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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의 일상생활과 밀착한 지방자치는 흔히 '풀뿌리 민주주의'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정작 기초자치단체장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정치인에 비해 크지 않은 편입니다. 여론을 형성하는 언론의 조명이 기초단체장보다는 주로 정치인에게 집중한 탓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인구 50만 명이 넘는 수도권 기초단체장은 조 단위 예산을 집행하고 지역구 국회의원 수도 서넛을 웃돕니다. 그래서 <오마이뉴스>는 365일 전국 기초단체장을 찾아가 공약 사안을 중심으로 이렇게 묻기로 했습니다. 시장(군수-구청장)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영어로 하면, Mayor, what matters most?, 편의상 '기초단체장 인터뷰 MWMM?'로 이름 붙였습니다. [편집자말]
최성 고양시장
 최성 고양시장
ⓒ 고양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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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이 고양시에 속해있다는 사실 잘 몰라 

서울과 경기도를 포함한 수도권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를 꼽을 때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곳이 '고양시'다. 정확히 '일산'이다. 일산은 주거 공간과 생활공간이 편리하게 이어져 있고, 휴식공간인 호수공원까지 자리 잡고 있어 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과 인접해 교통이 편리하고 접근성이 좋다는 것도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일산이 고양시에 속해있고, 고양시가 인구가 100만 명에 육박하는 큰 도시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별로 많지 않다. 인구 수만 본다면 고양시는 경기도 31개 시·군 가운데 수원과 성남에 이어 3번째 규모다.

그건 결국 고양시의 인지도가 도시의 규모에 비해 현저하게 낮다는 얘기가 된다. 때문에 최성 고양시장은 어떻게 하면 고양시를 대내외적으로 알려 인지도를 높이고 도시 경쟁력을 높일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 이면에는 '고양시'가 대한민국을 넘어서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도시라는 자부심이 깔려 있었다.

최 시장은 "고양시는 농촌이 살아있는 도농복합지역으로 600년의 역사를 지닌 도시"라며 "도시와 농촌이 함께 어우러져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되어 발전할 수 있는 도시"라고 강조했다.

지난 6월 26일, 고양시청 타운미팅룸에서 최성 시장을 만났다. 최 시장은 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했으며, 17대 국회의원을 역임했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야5당과 시민단체의 야권연대 단일후보로 출마, 고양시장으로 당선됐다.

시장으로 취임한 2년간 현장을 누비면서 많은 시민과 소통했다는 최 시장은 현장에서 만난 시민의 이야기를 하면서 여러 차례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 그를 울게 한 것은 시민들이었다.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서 같이 아파하고, 같이 기뻐하다 보니 저절로 목이 메고, 눈물이 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음은 최 시장과 나눈 인터뷰 내용이다.

"국회의원 때 경험하지 못한 감동 여러 차례 받아"

최성 고양시장
 최성 고양시장
ⓒ 고양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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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시는 도시 규모에 비해 인지도가 상당히 낮다고 할 수 있다. 고양보다는 일산이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맞다. 심각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심지어는 일산시 고양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일산 시민들이나 고양시의 도시 브랜드로 봐서도 긍정적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시장이 된 뒤, 고양시의 브랜드화를 위해서 노력해왔다. 고양 국제꽃박람회나 전국 체전 등을 통해서 이름을 많이 알렸고, 앞으로도 꾸준히 알려나갈 예정이다."

최 시장은 일산 신도시는 20년 남짓의 짧은 역사를 갖고 있지만 고양시는 600년의 역사를 지닌 유서가 깊은 곳이라고 강조했다. 최 시장은 "고양시는 도농복합지역으로 농촌지역이 고양시 성장의 새로운 동력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고양시는 대규모 화훼단지가 자리 잡고 있는 도시로 매년 '고양국제꽃박람회'를 개최, '꽃의 도시'라 불리고 있기도 하다.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 대규모로 꽃박람회가 열려, 관심이 집중되었다.

- 취임 2주년을 맞이하는 소감은?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시민들에게 감사한다. 국회의원이었을 때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감동을 여러 차례 받았다. 그만큼 저를 긍정적으로 잘 평가해주셨기 때문이다. 공직자들에게 지난 2년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개혁을 요구했는데, 별다른 불만 없이 잘 따라주었다."

최 시장은 지난 2년 동안 할 수 있는 역량을 전부 발휘했는데도 일자리 창출이나 민생경제 문제를 만족스럽게 해결해내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통감하면서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자리 창출은 최 시장의 핵심 공약의 일부이기도 했다. 하지만 경제문제는 기초자치단체장의 의지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중앙정부와 맞물려 있는 만큼 경제가 나아지지 않으면, 시장이 할 수 있는 역할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시장의 역할에 한계가 있고 모든 것을 다 해결하려는 건 욕심이라는 기자의 지적에 최 시장은 "한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받아쳤다.

