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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장어 낚시 도구들입니다. 이렇게 채비만 늘어놓고 하염없이 바다만 바라봅니다. 저 멀리 푸른 가막만이 보입니다.
▲ 갯장어 낚시 갯장어 낚시 도구들입니다. 이렇게 채비만 늘어놓고 하염없이 바다만 바라봅니다. 저 멀리 푸른 가막만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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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바다가 참 실했소. 바지락, 우럭조개, 개불, 고동, 굴(석화), 청각, 새조개, 피조개, 몰이 많이 났던 곳이요. 미역은 발에 걸려 넘어질 정도로 많았고… 한 달에 일이백(만원)은 거뜬했지… 근디, 지금은 갯것이 싹 녹아 부렀어. 동네가 못쓰게 돼 버렸당께. 찬거리도 안 나요. 바다가 죽어버렸어."

지난 3일 오전, 전남 여수 대경도 내 전남개발공사가 만든 콘도미니엄 앞에서 머리띠를 두른 할머니 한 분이 던진 말입니다. 할머니는 여수시 경호동 대경도 내동마을에 살고 있는데 마을 앞 갯벌이 골프장 건설현장에서 밀려 내려온 토사로 황폐화됐다고 하소연입니다. 실한 바다였는데 반찬거리도 못 건져낸답니다. 

대경도는 여수 국동항에서 배로 5분 거리에 있습니다. 여수항에서 0.5Km 거리에 있고요. 이곳은 청정해역 가막만 입구에 있습니다. 또, 여수세계박람회장과도 매우 가깝습니다. 약 2Km 정도 떨어져 있죠. 섬 전체 면적은 216만㎡ 정도입니다.

이곳에서 지금 여수시와 전라남도 그리고 민간업자가 돈을 모아 골프장을 비롯한 해양레저시설을 만드는 '경도 해양관광단지 조성사업' 공사가 한창입니다. 대경도 일대 2,166㎡ 땅에 27홀짜리 골프장과 300실 규모의 콘도 그리고 오토캠핑장 100면을 만드는 일입니다. 공사는 2007년에 시작해서 2016년에 끝납니다.

공사시작 전만 해도 별 문제는 없었습니다. 보상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됐고요. 그런데 1단계사업으로 골프장 공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주민과 갈등이 생겼습니다. 130여 가구가 사는 내동마을이 골프장에 포위됐기 때문입니다. 섬 가운데 마을이 있는데 양쪽으로 골프 코스가 생겼습니다. 그야말로 마을이 골프장 한가운데 놓이게 됐습니다.

내동마을 사람들은 자신들과 한마디 상의도 없이 골프장 시설과 위치를 마음대로 바꿨다고 시공사에 항의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또 공사에 따른 고통도 호소하고 있습니다. 공사현장의 소음과 진동 때문에 살 수 없을 지경이랍니다. 여기에다 앞서 말한 것처럼 마을 앞 실한 갯벌도 골프장 공사 탓에 피해를 봤습니다. 어촌계장의 말에 따르면 공사 현장에서 밀려 내려온 흙이 갯벌을 덮쳤습니다. 약 15cm까지 쌓인 진흙 때문에 갯벌에 들어가지도 못한답니다. 지난해 6월 큰 비 왔을 때 벌어진 일인데 지금까지 그대로랍니다.

