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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5일 실시예정인 KBS 프로그램 개편이 주목받고 있다. 대선을 6개월 앞두고 있는데, 공정성 논란이 심한 상황에서의 개편이기 때문이다. 특히 <아침마당>에 대해 눈길이 쏠리고 있다.

KBS 새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12월 대선을 앞두고 주부 시청자가 많은 <아침마당>을 CP(책임 프로듀서)는 물론이고 PD, 작가까지 교체한다는 이야기가 6월 초부터 있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직접 데스크로부터 (교체를) 통보받은 것은 아니지만, 사내에서 그러한 소문이 돌다보니 프리랜서인 작가들이 다른 프로그램을 알아본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고 말했다.

사측이 전달한 프로그램 개편 이유는 '시청률'. 지난해에 비해 <아침마당> 시청률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노조는 "최근 시청률이 약간 하락세에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지금 시즌은 시청률이 전체적으로 빠지는 시기"라며 시청률이 주원인이 되기는 어렵다고 반박했다.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는 것이다.

2010년부터 '아침마당인가, 국정홍보마당인가' 비판

2010년 9월, 추석특집으로 KBS 1TV <아침마당>에 출연한 이명박 대통령 부부.
 2010년 9월, 추석특집으로 KBS 1TV <아침마당>에 출연한 이명박 대통령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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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새노조가 <아침마당>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는 것은 '국정홍보마당'으로까지 불렸던 <아침마당>의 '전적' 때문이다.

노조는 2010년 12월 공정방송추진위원회(이하 공추위) 보고서를 통해, "올해 들어 <아침마당>에 정치인이나 고위 공직자들이 출연하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고 지적했다. 2010년 9월, 추석 특집으로 이명박 대통령 부부가 출연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정운천 전 농림수산부 장관이 당시 한나라당 최고위원 내정 불과 이틀 전 '한식재단 이사장'이라는 명함으로 '화요초대석'에 나오는가 하면, 6.2지방선거에서 낙선한 안상수 전 인천시장이 출연하기도 했다.

이재창 새마을운동중앙회장, 이상희 국립과천과학관장, 김진현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건립위원장, 유종하 대한적십자사 총재. 모두 '친여권' '보수인사'로 분류되는 인물들이다. 이 가운데 유종하 대한적십자사 총재는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지냈다.

공추위 보고서를 작성했던 한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아침마당>에 정치인이나 고위공직자가 출연진으로 나온 사례를 모두 분석해봤더니, 2008년이나 2009년에는 한명숙 전 총리, 김문수 경기지사 정도가 출연한 반면, 2010년부터는 정치인이나 고위공직자 출연이 급증했다"면서 "대부분이 친여권 인사였고, 야권 인사는 없었다"고 말했다.

노조는 <아침마당>이 정책 홍보에 동원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2010년 8월 3일 'G20 서울 정상회의 D-100 특집'을 방송했고, 이후에도 'G20 기획'을 다섯 편 내보냈다. 6월 8일에는 새마을 운동 40주년을 맞아 '세계로 진출하는 새마을 운동의 의미'를 알렸다.

"정치인들이나 정부정책을 홍보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아침마당>을 선호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아침마당>은 20년 가까이 여성들과 서민층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프로그램으로, 정치인 개인이나 정부정책의 업적을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자연스럽게 홍보하는 데 이만큼 좋은 자리는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정치인들의 출연이나 정부정책 홍보성 아이템을 다루는 것을 최대한 자제해야 하지만 <아침마당>은 그 위험수위를 훨씬 넘어서고 있다. 사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내년에는 <아침마당>이 본연의 모습을 찾아야 한다."

당시 공추위 보고서는 이와 같이 끝을 맺는다. 그러나 이듬해인 2011년 1월, 강원도지사 재보궐 선거 출마를 앞둔 엄기영 전 MBC 사장이 한나라당의 상징인 파란 점퍼를 입고 출연해 '사전 선거운동' 논란이 일기도 했다.

'포스트 김인규' 노리는 길환영 부사장 주목받아 

2011년 2월에 발행된 KBS 새노조 노보.
 2011년 2월에 발행된 KBS 새노조 노보.
ⓒ KBS 새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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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는 그 중심에 김인규 사장 취임 직후인 2009년 11월 TV 제작본부장으로 임명된 길환영 현 부사장이 있다고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노조는 지난해 2월 노보를 통해 "길환영 부사장은 김인규 사장이 KBS에 입성한 후 제작본부장을 맡아 KBS를 'MB방송'으로 만드는 데 결정적인 공을 세웠다"면서 "천안함 특집 폭탄, G20 특집 3,300분, 이승만 특집 등이 그가 본부장으로 있으면서 주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2011년 2월 본부장 신임투표에서 88%의 찬성률로 불신임을 당했던 길 부사장은 그 해 9월 부사장으로 영전한다.

노조 관계자는 "PD들은 이번 개편을 길환영 부사장의 이야기(지시)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KBS 내부에서는 길 부사장이 오는 11월로 임기가 끝나는 김인규 사장의 뒤를 이어 차기 KBS 사장을 노리고 있다는 '설'이 제기되고 있다. '포스트 김인규'를 꿈꾸는 길 부사장이 12월 대선을 위해 <아침마당>의 '관제홍보성'을 강화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러한 우려는 지난주 콘텐츠 본부 인사 과정에서 더욱 커졌다. 전용길 KBS 콘텐츠 본부장은 지난 12일 송재헌 콘텐츠기획부장, 다큐국의 황용호·우종택 부장 등 3명에게 직위해제를 통보하면서 "파업 기간 중 공을 세웠던 사람들에게 보상 차원에서 자리를 주기 위한 것이다, 부장 자리에서 물러나줘야 할 것 같다"고 통보해 '보복인사' 논란이 불거졌다. 이들 간부 3명은 새노조 파업 당시 조합원들의 복귀를 종용하는 간부 성명에 실명 게재를 거부한 인물들이다. 이같은 인사에 새노조 소속 교양다큐국 조합원들이 13일부터 철야농성에 돌입하자, 사측은 16일 이들에 대한 교체방침을 철회했다.

노조 관계자는 "지난 주까지만 해도, <아침마당>을 비롯해 '보복인사' 관련해서 우려가 심했지만, 현재는 관망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아직까지 누가 어떻게 배치될지 결정이 나지 않은 상황이다, 이번 주 내로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힐 것이기 때문에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KBS 사측 "부당한 인사개입...결과 보고 비판하라"

이러한 우려와 관련해 KBS 사측은 "부당한 인사개입"이라고 반발했다.

배재성 KBS 홍보실장은 20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인사결과가 나온 것도 아니고, '카더라' 식으로 이런 사람은 되고, 저런 사람은 안 되고 (새노조가) 가이드라인을 치고 있다"면서 "결과를 보고 비판을 해야지,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가지고 여론몰이를 하면 되겠나"라고 반문했다.

배 실장은 '<아침마당>이 국정홍보마당으로 전락했다'는 노조의 비판에 대해서도 "작위적인 비판"이라고 반박했다. 배 실장은 "<아침마당> 주제는 워낙 광범위하고, 주부라든가 시청층이 관심을 가질만한 사안을 (주제로 선정) 하는 것"이라면서 "선거와도 전혀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길환영 부사장과 관련해서는 "부사장이 인사에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것은 노조도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번 개편에서 <아침마당> 제작진이 교체되나'라는 질문에 배 실장은 "인사라는 것은 극비리에 하는 것"이라면서 "아직 확정된 것이 없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답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태그:#아침마당, #KBS 새노조, #길환영, #김인규,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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