"인간에게 한계는 없다고 본다. 한계를 설정하는 순간, 그 한계는 벽이 된다. 물론 시장이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고양시만은 주민의 행복을 실현하는데 성역이 없어야한다는 생각을 했다. 때로는 대통령보다 더 중요한 자리가 목민관인 시장이다."

최 시장은 "현재의 자치와 분권 구조에서 분명히 시장이 할 수 없는 것이 있다"며 "시민들이 제기한 민원이 법에 가로막혀 해결할 수 없을 때 그것을 기피하지 않고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시장의 역할에) 한계가 없다고 말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시민이 건넨 마음 설레게 한 '연애편지'

최성 고양시장
 최성 고양시장
ⓒ 유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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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하셨다. 국회의원과 시장은 확실히 다를 것 같다. 어느 쪽이 더 보람이 있나?
"시장이 훨씬 더 보람이 있다. 열 배는 있는 것 같다. 물론 처지나 하는 일은 다르다. 하는 일이 다르기 때문에 어느 쪽이 더 낫다고 평가할 수 없지만, 보람 면에서는 시장이 더 크다. 그래서 너무 재미있게 일 하고 있다. 일 때문에 밤을 새거나 하면 아내와 아이들이 저를 놀리면서 하는 말이 있다. 고양시민들은 정말 좋겠다고, 아빠 같은 시장이 있어서 얼마나 행복하겠느냐고."

- 지난 2년 동안 가장 잘한 일 세 가지만 꼽는다면?
"첫 번째는 의외일 수도 있는데, 시민과 함께 하는 '찾아가는 음악회'다. 문화에 소외된 이들을 위해 찾아가는 음악회를 열었는데, 유모차를 끌고 와서 아이와 함께 고품격 뮤지컬과 대중가요, 클래식을 감상하면서 감동하는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았다. 노부부가 다정하게 손잡고 와서 함께 즐기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저도 함께 어울려서 노래를 부르기도 했는데, 감동이 오래 남았다."

최 시장은 '찾아가는 음악회'를 열게 된 이야기를 하면서 목이 메었다. 최 시장은 시장이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현장에서 한 아주머니를 만났다. 그 이는 고양시의 아람누리공연장 이야기를 하면서 "만 원 정도만 해도 가려고 했는데..." 하는 말을 최 시장에게 했다. 경제사정이 허락하지 않기 때문에 문화공연을 즐길 수 없다는 얘기였다.

이렇게 해서 시작된 '찾아가는 음악회'의 반응은 '연애편지'로 이어졌다. 일산호수공원 문화광장에서 공연을 한 뒤 한 아주머니가 은근히 다가와 최 시장에게 쪽지를 건넸다. 쪽지에는 좋은 공연을 볼 수 있게 해줘서 감사하다는 내용이 정성스럽게 씌어있었다. 최 시장은 그걸 '연애편지'로 표현했다. 그만큼 최 시장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는 것이다.

"아무도 해결하지 못한 서울시 기피시설, 합의 이끌어"

서울시 기피시설 공동합의문을 체결하는 최성 고양시장과 박원순 서울시장
 서울시 기피시설 공동합의문을 체결하는 최성 고양시장과 박원순 서울시장
ⓒ 고양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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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잘한 일은 서울시의 기피시설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낸 것이다. 그 부분은 지난 40여 년 가까이 아무도 해결하지 못했고, 해결할 것이라고 믿은 사람도 없었다."

고양시에는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시립승화원, 난치물재생센터 등의 기피시설이 들어와 있어 서울시와 갈등을 빚어왔다. 지난 5월 2일, 고양시는 서울시와 이 문제 해결에 합의, '서울시-고양시 상생발전을 위한 공동 합의문'을 체결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느냐는 지적에 대해 최 시장은 솔직히 "그렇다"고 답변했다. 최 시장은 "합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 합의를 실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세 번째로 잘한 일은 역시 의외라고 할 수 있겠지만 '희망보직제'라고 본다. 공무원들은 보직에는 관심이 없고 승진에만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어떤 보직에서 얼마나 만족하면서 일하느냐도 중요하다. 모든 직원이 희망하는 부서, 희망보직을 선택해서 일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인데, 이걸 시행하면서도 두려운 마음이긴 했다. 내가 이걸 잘 해낼 수 있을까, 공직자들이 따라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했다. 그게 실제 시정 변화로 나타나줘야 했다."

