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2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신관 소회의실에서 '1%를 위한 재벌경제에서 모두를 위한 경제민주화로' 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 이주영

관련사진보기



"국민 대다수인 소비자와 중소상인, 중소기업이 왜 '보호'를 받아야 하나. 오히려 재벌대기업을 일정한 틀에서 움직이게 하고 나머지 공간에서 이들이 자유롭게 활동하게 해야 한다."  (김병권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부원장)

동네 빵집까지 넘보는 1% 재벌의 탐욕에 시민사회단체가 나섰다. 19대 국회와 12월 대선을 앞두고 노동·중소상인·시민단체·전문가들이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을 위해 뭉친 것이다.

경제민주화시민연대(준)는 22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신관 소회의실에서 출범식을 겸한 토론회를 열었다. '1%를 위한 재벌경제에서 모두를 위한 경제민주화로'를 주제로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참여연대, 민주노총, 중소상인살리기전국네트워크 등 대표자들이 4시간에 걸쳐 토론을 벌였다.

상생과 동반성장이 재벌개혁? 법으로 규제해야

이날 토론회는 지금까지 정쟁 대상으로 전락한 재벌개혁론과 정당 정책이 갖는 한계에 대한 지적으로 출발했다.

참여연대 상임집행위 부위원장인 김남근 변호사는 "지금까지 재벌개혁론은 정쟁과 학술 논쟁의 대상에 그쳤다"면서 "노무현 정부가 '상생'을, 이명박 정부가 '동반성장'을 외치는 동안 재벌은 순식간에 중소기업과 중소상인 시장 영역을 장악했다"고 꼬집었다.

김 변호사는 "이미 재벌이 국민의 생존에 깊숙이 침입해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라며 "신자유주의적 상생과 동반성장의 도그마에 갇혀 말로만 재벌개혁을 외쳐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상호 민주노총 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여야 정당이 내놓는 재벌개혁·경제민주화 방안이 미흡하다"며 "민주통합당이 발표한 '희망사다리법 12개 법안'도 갑을 관계에서 발생하는 불공정거래 등 근본 문제를 짚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여당뿐만 아니라 야당은 지난 10년간 10대 재벌이 소상공인의 생존을 위협할 때 무엇을 했는지 반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위원은 "더 큰 문제는 재벌개혁을 둘러싼 논의가 재벌의 소유구조 및 경제력 집중문제에만 쏠려 있는 것"이라며 "대중소기업 간 공정거래 확립 등 보다 종합적이고 예방적인 차원의 대책이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경제민주화 논의에서 '노동자 경영 참가' 내용이 부실한 게 가장 큰 맹점"이라고 말했다.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소장은 재벌개혁 목표가 현실성 없이 두루뭉술한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홍 소장은 "한국 재벌개혁론은 목표가 지나치게 모호하다"며 "주주자본주의와 총수자본주의 개선이라는 목표 하나뿐이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목표가 모호할 경우, 과거 사외이사제 도입 정도의 유명무실한 개혁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법으로 재벌 규제 못한다는 도그마에서 벗어나야"

 22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신관 소희의실에서 '1%를 위한 재벌경제에서 모두를 위한 경제민주화로'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 이주영

관련사진보기


토론자들은 현실적인 재벌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법적규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남근 변호사는 "재벌은 법으로 규제 못한다는 전제 때문에 재벌개혁이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면서 "정부가 동반성장위원회를 만들어도 법규가 없으니 대기업이 적극 응할리도 없고 결국 시간만 끌다 끝날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변호사는 "사외이사제도 도입, 소수 주주권 강화 등 재벌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여러 조치가 시도됐다지만 개별 회사가 규율 대상이어서 재벌이라는 기업 집단을 규율하지는 못했다"면서 "재벌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규제하기 위해서는 회사 개별이 아닌 기업집단 개념의 법적 규율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기업집단법은 삼성, 현대, LG 등 재벌이라는 기업집단을 하나의 법적 의무의 주체로 인정한다. 현재는 회사법상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그룹의 개별 회사별로 법적 규제가 이뤄진다. 하지만 기업진단법이 시행되면 개별 회사의 총 이익을 차지하는 재벌 자체를 법적으로 규율할 수 있다.  

김 변호사는 "독일은 회사 단위의 책임 관계를 뛰어 넘어 기업 간 지배·종속관계를 인정하되 지배기업이 종속기업을 투명하게 지휘하게 하고 종속기업을 암암리에 지휘하면 집단소송 등을 통해 지배회사에게 책임을 묻는 구조"라고 밝혔다.

홍헌호 소장 역시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43개 대기업 지배구조 현황을 분석한 결과, 사외이사의 반대로 부결된 안건이 2020개 중 단 1건에 불과하다"며 "이원적 기업 지배구조를 마련해 권력을 분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자들은 중소기업·중소상인 보호를 위한 법적 장치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남근 변호사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보호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며 "앞으로 서구 유럽과 같이 영업시간과 업종을 원칙적으로 정해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하도급 공정화에 대한 법률을 개정해 중소기업 사업조합의 공동납품, 공동협상 등을 보장해 중소기업을 보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 앞서 열린 '만민공동회'에선 중소상인, 노동자, 청년 등 각계각층 대표자들이 모여 재벌 체제에서 고통 받고 있는 현실을 토로했다. 윤대영 인천도매유통연합회 사무처장은 "원래는 중소상인끼리 잘 살았는데 대기업이 끼어들면서 먹고살기 어려워졌다"며 "오죽하면 장사꾼이 토론회에 나와 마이크를 잡겠는가"라고 하소연했다. 김진택 농심특약점협의회 대표는 "대기업 대리점업체들도 수수료, 대출 강요 등 재벌에게 피해를 받는 입장"이라고 털어놨다.

이날 정식 출범한 경제민주화시민연대(준)는 재벌개혁을 통해 사회의 가장 큰 모순인 경제적 불평등과 양극화를 해소해야 한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앞으로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을 위한 10대 과제'를 발표한 뒤 정당, 언론 등과 연계해 활동을 전개해 갈 예정이다.


태그:#경제민주화, #재벌개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