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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하나(민주통합당) 의원실엔 '해군기지 결사반대' 펼침막이 커튼 역할을 하고 있다. '강정'이라는 현장에서 온 '청년 의원'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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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승용차 대신 자전거, 수행비서 대신 팀원

19대 국회가 개원한 지난 2일, 흰색 운동화에 면바지를 입고 배낭을 멘 이가 본회의장에 나타났다. 일부 언론은 그의 꾸밈새를 '간편복 차림'이라고 소개했다. 언론은 그의 꾸밈새가 불편했지만 시비걸기엔 진부한 감이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이미 17대 국회에서 유시민 전 의원이 '면바지 차림'으로 '복장 논쟁'을 한 번 치렀기 때문이다.

그래도 TV조선은 못내 아쉬웠던지 이명박 대통령이 국회 연설할 때 보였던 의원들의 반응을 전하는 뉴스에서 "백팩을 메고 본회의에 참석한 민주통합당의 초선 의원은 애교로 보일 정도"라고 멘트를 날렸다. 반응과 꾸밈새를 구별 못한 '짬뽕 리포트'였지만 어찌됐든 그 초선 의원은 개원 첫날부터 <조선>의 '입살'에 올랐다.

 장하나 의원은 "강정마을 뿐 아니라 현안이 있는 곳이면 어떤 현장이든 찾아가 현장과 연계된 소통의 정치를 하겠다"며 "국회의원의 특권과 권위를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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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장하나 민주통합당 의원. 청년비례대표로 19대 국회에 입성했다. 제주도가 고향인 장 의원은 민주통합당 청년비례대표 후보로 선출되기 오래 전부터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운동을 해왔다. 그가 "강정마을을 항상 마음에 담아 두고 있다"며 "제주 해군기지 문제는 19대 국회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가지고 있다"고 스스럼없이 밝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장 의원은 "강정마을뿐 아니라 현안이 있는 곳이면 어떤 현장이든 찾아가 현장과 연계된 소통의 정치를 하겠다"며 "국회의원의 특권과 권위를 거부하겠다"고 19대 국회에 임하는 자신의 목표와 자세를 밝혔다.

특권을 거부하겠다던 장 의원은 "임기 동안 교통수단으로 자전거, 소형차, 대중교통만을 이용할 것"이라며 "운전기사나 수행비서를 두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국회가 개원한 2일, 약속한 대로 그의 의원회관 사무실엔 고급 승용차를 몰 운전기사 대신 그가 타고 다니는 자전거가 한 대 놓여있었다.

장 의원은 운전기사와 수행비서 대신 함께 일할 '팀원'을 꾸렸다. 그의 팀 명칭은 '지구·일·사람'. 의원실 운영을 기존의 의원 중심의 수직적 비서체계에서 '팀' 중심의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으로 바꿔 현장을 확장하고 일의 효율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그래서 국회의원 인장도 '지구·일·사람'이라는 팀 명칭으로 새겼다.

"놀고 먹는 국회의원 줄이자"는 이재오에 "당신이 한 일은?" 

그는 10대에서부터 30대 사이의 청소년과 청년 계층이 의제를 제기하거나 질문에 답하는 <청년의 1030문, 장하나의 1030답> 캠페인을 지난 5월 30일부터 6월 10일까지 진행했다. 이 문답을 통해 마련된 1030세대가 19대 국회에서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청년정치, 노동, 교육 등의 의제를 의정활동에 반영할 예정이다.

현장을 강조하는 그는 민주통합당 초선의원들과 함께 지난달 20일부터 21일까지 '낙동강 합천보'와 '고리원전 1호기'를 직접 방문하고 조사했다. 이에 앞서 반값등록금을 촉구하는 대학생들의 현장과  쌍용자동차 청문회를 촉구하는 현장에 함께했다. 물론 이 때도 '간편복 차림'이었다.

사실 장 의원이 언론의 주목을 받은 것은 '간편복 차림' 훨씬 전이다. 장 의원은 한 번은 여당실세인 이재오 의원을 상대로, 또 한 번은 거대기업인 이동통신사와 언론사들을 상대로 '전투'를 치렀던 것이다.

