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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보잘것없는 형제 한 사람에게 해준 것이 나에게 해 준 것이다'는 성경의 구절처럼, 낮은 자세로 사랑을 일구면서 살아갈 것입니다. 사랑을 주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사랑을 받고 있음을 느끼도록 해 주고 싶습니다. 괴로울 때나 아플 때 그들이 필요할 때 늘 함께 하며 살고 싶습니다".(김유심 원장)

'사랑의 실천'에도 부창부수(夫唱婦隨)


속초 미시령 톨게이트를 지나 15분여 가다 보면 도학초등학교 부근에 고성군 최초 지적 장애우 거주시설인 유심복지재단 <아모르뜰>이 있다.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도원리 220-10번지. 8년째 장애와 소외로 고통 받는 아이들과 살고 있는 김유심 원장(45세), 정해욱(46세)씨 부부의 보금자리다.

지난 30일 '아모르뜰'을 찾았다. '아모르가족'들은 복지원 청소와 공사로 분주했다. 복지원 옆의 작은 계곡은 가뭄에 지친 듯 졸졸 흐르는 시늉만 해댔고, 숲속에서 지저귀는 산새소리는 낯선 이들의 방문에 화답을 하는 듯했다. 김원장 부부의 6살 된 아들 진우는 '형아' '누나'들과 한 집에서 부대끼며 따라다니는 것만으로도 신난다는 표정이다.

아모르뜰 천사들의 솜씨자랑
▲ 아모르뜰 작품 전시회 아모르뜰 천사들의 솜씨자랑
ⓒ 함영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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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르뜰'이 지난 22일 확장이전하게 된 것은 2007년부터 운영됐던 '장애인 공동생활가정'에 입소를 희망하는 가족이 늘어나면서 주거 공간 부족으로 애태웠던 복지원에, 정해욱씨가 430여 평의 토지와 기부금을 내놓고 고성군이 건축물 공사에 재정지원을 아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원장은 2005년 '가정 봉사원 파견센터 원장'으로 어르신과 장애인에게 도시락배달, 목욕봉사활동 등을 펼치면서 소외된 사람들과의 나눔을 함께 했다. 그는 장애시설이 부족한 것을 경험하면서 "그들을 위해 무엇인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같은 해 장애인 시설에 복지사로 근무하면서 지적 장애인 전문시설의 필요성을 알았다.

때문에 2007년 고성군 토성면 '청간리'에 김원장은 사비를 털어 개인운영시설인 장애인 공동생활가정 '고성유심복지원'을 운영했다. 사랑의 실천은 "무엇을 하느냐가 아니라 일(봉사)에 얼마나 많은 사랑을 쏟느냐"에 있다고 생각했다. 갈 곳 잃은 어르신,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 장애우와 함께 정신적인 행복을 꿈꾸면서 살았다.

그런데 '장애인 공동생활가정'은 개인이 운영하다보니 재정문제에 부딪쳤다. 김 원장이 월급을 받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고, 직원급여를 위해 일체의 비용부담을 져야 했기 때문이다. 늦게 결혼해 얻은 아들과 남편에게 미안해 시설을 포기할까도 생각했다. 눈물 마를 날이 없을 정도였다.

아모르뜰 천사의 집
▲ 고성유심복지재단 <아모르뜰> 전경 아모르뜰 천사의 집
ⓒ 함영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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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궁핍'하더라도 사랑과 나눔이 경제적 어려움을 덮고도 남을 만큼이나 더 큰 행복을 주는지 절실히 깨달았다.

김 원장은 "걷기도 힘든 가족이 장애인 생활체육대회에서 금메달을 따오고, 표현을 못했던 가족이 (사랑의) 표현을 했습니다. 또 제가 챙기지 못한 전화기, 가방 등을 시설가족들이 챙겨주면서 오히려 저에게 왜 '정신없이 사냐'며 오히려 다독여주기도 했습니다. 가족들과 떨어질 수 없는 운명적인 관계가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라고 말했다.

또 김 원장이 '사랑의 실천'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남편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가능했다. 정해욱씨는 지난 20여 년간 어르신과 장애인 시설에 기부하고, '아모르뜰'을 운영하는 데 아낌없는 후원을 해주고 있다. 고성군에 성실하기로 소문난 정해욱씨는 짠돌이처럼 20여 년 된 '고물자동차'를 타면서도 타인에게 베푸는 사랑에 대해서는 언제나 싱글벙글이다.

