다닌다고 소통을 해야 한다고 해서 거기서 (출마선언을) 했는데 그곳이 옛날에 경성방직, 방림방적이 있었던 자리"라며 "노동자들이 70년대 피눈물 나게 일하고 땀을 흘렸던, 피눈물이 배인 곳이 타임스퀘어다, 그런 자리서 출마선언을 하면 그 문제에 대해서도 진지한 말이 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5·16은 구국혁명" 옹호 나선 캠프 인사들... '역사 뒤집기' 시동?

 

한편, 홍사덕·이상돈·박효종 등 박근혜 캠프의 주요 인사들은 이미 역사적 평가가 끝난 5·16 쿠데타나 유신통치에 대해 사실상 두둔하는 발언을 일제히 내놓고 있다. 박 의원이 지난 2007년 대선후보 검증 청문회 당시 "5·16은 구국혁명이었다, 유신은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밝힌 것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박근혜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인 홍사덕 의원은 지난 1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5·16에 관한 평가를 박근혜 의원에게 묻는 것은 세종대왕에게 태조 이성계가 나라를 세운 게 역성혁명이냐 군사쿠데타냐고 묻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사실상 박 의원의 '5·16 구국혁명' 입장이 변하지 않았다는 이야기였다. 홍 의원은 이 발언이 논란이 되자, 해명 자료를 내 "박 의원이 5·16에 대해 군사정변(쿠데타)라고 말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이 어불성설이란 뜻으로 말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근혜 캠프 정치발전위원회 소속 이상돈 교수도 같은 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박 의원이 2007년 경선 때 '5·16은 구국혁명'이라고 평가했는데 지금 입장은 어떠냐"는 질문을 받고 "당시 5·16은 쿠데타 아니냐는 비판이 있으니 자제를 좀 잃은 상태에서 그런 발언을 하지 않았나 짐작한다"면서도 "(박 의원이) 그런 것은 역사의 판단에 맡기는 게 옳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 짐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지난 6일 MBN <뉴스광장>에 출연해 "(5·16 쿠데타는) 당시로써 군사혁명인 것은 맞다, 그 후에 역사 발전에서 볼 때는 단순한 쿠데타로 폄하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이후 '군사혁명' 표현을 놓고 논란이 일자, "마치 5·16을 미화한 것처럼 잘못 전달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경제발전 등을 고려할 때 총체적 관점에서 5·16을 중남미 국가에서 흔히 있었던 쿠데타와 같이 봐서는 안 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박근혜 캠프 정치발전위원회 소속인 박효종 교수도 같은 날 MBN과 한 인터뷰에서 "5·16은 동전의 양면과 같이 쿠데타의 성격도 가지고 있고, 혁명의 성격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태그:#박근혜, #인명진, #홍사덕, #5.16 쿠테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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