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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노동부에 찾아가 지청장 면담을 요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 "현대차 불법업체 폐쇄하라!" 울산 노동부에 찾아가 지청장 면담을 요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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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 10여 년 다니다 2년 전 정리해고 당한바 있는 저는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의 '불법파견 정규직화' 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저도 같이 비정규직 노조의 집회에 빠짐없이 참석해야 하나 가족 생계 문제로 관심만 많을 뿐 참석은 자주 못하고 있습니다. 며칠 전 비정규직 노조 게시판에 '울산노동지청 연좌농성중에'라는 제목으로 속보가 하나 올라와 있었습니다.

'1564명을 해고 하려는 범법자 정몽구를 구속하라는 박현제 지회장과 25명의 해고자들이 고용노동부 로비에서 농성 중입니다. 정몽구를 구속하고 불법파견업체를 폐쇄하라는 지회요구에 고용노동부는 답하지 않고 있습니다. 전원 연행을 각오하고 비정규직의 울분과, 1564명의 해고와 진성 도급화를 저지하기위해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을 단 한 발도 나갈수 없습니다. 고용노동부와 이명박 정부는 범법자 정몽구를 구속하고 불법파견업체를 폐쇄하라!'

6월 14일 20시 30분에 위 내용이 올라온 후 1시간이 지난 다음부터 속보 형식으로 게시판에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울산노동지청 농성 중이던 19명 동지 21시 전원 연행. 중부서 8명, 남부서 11명'

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왜 노동부 로비에서 항의 농성을 했고 경찰은 왜 강제 연행 해갔는지 궁금했습니다. 6월 18일 오전, 저는 야간 경비근무를 마치고 피곤했지만,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교육장에 갔습니다. 그곳에 가서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오전 8시 퇴근해서 9시경 들렀는데 이미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한 노동자 옆으로 가서 물어보니 이해 할 만한 대답을 해주었습니다.

"한달전 우리는 노동부 울산지청장을 찾아가 면담을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요구사항을 분명히 밝혔지요. 불법파견 저지르고 있는 정몽구를 구속하라는 내용과 최병승 조합원 업체 폐업 시켜라는 두가지 중요 사안이었지요.

그때 지청장(김봉한)은 '본청에 폐쇄조치 질의를 올렸으니 기다려 달라'고 했고 한 달 정도면 답신이 올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나도록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우린 답변을 달라며 노동부를 찾아가 다시 지청장 면담을 요청 했습니다. 그런데 면담 도중 답변도 않은채 나갔고 그 후 사라졌습니다. 우린 지청장 면담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날(6월 14일 오후 9시께) 모두 경찰에 강제로 연행된 것입니다."

지난 6월 14일 밤 9시경 경찰에 연행되는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 대표자.
 지난 6월 14일 밤 9시경 경찰에 연행되는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 대표자.
ⓒ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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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오후에도 울산노동부지청장과 면담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저도 경찰서 유치장에 한 번 연행돼 보고 싶었습니다. 저는 아직까지 한 번도 경찰서 유치장에 들어가 본 적도 없고, 구경해 본 적도 없었습니다. 경찰이 강제로 연행하면 이번 기회에 경찰서 유치장을 경험해 볼수 있을 거 같았습니다. 연행됐다 풀려난 비정규직 노동자 이야기가 흥미를 끌었습니다.

"남부 경찰서에 우리가 연행돼 갔는데요. 3년 동안 아무도 들어온 적이 없었다네요. 우리가 가니까 유치장 바닥을 청소하고 있었어요. 음식요? 음식은 밖에서 시켜줬어요. 콩나물국에 반찬 몇 가지와 밥을 주더군요. 정식을 배달시켜 준 것 같아요."

경찰이 무얼 묻더냐고 질문해 보니 간단하게 대답했습니다.

"별 거 없어요. 주동자가 누구냐 하고 왜 점거농성 했느냐 하고 물었어요."

대부분 일반 비정규직 노동자는 하루만에 풀려났습니다. 현행범으로 잡아 갔어도 48시간 내에 구속영장이 발부되지 않으면 풀어줘야 합니다. 지회장과 또 한 명의 비정규직 노조원이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합니다. 구속적부심이 열렸으나 판사는 영장발부 대신 기각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날 연행된 모든 비정규직 노조원이 풀려나게 됐습니다. 한 비정규직 노동자가 말했습니다.

"십수년동안 1만명 넘게 불법파견 고용하여 차별과 착취를 일삼아온 현행범 정몽구는 안 잡아가고 왜 억울한 우리만 잡아 가고 손배가압류 때리는지 알다가도 모르겠어요."

비정규직 노조 간부와 노조원, 해고자는 18일 오후 1시 넘어 다시 울산노동부지청을 찾아 갔습니다. 지청장 면담을 요청했으나 출장갔다며 없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노동부 건물 1층 안에 모여 앉아 점심을 시켜 먹었습니다. 노동부 직원들이 나와서 "고객들 오면 냄새나니 지하 식당에 가서 먹으라"고 했습니다. 우린 그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그냥 쉼터 의자에 앉아 점심을 먹었습니다.

경찰에 연행되고 싶었는데 그냥 집으로 갔습니다. 오후 5시께 울산 노동부 문 닫을 시간에 맞춰 모두 자진 해산했습니다. 경찰 유치장 체험은 다음 기회로 미뤄야 겠습니다.

지난번에 갔을 땐 울산노동부 지청장과 면담이 이루어 졌었는데 오늘은 지청장이 없어 면담을 할수 없었습니다. 위 3명 중 오른쪽에 있는 사람이 울산노동부지청장.
 지난번에 갔을 땐 울산노동부 지청장과 면담이 이루어 졌었는데 오늘은 지청장이 없어 면담을 할수 없었습니다. 위 3명 중 오른쪽에 있는 사람이 울산노동부지청장.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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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현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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