'경험'을 중시하는 자립중심 교육

그에게 "노후생활을 대비해 무상으로 기부한 것이 아깝지 않았느냐"고 묻자 "가난했지만 어렸을 때의 꿈, 돈 벌면 오갈 데 없는 어르신들을 모시고 공동생활을 하자는 것이었지요. (토지 기부에) 미련은 없었고, 아무 생각 없이 던졌습니다(웃음)"라고 답했다. 그는" 자신에게 무한한 만족감과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주는 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김 원장 부부는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먼저 달려갔다. 보답을 바랐던 것도 아니다. 인간으로서 '구별'과 '차별'로 '장애'와 '비장애'를 구별하는 현실이 마뜩잖다. 만고의 진리 "사람은 동등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세상은 함께 나누고 공감하면서 살았을 때, 행복이 넘치는 사회가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회를 꿈꾸면서 김원장 부부는 지적장애우의 '사회복귀'를 위해 헌신적인 봉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지적 장애인은 복지의 사각지대와 다름없습니다. 3급 정도의 경우 비장애인과 구별되지 않고요. 때문에 사회는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지적장애인을 위한 시설도 부족합니다. 기존의 시설도 '수용'개념만을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모르뜰>은 '거주'의 의미를 넘어 사회적응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로 나가기 전의 디딤돌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재활에 중심을 두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김 원장은 자립을 위한 디딤돌로 일상적인 '사회 경험'과 '재능개발'을 위한 프로그램을 중시하고 있다.

"아이들이 능동적인 자세를 갖도록 경험을 중시합니다. 혼자 버스를 타지 못했던 아이도 요금을 내고 거스름돈을 계산해 받는 방법을 알아가는 것도 사회적 경험의 중요한 부분입니다."

아이들의 재능 발견을 위해 스포츠 댄스, 피아노 학원과 태권도를 배우게 하는 것도 자립을 중시하는 김원장의 평소 신념에 따른 것이다.

여기에 김 원장이 '아모르뜰'의 '모토'라고 말할 만큼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일도 생겼다. "사회적 기업을 설립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지적 장애인도 쉽게 일할 수 있는 업종을 선택하여 취업의 기회를 갖고 자립의 꿈을 이루도록 노력할 것입니다"라고 덧붙였다.

'행복', 작은 사랑의 실천으로도 가능

김 원장 부부의 헌신적인 사랑 실천에 감동받아 '아모르뜰' 후원자도 하나둘씩 늘어가고 있다. 김유심 원장이 자원봉사자들에게 "와서 같이 웃고 느껴보고 그들과 어울려 놀 수 있는 비장애인들이 와서 놀아주는 것만으로도 고맙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아이들의 체계적인 사회적응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선 재정문제가 관건이다.

왼쪽부터 윤형종, 로드맵 에듀 김용재 원장, 김문현 대표, 김유심 원장, 남편 정해욱씨
▲ <아모르뜰> 후원자들, 작은 사랑의 실천으로도 행복합니다 왼쪽부터 윤형종, 로드맵 에듀 김용재 원장, 김문현 대표, 김유심 원장, 남편 정해욱씨
ⓒ 함영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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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서울 목동에서 수학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로드맵 에듀' 김용재 원장은 매월 일정액을 기부하기로 약정서를 체결했다. '경명산업' 김문현 대표도 "아이들의 사회적응을 위해선 주변의 관심과 사랑이 더 절실하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사는 행복한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며 후원회장으로 발 벗고 나섰다.

고성군 주민생활지원과 복지팀의 이경희 계장도 "'아모르뜰'이 장애가족에게 '단기보호'나 '주간보호'를 해주면 가정이 행복해질 것이다. 소외된 장애인들의 권익 신장을 위한 주춧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면서 행정지원을 약속했다.

김유심 원장과 정해욱씨 부부는 사랑에 대한 실천으로 분주하다. 그들에겐 봉사의 길에는 "지름길은 없다"고 생각한다. 무한한 '작은 사랑'의 실천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만이 행복이 넘치는 길이라 생각한다.

'아모르뜰 사회적 기업'이 설립돼 아이들의 꿈과 희망이 되었으면 한다. '아모르뜰'의 끊임없는 '사랑 실천'을 기대해본다.


태그:#고성유심복지 재단, #아모르뜰, #로드맵 에듀, #김유심, #도학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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