희망보직제와 관련해 최 시장은 "(공무원들이) 전체적으로 열광하거나 적극 지지하는 기류는 아니지만, 반대하는 이들이 그리 많지 않다"고 평가했다. "자신의 소질이나 개성을 살린 보직을 신청, 높은 만족도를 보이면서 일하는 이들이 있다"고 최 시장은 강조했다.

- 지난 2년간 가장 어려웠던 일은 무엇이었나? 괜히 시장이 되었다고 후회한 적은 없는지?
"당연히 있다. 시장으로 취임한 뒤, 하루에 5억 예산이 소요되는 시민체육대회를 개최하는 안이 올라왔다. 예산을 절감하자고 했더니, '시장이 한나라당 조직을 이번 기회에 정리하려고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불필요하게 오해를 확산시키면서 논란이 일어났던 것이다.

장애인 체육대회를 따로 못하니 예산을 1억 정도 확보해서 (시민체육대회와) 같이 하자고 했더니 이번에는 시장 누나가 청각장애인이라서 장애인체육대회를 하자고 한다는 좋지 않은 소문이 났다. 그런 오해를 받을 때 상당히 마음이 아팠다."

청각장애인 누나 때문에 최 시장은 장애인들이 사회적으로 어떤 차별을 받으며,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기에 더더욱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이 대목에서도 최 시장은 고개를 떨군 채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4년 뒤에 가장 겸손한 시장, 가장 성실한 시장, 가장 시민을 위해서 복무한 시장이라는 평가를 받고 싶다"는 최 시장은 "시민들의 삶의 행복지수를 높이고, 일자리를 창출하고, 민생경제를 회생시키는데 가장 큰 기여를 하고 싶지만 그게 뜻대로 되지 않아 안타깝다"는 심정을 밝혔다.

"성과위주로 갈 수밖에 없어... 문제는 시민을 위한 성과냐는 것"

고양오리온스를 응원하는 최성 고양시장
 고양오리온스를 응원하는 최성 고양시장
ⓒ 유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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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치단체장들이 업적을 남기려고 하거나 성과위주로 가는데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그것은 불가피하다. 성과위주로 갈 수밖에 없다. 문제는 그 성과가 어떤 성과냐 하는 것이다. 시민들은 상극의 요구를 한다. 성과에 급급해하지 말고 제 방식대로 해서 10년 뒤에 존경받는 시장이 되라고 한다. 도덕교과서에 나오는 정말 감사한 얘기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민원인은 당장 급한 민원을 제기하거나, 생존권이 달린 요구를 한다. 그럴 때 그분들에게 점잖게 저를 기다려주시면 제가 재선, 3선이 돼서 해결해주겠다고 하면 되겠나?"

이와 관련해 최 시장은 "시민들에게 힐난 받는 성과는 문제"라는 점을 확실히 했다. 그 성과는 "(시장이) 개인적인 업적을 남기기 위한 성과가 아니라 시민들을 위한 성과여야 한다"는 것이 최 시장의 주장이다.

- 시장님이 그리는 미래도시 고양은 어떤 모습인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가 안치환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다. 시장에 당선된 뒤, 슬로건을 공모할 때 그 아이디어와 연결해서 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게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의 도시, 고양'이다. 이 말이 슬로건을 떠나서 고양시의 철학으로, 가치로 자리 잡고 있어 자부심이 느껴진다. 제가 시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진정으로 시민들이 존중받고, 시민의 가치를 제대로 인식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고양시가 세계에서 가장 시민적 역동성이 넘치는 도시, 가장시민이  행복한 도시가 되기를 기대한다. 고양시는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재임하는 동안 그런 도시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이번 인터뷰에서 최 시장은 최근에 책을 출간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대통령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하필이면 기초자치단체장이 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대통령을 주제로 책을 썼을까?

최 시장은 자신이 목민관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현장에서 직접 들은 민심의 소리를 깨어있는 시민들과 공유하면 좋은 대통령을 뽑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한 최 시장은 "대통령을 뽑은 뒤 손가락을 잘라 버리고 싶다는 후회를 하지 않도록 이번에는 정말로 대통령을 제대로 잘 뽑아야 한다"며 "유권자들이 대통령을 선택한 뒤 후회하는 일을 반복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책을 내게 되었다"고 밝혔다.

최 시장은 이 책을 통해 대통령이 갖춰야할 다섯 가지 자격과 조건을 제시했다. 최 시장이 꼽은 대통령의 자격조건인 '정의, 통합, 소통, 평화, 청렴'이 대통령에게만 국한되는 건 아닐 것이다. 기초자치단체장을 비롯한 이 시대의 정치인에게도 적용이 되지 않을까.


태그:#최성, #고양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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