대경도 선착자에 나붙은 펼침막입니다. 예전 배로는 5분이면 섬에 닿았는데 전남개발공사가 만든 배는 30분이 걸린답니다.
▲ 대경도 선착장 대경도 선착자에 나붙은 펼침막입니다. 예전 배로는 5분이면 섬에 닿았는데 전남개발공사가 만든 배는 30분이 걸린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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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바쁜 농사일을 멈추고 머리에 띠를 둘렀습니다. 골프공 위협에 마을에서 못살겠답니다.
▲ 집회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바쁜 농사일을 멈추고 머리에 띠를 둘렀습니다. 골프공 위협에 마을에서 못살겠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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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과 그 아래 갯벌입니다. 오탁방지 시설도 무용지물입니다. 이 상태가 1년을 넘었습니다. 그동안 관계기관들은 뭘 했을까요? 누런 황토물이 처정해역 가막만을 죽이고 있습니다.
▲ 골프장 골프장과 그 아래 갯벌입니다. 오탁방지 시설도 무용지물입니다. 이 상태가 1년을 넘었습니다. 그동안 관계기관들은 뭘 했을까요? 누런 황토물이 처정해역 가막만을 죽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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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개발공사는 코스 구조상 골프공이 마을을 위협할 일은 없답니다.
▲ 내동마을 전남개발공사는 코스 구조상 골프공이 마을을 위협할 일은 없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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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건설 공사장에서 밀려 내려와 마을 앞 갯벌에 쌓인 진흙입니다. 바다 생물들의 아우성이 들리는 듯 합니다. 공사 담당자는 친환경적이랍니다.
▲ 진흙 골프장 건설 공사장에서 밀려 내려와 마을 앞 갯벌에 쌓인 진흙입니다. 바다 생물들의 아우성이 들리는 듯 합니다. 공사 담당자는 친환경적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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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가 갯장어 자원회복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입간판 뒤로는 지난해 흐른 진흙탕 물이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누런 황토물결이 넘실댑니다.
▲ 갯장어 전라남도가 갯장어 자원회복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입간판 뒤로는 지난해 흐른 진흙탕 물이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누런 황토물결이 넘실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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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시장이 안내문을 내 걸었습니다. 폐기물을 지정장소가 아닌 곳에 버리면 엄벌에 처한답니다.
▲ 안내문 여수시장이 안내문을 내 걸었습니다. 폐기물을 지정장소가 아닌 곳에 버리면 엄벌에 처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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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와 시가 돈 대고 있어 함부로 처벌도 못한다?

주민들은 "풍성했던 바다가 골프장 때문에 죽었다"고 주장합니다. 이에 대해 전남개발공사 측은 "피해 발생 부분에 대해 보험회사에서 주민에게 보상하려고 용역 발주한 상태"랍니다. 갯벌이 망가졌다는 걸 모두 알고 있군요.

반면, 마을 앞 갯벌 관리책임이 있는 시는 이런 사정을 전혀 모르더군요. 여수시 공영개발과 담당자를 만났습니다. 그는 "그동안 갯벌 피해에 대한 민원이 없었고 다른 민원 파악하다가 최근 우연히 알게 된 사실이다"며 "지금이라도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겠다"고 말합니다. 시는 사고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났는데 그동안 뭘 한 걸까요?

그곳엔 튼튼한 간판도 서 있습니다. 여수시장 명의로 '폐기물을 지정장소가 아닌 곳에 버리면 처벌한다'고 분명히 써 놓았습니다. 간판에 적힌대로 행동을 하면 좋을텐데 시는 갯벌 망친 시공사에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왜 그럴까요? 알고 보니 이 사업에 전남도와 여수시도 돈을 보태고 있더군요.

그러니 함부로 처벌도 못하죠. 시공사인 SK건설 현장소장을 만났습니다. '갯벌 황폐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습니다. 그는 "바다에 일부러 황토도 뿌리는데 그 정도(지난해 토사가 밀려온 일)는 환경에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말합니다. 주민들과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군요.