지난 6월 7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측근 이재오 의원은 "300명인 지금 국회의원 중 100명은 놀고 먹는다, 대통령이 되면 국회의원 수를 200명으로 줄이겠다"고 발언했다.

이에 대해 장 의원은 "국회의원은 입법기관이기 때문에 국회의원이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가는 얼마나 많은 입법안과 개정안을 냈는가와 법안 하나하나에 국민들의 바람을 얼마나 담으려 했는가가 판단 기준이 된다"며 "하지만 이 의원이 12년간 대표 발의한 법안은 29건으로 연평균 2.42건에 불과하다, 이건 너무 초라하지 않은가"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이 의원의 말을 되받아 "국회의원 100명을 줄일 것이 아니라 오히려 100명을 늘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선거제도 개혁을 통해 비례대표를 확대하고 늘어나는 비용은 14년간 의원님이 누려 오신 특권 중 '일부'만 포기하더라도 충분하다"고 꼬집었다.

 장하나 의원은 임기 동안 교통수단으로 자전거와 소형차, 대중교통 만을 이용하겠다고 약속했다. 보좌관들과 함께 쓰는 의원실엔 그가 타고 다니는 자전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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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의 전투 모두 정확한 사실을 기초로 승리

장 의원과 이동통신사·일부 언론과의 '전투'는 지난 13일 장 의원이 "해외에서는 망중립성 정책을 채택해 이동통신사들이 m-VoIP(모바일인터넷전화)를 전면 허용하고 있다"고 발언하면서 촉발됐다. 이른바 '망중립성 논쟁'은 카카오 보이스톡 서비스를 거대 이동통신사들이 반대하면서 사회적 논쟁으로 확산되었다.

장 의원의 이같은 발언에 일부 경제지와 IT관련 매체들은 이동통신사 관계자의 말이라며 "망 중립성 가이드 라인조차 마련되지 않는 상황에서 전면허용부터 하라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이야기"라고 쏘아붙였다. 특히 몇몇 매체는 장 의원이 '망중립성 정책 채택'을 촉구하며 기자회견과 1인 시위를 한 것을 두고 "잘못된 정보를 앞세운 '정치적 쇼'"라고 사납게 비난했다.

그러나 이 같은 거대 이동통신사의 주장과 몇몇 매체의 주장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말 이동통신사를 비롯해 방송통신위, 콘텐츠 사업자, 이용자 단체가 공동으로 '망중립성 가이드 라인'을 이미 발표했다. 지금은 방송통신위 정책자문위원회에서 '망중립성 가이드 라인 세부 시행안'에 대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두 번의 '전투'에서 장 의원은 '정확한 팩트(사실)'를 기초로 승리했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두 번의 전투'는 장 의원의 '국회 입성 전초전'이 되었다. 장 의원은 "국회의원이라는 특별한 지위를 누리는 사람이 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19대 국회 개원식에 그는 운동화에 배낭을 메고 참석했다. 이를 두고 일부 언론은 '간편복 차림'이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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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의원은 자신이 활동할 국회 상임위로 환경노동위원회를 원하고 있다. "청년일자리 해결을 위해서라도 노동 전반에 대한 문제제기가 필요한 시점이고,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문제 등 노동현안에 관심을 두고 있기 때문"이라며 "특히 탈핵 등 환경문제와 관련해서도 많은 활동을 하고 싶다"는 것이 그 이유다.

지난달 26일 '국립공원 케이블카 선정 중단 촉구 결의안'을 대표발의한 장 의원은 '돌고래 보호법' 등 동물권 보호에 관한 법률 등을 곧 발의할 예정이다.

'강정'이라는 현장에서 '청년'이란 이름으로 국회의원이 된 장하나 의원. 그가 스스로 내건 이름처럼 '청년 국회의원 장하나'로 어떻게 성장해갈지 많은 이들이 지켜보고 있다.


태그:#장하나, #강정마을, #해군기지, #이재오,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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