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민주노총 충남서부지역지부 조합원들이 3일 오전 서울 강남구청 별관 앞에서 강남구청과 수서경찰서의 JW지회 노숙농성장 강제 철거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주노총 충남서부지역지부 조합원들이 3일 오전 서울 강남구청 별관 앞에서 강남구청과 수서경찰서의 JW지회 노숙농성장 강제 철거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이주영

관련사진보기


2일 오후 서울 도곡동 주택가에서 민주노총 소속 전국화학섬유노동조합연맹 JW지회 조합원 40여 명이 천막농성 중이었다. JW노조는 수개월째 노조와의 교섭에 성실히 임하지 않는 사측을 압박하고자 이경하 JW 중외제약 부회장 자택 앞에서 지난 6월 18일부터 2주 넘게 노숙 농성을 하고 있다.

이날 오후 2시 30분께 갑자기 트럭 두 대가 농성 천막 앞에 멈췄다. 차 앞에 붙은 '강남구청'이란 스티커가 눈에 띄었다. 구청 직원 1명, 용역업체 직원 12~13명이 함께 왔다. 밤낮으로 농성장을 감시하던 경찰 5명도 자리에 있었다. 그들은 황급히 농성장을 철거하기 시작했다. 현장을 철거하겠다는 사전 예고는 없었다. 칼과 가위로 천막과 돗자리 등을 찢고 뜯었다. 이들은 갈기갈기 찢긴 집회 물품을 트럭에 싣고 사라졌다. 여기까지가 현장에 있었던 조합원들이 전한 당시 상황이다.

JW노조가 속한 민주노총 충남서부지역지부는 3일 오전 서울 강남구청 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JW노조 노숙 농성장을 강제 철거한 강남구청과 수서경찰서를 규탄했다. 조합원 40여 명은 "행정대집행 절차를 완전 무시한 채 칼과 가위를 들고 농성장을 강제 철거했다"며 "강남구청과 수서경찰서의 사과와 배상, 재발방지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행정대집행은 용역업체 등의 제3자가 행정기관의 명령 집행을 대신하는 제도다. 행정관청의 명령을 받은 특정 시설이나 개인이 철거 등의 법적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때 시행한다. 행정대집행을 하기 위해서는 이행 기한을 미리 정해야 하며, 그 기한까지 이행되지 않을 경우 대집행을 한다는 뜻을 계고장 등의 문서로 알려야 한다.

구재보 민주노총 충남본부 조직부장은 "행정대집행법상 바로 철거를 집행할 수 없고 계고장을 들고 와 사유를 밝혀야 한다"며 "그런데도 강남구청은 법적 절차 없이 철거를 강행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긴급 상황 발생 시에는 철거할 수 있다고 하지만, 어제는 전혀 그런 상황이 아니었다"며 "2주 동안 천막 농성장을 놔두다가 갑자기 이러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날 함께한 최일배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노동조합연맹 코오롱정리해고분쇄투쟁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5월 11일부터 코오롱 본사 근처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지만 아직 강제철거당한 적은 없다"며 "물리적 충돌을 자제하려는 과천시와 비교했을 때 강남구청의 대응은 비윤리적이라 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강남구청 "긴급 상황이라서"... 수서경찰서 "민원 빗발쳐"

이에 대해 강남구청 측은 법적 절차에 따라 철거를 집행했다고 해명했다. 강남구청 건설관리과 관계자는 "도로법 제65조에 따라 긴급 상황 발생 시 행정대집행 절차를 생략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긴급 상황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담당 직원이 자리에 없어 답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수서경찰서는 빗발치는 민원 때문에 철거가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수서경찰서 정보과 관계자는 "하루 노숙 농성하는 건 괜찮지만 그 이상 길어지면 주변 주민에게 피해가 가기 마련이다"라며 "2주 넘게 아파트 단지에서 벌어진 노숙 농성을 두고 주민들의 불만 민원이 폭주한 상태였다"고 답했다. 이어 "절차만 이야기하는 건 합리성이 결여된 것"이라며 "행정 절차를 논하기 전에 행위 자체의 위법 여부를 따져야 한다"고 조심스레 덧붙였다.       

한편, 지난해 10월 설립된 JW 노조 조합원 대부분은 충남 당진에 있는 JW 중외제약과 JW 생명과학 공장에서 링거 수액을 만드는 일을 한다. 노조는 2011년 10월부터 2012년 초까지 사측과 9차례 교섭했다. 그러나 '노조사무실 설립', '노조 전임자 활동 보장' 등 노조가 요구한 90개 안건 중 합의된 건 하나뿐이었다.

지난 2월 합법적으로 쟁의권을 부여받은 노조는 90개 안건 실현을 요구하며 2월 22일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사측은 다음날 바로 조합원 38명에 대해 직장폐쇄를 결정했다. 노조가 이에 즉각 반발하며 회사 앞에서 천막 농성을 벌이자, 사측은 5월 초 직장폐쇄를 철회했다. 그러나 기존에 요구했던 90개의 안건은 실현되지 않았다. 노조는 6월 14일 총파업에 돌입했다. 사흘 후 서울로 올라가 회사의 실질 대표인 이 부회장 자택 앞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JW노조를 포함한 민주노총 충남서부지역지부는 앞으로 강남구청 본관 앞에서 농성을 이어가며 강남구청과 수서경찰서의 답변을 기다릴 예정이다.


태그:#강남구청, #JW지회, #강제철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