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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가뭄입니다. 예년 같았으면 6월 지겨운 장마 때문이라도 7월의 뙤약볕을 기다렸을 텐데 올해는 어찌된 일인지 아직 제대로 된 빗방울 소리 하나 듣지 못했습니다. 덕분에 아내는 영업한다고 돌아다니는 남편이 안쓰럽다고 하네요.

 

그러나 제가 땀 좀 흘리면 어떻습니까. 문제는 바싹바싹 말라가는 땅을 바라보는 농부들의 타들어가는 속입니다. 모내기를 끝내고 한창 바쁠 시기에 속절없이 하늘만 바라보고 계시는 그분들.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요?

 

이런 농민들의 심정을 알아차렸는지 뉴스들이 이제서야 발다투어 가뭄을 꽤 심각한 목소리로 보도하기 시작했습니다. 방송국 구중궁궐에 갇혀 현장의 소리를 듣지 못하던 분들이 뜨거운 뙤약볕 아래에까지 직접 오시어 가뭄을 이야기 하시네요. KBS의 경우는 21일자 9시 뉴스에 1면으로까지 보도하더군요.

 

언론사들의 '가뭄 보도'... 무책임 합니다

 

자, 그럼 공중파 3사의 뉴스 내용 좀 볼까요?

 

<중부 '최악의 가뭄' 계속… 갈수록 피해 눈덩이 - KBS 6.21>

<[이슈&뉴스] 가뭄 장기화… 비는 언제쯤 오나 - KBS 6.21>

<지독한 가뭄 두 달째… 먹을 물도 말라간다 - KBS 6.22>

<푹푹찌는 찜통 더위… 턱없는 강수량 '가뭄 극심' - MBC 6.21>

<극심한 가뭄에 채소 생산량 뚝… 가격 폭등 '금값' - MBC 6.21>

<산정호수도 바닥… 먹을 물 부족 '속수무책' - MBC 6.22>

<가뭄 장기화 '참담한 현실'… 식수도 말랐다 - MBC 6.22>

<숨 막히는 6월 불볕더위… 장마 더 늦어진다 - SBS 6.21>

<극심한 가뭄에 용수난… 산업단지 곳곳 '몸살' - SBS 6.21>

<[단독] 이상고온, 가뭄에 멸종위기종 집단 폐사 - SBS 6.21>

<계속되는 가뭄에 농작물 작황 '뚝'… 물가 비상 - SBS 6.22>

<중부 곳곳 물대기 총력전… 가을 쌀 수확에 타격 - SBS 6.22>

 

제각기 제법 심각한 어투로 가뭄을 걱정하는 뉴스들. 이대로 가뭄이 계속된다면 물가도 물가지만 마실 물도 없다는 그들의 준엄한 경고는 섬뜩하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보도가 무책임하다고 느껴지는 건 왜일까요? 그들이 104년 만의 가뭄이라는 사실과 그 원인만을 강조할 뿐, 이를 어떻게 이겨내야 하는지 아무런 대책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냥 하늘 탓만 하고 있는 거지요. 무려 10개 넘는 꼭지의 내용이 온통 '큰일 났다', '물가 많이 오르겠다'는 이야기 뿐이네요.

 

더욱 기가 막힌 건 뉴스들의 형편없는 기억력입니다. 우리 언론들은 그동안 아주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를 물부족 국가라고 떠들어 왔습니다. 그러니 물을 아끼고 이런이런 정책들을 펴야 한다는 제안까지. 그렇다면 최소한 그와 관련한 정부의 정책들을 다시 한 번 되돌아봐야 하는 것 아닐까요?

 

게다가 MB는 4대강 사업을 시작하며 그 이유로서 가뭄 해결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는 듯 합니다. 어쨌든 21일 브라질에서 열렸던 '유엔지속가능개발 정상회의(Rio+20)' 정상회의 기조연설에서 MB는 "200년 빈도의 기상이변에 대비해 추진된 수자원 인프라 개선사업(4대강 살리기 사업)은 홍수와 가뭄 모두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있다"며 "아울러 강변을 따라 국토를 종주하는 1800km의 자전거길이 새로 열려 국민소통과 녹색생활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고 했으니까요.

 

그렇다면 언론이 해야 할 일은 분명합니다. 우선 위의 내용을 국민들에게 보도하는 겁니다. 비록 언론들은 가뭄이 심각하다고 생각하지만, 가카의 생각은 다르시니 언론이 틀릴 수도 있다는 희망을 국민들에게 선사해야 하는 거지요.

 

그래도 만약 가카의 생각이 미심쩍다면 언론은 당장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된 4대강 사업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가 지금 가뭄으로 인한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인지, 그리고 현 정부는 어떤 생각으로 가뭄을 극복하고 있다는 것인지 살펴봐야 합니다. MB의 발언으로 미루어 볼 때 현 정부의 인식은 현상과 너무 큰 괴리를 지니고 있는데 이를 그냥 방치하다가는 더 큰 문제가 벌어질 수도 있을 테니까요. 

 

MB "4대강으로 홍수·가뭄 해결"... 정부 정책 따져봐야

 

지금껏 언론들은 가뭄이나 홍수 등 천재(天災)를 보도할 때 항상 끝머리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재(人災)라고도 할 수 있다'라는 코멘트를 꼭 붙이곤 했습니다. 전근대 시대도 아닌데, 명색이 비구름까지 만들 수 있다는 21세기인데 모든 것을 자연 탓으로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홍수와 가뭄이 올 것을 예상했다면 그에 대한 대책을 세우는 것은 역시 인간이니까요.

 

따라서 현재 언론이 해야 할 일은 104년만이란 기록에 대한 강조가 아니라, 이렇게 이상기후가 일어날 줄 뻔히 알면서도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못한 정부에 대한 비판이며, 그 원인에 대한 분석입니다. 마냥 104년만 운운하겠다면 차라리 카메라 세우고 강서구 우장산에 가셔서 기우제를 지내는 게 차라리 낫지요. (우장산은 예전에 기우제를 지니던 곳이랍니다. 기우제를 마치는 날이면 반드시 비가 와서 모두 우장을 준비하였다는 데서 이름이 유래됐지요)

 

하물며 현 정부는 물의 공화국입니다. MB가 청계천 복구로 대통령이 되었고, 대통령이 되고 나서는 대운하, 4대강 등을 언급하며 자신의 치적을 쌓고 있는 바, 그 치수능력을 다시 한 번 엄밀히 따져 물어야 됩니다. 4대강에 넘실대고 있는 물은 도대체 자전거 산책 관상용이냐고 물어야 되는 거지요.

 

아직도 하늘은 바싹 메말라 있습니다. 부디 하늘님께서 노여움을 푸시고 한 줄기 비를 내려주시길 기도합니다.


태그:#가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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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물류와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을 했었고, 2022년 강동구의회 의원이 되었습니다. 일상의 정치, 정치의 일상화를 꿈꾸는 17년차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하여 제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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