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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신 : 10일 오후 7시]
 
"(국민이) 납득할 만한 판결을 못해 죄송합니다."
 
고영한 대법관 후보자가 삼성중공업의 '기름유출사고' 배상과 관련한 판결에 사과했다. 고 후보자는 오후에 계속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판결과 관련된 야당 의원들의 질의가 계속되자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 2007년 12월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발생한 기름유출 사건과 관련해 태안 주민들이 삼성중공업에 청구한 손해배상액 2조 6000억 원을 56억 원으로 묶는 '책임제한'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고 후보의 판결로 태안 주민들은 1인당 5만 원 꼴의 보상을 받게 됐고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청문회 이전부터 제기돼 왔다.
 
민주통합당은 오후에도 고 후보의 '친재벌적 성향'을 부각시키는 데 집중했다. 박범계 의원은 "이 같은 결정은 삼성에 면죄부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꼬집었고, 박영선 의원도 "전형적인 삼성 봐주기 판결"이라고 몰아붙였다. 이언주 의원까지 "영국 등 해외에서 비슷한 사례에 전향적인 판결이 있었다, 후보가 조금만 더 노력했으면 다른 판단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하자 고 후보는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고 후보자는 "법률의 규정을 뛰어넘어 판결을 할 수 없었다"며 "상법상 책임한도액이 너무 낮게 설정돼 있는데 입법을 통해 개선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태안 주민들에게 너무나 적은 보상금이 전해진 것에 국민들이 공감할 수 없다는 지적을 받아들이면서도 법리적으로 잘못된 판결은 아니었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그는 "대법관이 되면 여러 목소리를 반영해 판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고 후보자는 쌍용차의 법정관리 절차를 지휘한 것과 관련해 "조금 더 근로자의 소리를 듣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또 한 번 유감을 표했다. 그는 오전 일정에서 관련된 질의에도 "당시 모두 해고되지 않도록 껴안고 갔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던 부분은 안타깝다"면서 "유명을 달리한 사람들이 많은 점에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증여세 탈루 의혹..."필요한 절차 밟겠다"
 
고 후보자는 또 군법무관 시절 부친이 소유한 13건의 토지 소유권을 매매형식으로 이전받은 것에 대해 "필요한 절차를 밟아 합법적인 상태로 되돌리겠다"고 밝혔다. 그는 1982년 공군 군법무관 시절 부친으로부터 농지를 매매형식으로 받아 증여세 탈루 의혹을 받아 왔다.
 
우원식 민주통합당 의원은 오전 질의에서 "고 후보자는 군법무관으로 재직하던 1982년 10월부터 두 달간 광주 산수동 담양군에 주소지를 이전하고 같은 해 12월쯤 863㎡ 밭을 자신의 주소지로 등기 이전했다"며 "이는 증여세와 농지개혁법을 회피하기 위한 위장전입"이라고 지적했다.
 
우 의원은 오후 질의에서도 "후보자가 매매 당시에는 몰랐다고 하지만 법관으로 재산현황을 등록한 1985년 당시에는 토지가 자신의 이름으로 등기된 사실을 알았을 것 아니냐"며 "판사로 먼저 자신의 불법상태를 합법적으로 되돌려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집중 추궁했다. 이에 고 후보는 "거기까지 생각이 못 미쳤다. 필요한 절차를 밟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야당 의원들이 고 후보의 과거 판결과 자질 문제를 집중 추궁한 반면, 여당은 '종북 논란'과 관련해 후보자의 견해를 묻는 등 사상검증에 집중했다.
 
고 후보는 국가보안법의 존폐 의견을 묻는 경대수 새누리당 의원의 질문에 "남북간 대치 상황에서 민주적 기본질서를 보장하기 위한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국보법 폐지는 시기상조"라면서도, "다만 역사적으로 국보법을 정치적으로 악용해 인권을 침해한 사례가 있었고 법원 또한 다소 수수방관한 점이 있었다"며 "국보법을 존치하되 엄격하게 해석해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종북 논란에 관해서는 "앞으로 사건화될 가능성이 있어 판단하기 조심스럽다"면서도 "남북이 대립하고 국지적인 도발이 자행되는 현실이므로 어떤 형태로든 법적 체제를 갖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종북주의'를 인정하는지를 묻는 질문과 이를 처벌할 의향을 묻는 질문에는 대답을 에둘러 갔다.
 
한편, 청문회가 열리는 국회 밖에서는 태안 기름유출 피해주민과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 고 후보 임명에 반대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대법관 후보 인사청문회는 11일 김병화 후보로 이어진다. 민주통합당은 김 후보의 위장전입과 부동산 투기, 아들 병역특혜 의혹 등을 집중 제기하고 있다.
 