골프장은 마을에서 불과 30미터도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녹색 잔디가 참 곱네요. 건너편 골프코스 바로 아래에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살고 있는 집들이 있습니다.
▲ 마을과 골프장 골프장은 마을에서 불과 30미터도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녹색 잔디가 참 곱네요. 건너편 골프코스 바로 아래에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살고 있는 집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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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집회 현장을 찾았는데 마침 관이 터지더군요. 물이 분수처럼 솟아 올랐습니다. 마을 앞 바다로 진흙이 흐릅니다. 생물들은 숨 막혀 죽겠지요? 공사 관계자들은 별일 아니랍니다.
▲ 분수? 지난 3일, 집회 현장을 찾았는데 마침 관이 터지더군요. 물이 분수처럼 솟아 올랐습니다. 마을 앞 바다로 진흙이 흐릅니다. 생물들은 숨 막혀 죽겠지요? 공사 관계자들은 별일 아니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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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막만 황금어장에 진흙이 덮쳤습니다. 모두들 매번 있는 일이라며 놀라지도 않더군요.
▲ 황금어장 가막만 황금어장에 진흙이 덮쳤습니다. 모두들 매번 있는 일이라며 놀라지도 않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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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와 여수시 그리고 민간업자가 돈을 모아 경도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세계박람회를 잘 치르기 위해 기반시설을 갖추고 있습니다. 성공박람회를 위해서는 바다와 갯벌이 조금 죽는 일은 기꺼이 감수해야 할 일일까요?
 전라남도와 여수시 그리고 민간업자가 돈을 모아 경도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세계박람회를 잘 치르기 위해 기반시설을 갖추고 있습니다. 성공박람회를 위해서는 바다와 갯벌이 조금 죽는 일은 기꺼이 감수해야 할 일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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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온갖 바다생물이 풍부하게 나오던 곳에서 아무것도 건질 수 없다고 아우성인데 시공사는 반대로 친환경적이랍니다. 누구 말이 옳든 답답한 마음뿐입니다. 그런데 공사 목적을 들어보니 더 숨이 막힙니다. 이 공사를 여수세계박람회 기반시설을
만들기 위해 시작했다는 겁니다. 박람회를 대비해서 숙박시설 등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이죠. 현재 완공된 콘도미니엄에서는 박람회 손님을 받고 있습니다.

시는 '세계적인 수준의 관광기반시설 확충 및 종합 명품 레저, 휴양시설 조성'을 공사 필요성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성공 박람회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는 말인데 정작 이 공사 때문에 바다는 서서히 죽어가는군요.

이쯤 되면 얼굴 들고 다니기가 불편해집니다. '살아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안'이라는 박람회 주제를 생각하니 낯이 더 뜨겁습니다. 박람회 주제를 잘 실현해 보려고 숨 가쁘게 달려온 지난 시간이 헛되어 보입니다. 박람회장 가까운 곳 연안이 죽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인데도 시와 전라남도 그리고 정부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습니다. 모두 박람회에 많은 사람이 와서 성공하기만을 바라고 있습니다.

내동마을 어르신들이 투쟁에 나서며 손으로 직접 작성한 결의문입니다.
▲ 투쟁 결의문 내동마을 어르신들이 투쟁에 나서며 손으로 직접 작성한 결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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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년 6월, 여수시 구봉산 정상에서 바라본 대경도 모습입니다. 여수세계박람회 기반시설 조성하느라 섬 전체가 뒤집어 놓았습니다.
▲ 대경도 20011년 6월, 여수시 구봉산 정상에서 바라본 대경도 모습입니다. 여수세계박람회 기반시설 조성하느라 섬 전체가 뒤집어 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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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람회 기반시설 조성과 골프장 건설 때문에 바다와 마을이 죽었다고 주민들 원성이 높습니다. 박람회 주제를 생각하면 '죽은 바다'도 살려야 할 판입니다. 풍성한 바다가 죽어 가고 있는데 누구도 관심이 없습니다.

전남 여수 경호동 대경도 내동마을 주민들은 현재 이주 비용 지원과 갯벌 피해 보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지척에서 들리는 박람회의 현란한 불빛과 웅성거림에 이들의 속만 시커멓게 타들어 가고 있습니다.


태그:#대경도, #전남개발공사, #SK건설, #여수시, #여수세계박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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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아들 커가는 모습이 신기합니다. 애들 자라는 모습 사진에 담아 기사를 씁니다. 훗날 아이들에게 딴소리 듣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세 아들,아빠와 함께 보냈던 즐거운(?) 시간을 기억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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