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불황의 파고가 몰아칠 기세다. 언제 어디서 대한민국호가 격랑에 휩싸일지 모른다. 태풍 속에는 현재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목표 지점에 정착시킬, 준비된 선장이 필요하다. 초보 선장은 결코 대한민국호의 키를 쥘 수 없다."
대권출마를 선언한 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준비된 대통령'을 강조했다.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초청 대선주자 간담회에서 그는 "대선 출마를 선언한 날, 김근태 의장과 고 조영래 변호사가 묻혀 있는 모란공원을 찾아 두 분의 뜻을 이어받아 국민을 대변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했다"라며 "'저녁이 있는 삶'은 위기의 돌파구다, 내가 해보겠다"라고 말했다.
'손학규의 이미지가 없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현재 시대는 이미 복지의 길로 들어섰다"라며 "이 문제를 해결할 지도자를 뽑는 구체적 경쟁관계에 들어가면 이미지가 아니라 콘텐츠의 대결이 될 것이다, 거기에 나의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통령의 이미지는 그 사람이 성공했기에 가져다 붙인 것"이라며 "내가 성공하면 '민생, 야권통합, 일자리 창출' 등의 (붙일) 이미지가 많다"고 반문했다.
유권자들에게 박한 평가를 받는 데 대해 손 고문은 "야권에서 거론되는 세 분의 예비후보가 모두 부산 경남 출신이다, 2002년의 효과를 바라는 국민의 잠재적 마음이 있다"며 "그러나 이번 선거는 지역구도가 아닌 계층 구도의 선거다, 정치적 중간층과 부동층이 어디로 표를 몰아줄 것이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해 "안철수 현상은 정치가 국민에게 충분히 응답하지 못한 데 대한 반응"이라며 "선거가 구체적으로 다가오면 국민들은 이미지가 아닌 콘텐츠로 판단하게 될 것이고, 안철수 원장의 역할이 대통령인지 다른 역할인지는 국민이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의원에 대해 "성 속에 산 박근혜 대표는 주변과 소통하고 살아갈 기회가 없었다, 국민 속으로 제대로 들어갈 수 있을까"라며 "박 대표는 민주주의에 대한 열정이 없다, 민생을 제대로 챙길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출신 주홍글씨, 정치권에서는 지워줄 때가 됐다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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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1993년 8.15 추모 행사에 참석했을 당시의 모습이다. |
| ⓒ 손학규 캠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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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고문은 "5년 전 한나라당에서 탈당했다"며 자신의 꼬리표에 대해 먼저 얘기를 꺼내기도 했다.
그는 "정치권에서는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주홍글씨를 지워줄 때가 됐다고 얘기하지만 모든 언론 인터뷰에서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얘기가 나오더라, 이것이 확대재생산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1993년 망월동 묘역에 갔을 때 민주자유당 출신이 여길 왜 왔냐는 소리도 들었다"며 "그 때 김영진 의원 등이 '이 사람은 민주운동 동지'라며 막아줬다"라며 일화를 전했다. 그는 "주홍글씨를 지운다, 멍에를 벗는다는 차원이 아니라 그 과정 또한 민주운동 세력의 한 분열이 아니었나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손 고문은 "신한국당 대변인을 하면서 김대중 대통령에게 못할 말도 많이 했다. 지금도 그 기록을 보면 몸둘 바를 모르겠다"면서도 "그래도 나를 지키려고 노력했다고 끝없이 자위하고 싶다"며 솔직한 심경을 내비쳤다.
그는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주홍글씨를 억지로 벗으려 할 것도 없다"며 "다만 내가 젊어서부터 추구했던 민주주의의 가치, 사회적 약자, 남북분단으로 인한 비극을 치유하는 것에 몸을 던지는 것으로, 김근태 의장이 '학규 좋은 사람이긴 한데...'라면서 뒷말을 잇지는 못하고 돌아가신 데 대한 죗값을 치르겠다"고 말했다.
대선후보 검증을 통해 지지 후보를 정하겠다는 민평련의 방침에 따라, 날카로운 검증이 이어졌다. 대부분 과거 당 대표·도지사 시절의 행적과 관련된 질문이었다.
한미FTA에 대해 손 고문은 "재재협상 당론은 아직 유효하다"며 "통상국가로 있는 한 FTA 자체를 반대할 수 없다, 다만 협상 체결의 전제는 이익의 균형"이라고 말했다.
2007년 해군기지 부지로 제주도가 가장 적합하다고 한 발언에 대해 "나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라며 "애초에 민군복합기지 건설로 예결위에서 합의됐고 제주도민들과의 합의가 전제됐어야 하는데, (현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경기도지사 시절 수도권 규제 완화를 주장한 데 대해 그는 "수도권 경쟁력을 강화하는 건 도지사로서의 책임이기도 했다, 풀 규제는 풀어야 한다"라며 "그러나 수도권만 혼자 해먹겠다는 생각은 안 했다, 도지사로 있으면 행정중심복합도시에 찬성해 엄청난 공격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지사 지설 특목고에 대폭적인 지원을 한 것을 두고는 "과학고 지원은 후회가 없지만, 외고는 본래 취지와 달리 변질돼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