 
[1신: 10일 오후 1시 52분]
 

10일 오전 국회에서 진행된 고영한 대법관 후보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은 고 후보가 '친재벌적 성향'의 판결을 했다며 이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의했다. 고 후보는 '인간애'가 자신의 사법철학이라고 밝혔지만 야당 청문위원들은 고 후보자의 쌍용자동차 법정관리 판결과 삼성의 태안 기름 유출사고 관련 판결을 언급하며 "피상적인 법리에 갇혔다"고 비판했다. 


김선동 통합진보당 의원은 "후보가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수석부장판사 때 기업 회생을 도운 것을 법관으로서 대표적으로 보람있는 일이라고 꼽았는데, 그 기간에 쌍용자동차 기업회생절차도 맡았다"며 "후보자의 판결로 대규모 정리해고를 포함한 회생방안이 결정됐고, 그로 인해 해고자 3000여 명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어 "쌍용차 노동자와 가족 중에 22분이 돌아가셨다"며 "인사말에서 말씀하신 '인간애가 살아 숨쉬는 생명력 있는 해석·적용이 있는 판결'이었다고 생각하느냐"고 질의했다. 또 "당시 대주주였던 상하이차는 (쌍용차 인수 당시 했던) 투자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2008년 당시 현금유동성 위기를 극복하려는 노실도 하지 않았는데, 중대한 과실로 판단하지 이유는 무엇이었냐"고 질책했다. 

민주통합당 소속 청문위원들은 고 후보자가 2009년 3월 삼성중공업의 태안 기름 유출 사고 배상 책임을 56억 원으로 묶은 '책임제한' 판결을 내린 것에 '재벌 성향 판결이 아니냐'며 집중적으로 물었다. 

이언주 의원은 "이 사안은 유조선에서 사고가 난 게 아니라 삼성중공업 배가 정지해있던 유조선을 들이받은 것"이라며 "유조선은 책임제한이 될지 몰라도 삼성중공업쪽에 책임 제한 판결을 내린 것은 상당히 의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또 "단 한 차례 심문도 없이 법원 심리가 3개월 만에 속전속결로 진행됐다"며 비판했다. 

"심문없이 속전속결로 진행된 태안 기름 유출 사고 판결 의문" 

박범계 의원도 관련된 재판의 '부실 심리' 의혹을 제기했다. 박 의원은 "서면 자료만으로 책임제한 결정을 내렸고, 그 결정문을 보면 이유는 불과 2페이지"라며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판결문에는 이유가 20페이지, 대법원 판결문에는 13페이지에 달하는데 (고 후보자의 판결 내용은) 너무 짧아서 무엇을 비판한지 알 수 없는 결정문"이라고 말했다. 

고위공직자 비위의 단골메뉴인 '위장전입'과 '부동산' 의혹도 있었다. 우원식 의원은 "후보자가 군 법무관이었던 1982년 10월 19일~12월 29일까지 광주광역시 산수동에서 전라남도 담양군 창평면으로 주소를 이전하고, 1982년 12월 30일에 이 지역 밭을 등기 이전했다"며 "본인이 거주하지 않는 곳에 주소지를 둔 것은 증여세를 회피하고 농지개혁법을 피하기 위한 위장전입"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고 후보자는 "증여세 부분은 오래됐고 법무관으로 복무 중일 때라 잘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위장전입 의혹 역시 부인했다.
 
고영한 후보자 "쌍용차 희생자들에게 죄송하다" 

고 후보자는 쌍용차 법정관리 판결과 관련해 "당시 모두 해고되지 않도록 껴안고 갔어야 했는데, 제가 그렇게 하지 못했던 부분은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상하이차의 부실경영 논란과 관련해선 "충분히 검토했지만, 부실 경영에 대한 정확한 입증이 충분치 않았다고 봤다"고 말했다. 고 후보자는 쌍용차 희생자들에게 "죄송하다"는 뜻을 밝혔지만, 대한문 분향소 조문 여부는 "생각해 보겠다"고 답했다. 

삼성중공업 책임제한 판결은 "법률 규정이 저희와 같은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해명했다. 또 심문 없이 3개월 만에 재판을 마친 것은 "해상사고라는 게 조사에 많은 시간이 걸린다"며 "그 사이에 피해자들이 조금이나마 변상을 받을 수 있는 게 좋다는 취지에서 간단하고 빠른 절차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질의에서 새누리당 소속 청문위원들은 고 후보자 개인 신상이나 법원 판결 관련 내용보다는 법원 인적 구성 문제, 종북 논란에 대한 의견 등을 주로 물었다. 특히 국가보안법과 관련해 고 후보자는 "국가보안법이 존치되어야 하지만, 과거에 정치적으로 악용당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고 후보자의 청문회는 오후 2시부터 이어진다.

태그:#고영한, #대법관, #청문회, #쌍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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