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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의 상징 세계>에서 저자인 자현 스님은 석굴암 불상에서 '가사 속에서 비쳐지는 왼쪽 젖꼭지야말로 섹시미의 정점'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사찰의 상징 세계>에서 저자인 자현 스님은 석굴암 불상에서 '가사 속에서 비쳐지는 왼쪽 젖꼭지야말로 섹시미의 정점'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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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귀 닫고 사는 것보다 더 캄캄하고 적막한 것은 호기심 없는 마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눈이 침침하고 귀가 어둡더라도 '뭐지?' 또는 '왜'라는 궁금증이 생기고, 알고 싶어 하는 마음만 있으면 물어서라도 알게 되지만 호기심은 없는 마음은 눈으로 보이고 귀로 들리는 것조차도 그냥 흘려버리기 때문입니다.

호기심을 갖고 궁금해 하기 시작하면 세상만사가 온통 '뭐지'와 '왜' 입니다. 하다못해 내 몸의 생리적 작용, 깜빡이는 눈, 졸리면 쏟아지는 하품, 그리고 방귀, 기지개까지 어느 것 하나 '뭐지'와 '왜'에서 예외적인 것은 없습니다.

당장 내 몸뚱이만 해도 온통이 '뭐지'와 '왜' 이듯이 우리의 문화와는 아주 밀접하지만 일상생활에서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살짝 비켜 있는 사찰, 사찰문화, 사찰에서 치러지는 의식, 건축물, 상징물들이야말로 '뭐지'와 '왜'의 집합체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런 책, 왜 진즉에 나오지 않았지?

자현스님이 글을 쓰고, 불광출판사에서 상·하 두 권으로 출판한 <사찰의 상징 세계>는 사찰에서 가질 수 있는 궁금증, '왜'와 '뭐지'를 정말 속 시원하게 풀어주고 있습니다. 

100개의 문답으로 되어 있어 평소 궁금했던 부분이나 알고 싶었던 내용만을 우선 선택에서 읽을 수도 있고, 절에 가면서 가지고 가 그때그때 생기는 '왜'와 '뭐지'를 단박에 해결할 수도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사찰에 사는 스님들은 절과 관련된 부분들을 다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절에 산다는 것'과 '어떤 것의 의미를 안다는 것'은 논리적 층차가 다르다. 마치 우리는 평생 허리를 굽혀서 인사하지만, 그 이유를 알지 못하고 또 집에서 차례나 제사를 오래 지내봤다고 해서 그 의미를 이해하는 것은 아닌 것처럼 말이다.

<사찰의 상징 세계> 上 표지
 <사찰의 상징 세계> 上 표지
ⓒ 불광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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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그 속에 존재한다는 것은 익숙함과 관련된 것이지, 앎을 증장시켜 주는 것은 아닌 것이다. 그러므로 절에 사는 스님이니까 '당연히 알겠지'라는 생각은 착각이다. 그리고 이것은 동시에 당연한 측면이기도 하다. 마치 지구에 발을 디디고 산다고 해서 지구에 대해 모두 아는 것은 아닌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일부 스님들은 신도가 물어보면 모른다고 하는 것을 부끄럽게 여긴다. 그로 인해서 순발력 있게 둘러대는 경우가 있다. 이것이 때로는 일파만파가 되어 정설처럼 되고는 한다. 바로 이런 부분들이 불교문화에 대한 이해를 보다 복잡하게 만드는 한 요인이 된다. 넓게 보는 시각을 가지지 못한 사람은 참과 거짓을 구분하지 못한다. 그로 인하여 어느결에 오류 속에 갇히고 마는 것이다." - <사찰의 상징 세계>(상) 9쪽

저자인 자현스님이 상권, '들어가며'에서 쓰신 글입니다. 맞습니다. 스님도 스님이기 이전에 인간이니 당황하고 부끄러워할 수도 있는 사람입니다. 그러다 보니 임기응변으로 서둘러 댄 답을 하거나 듣게 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궁금하면 물어서라도 알아야 하지만 제대로 알려면 준비해서 묻고 제대로 준비된 답을 들어야 합니다. 즉흥적으로 묻고 임기응변으로 한 답(설명)이 잘못된 것이라면 그 또한 본의 아니게 지식이나 상식을 오염시키거나 오염당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국보나 보물로 지정된 우리나라 문화재의 적지 않은 개체가 사찰과 관련한 유물이라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는 사찰 문화와 떼려야 뗄 수가 없을 만큼 밀접합니다. 

사찰 관련 여러 궁금증에 대한 답을 제대로 알면 우리 문화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왜 오래된 우리나라의 사찰들은 대부분 산에 위치해 있는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조선이라는 승유억불시대를 거치면서 도시 안의 사찰이 모두 양반집으로 변하거나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파괴되기 어려운 산지사찰만 남게 되었고, 이것이 현재 한국불교에서 절은 의례 산에 있다는 인식을 일반화시킨 것이다. 그러나 그 원류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사찰은 산에 있는 것이 아니라 도시에 있는 것이 더 타당하다. - <사찰의 상징 세계>(상) 50쪽

100개의 문답 중 여섯 번째 질문, '절은 왜 산에 많은가요?'에 대한 답(설명) 중 일부입니다. 우리가 궁금해 하는 것은 절들이 왜 산에 많은지 뿐만이 아닙니다. 절이 탄생하게 된 배경, 역사, 배치, 건축물, 절에 서 볼 수 있는 이런저런 전각, 불구(佛具), 하다못해 단청에 나타난 선 하나 색깔 하나까지가 다 궁급합니다.

질문이야 100개로 되어 있지만 답에서 읽을 수 있는 설명과 얻을 수 있는 지식은 수백 가지가 됩니다. 한 그루의 나무에서 여러 가지가 뻗어있듯 질문에 대한 설명들이 나뭇가지처럼 전개되고 있어 역사, 문화적 지식이나 상식까지를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아담'과 '이브', 수메르 문명의 신이었다

절에서 식사를 할 때 사용하는 발우에도 상징이 있고 의미가 있습니다.
 절에서 식사를 할 때 사용하는 발우에도 상징이 있고 의미가 있습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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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굴암 불상의 섹시미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비단 오른쪽 젖꼭지만은 아니다. 왜냐하면 가사 속에서 비쳐지는 왼쪽 젖꼭지야말로 섹시미의 정점이기 때문이다. 가사를 수(垂)(가사를 입는 것에 대한 특수한 표현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왼쪽 젖꼭지가 보인다는 것은, 가사가 매우 얇다는 것을 말한다. 즉, 얇은 옷으로 상징되는 더운 문화의 유입인 것이다. 더구나 화강암으로 이를 표현 했다는 것은 신기에 가까운 솜씨가 아니면 불가능하다.

보이는 것보다 보일 듯 말 듯한 것이 더 섹시하다. 석굴암 불상의 조상자造像者는 이를 의도하여 섹시한 미감을 완성하였다. 이는 오늘날에도 쉽게 표현되는 미감이 아니다. 그런데 석굴암 불상에는 이러한 섹시함이 특유의 범접하기 어려운 근엄한 유연성과 더불어 공존하고 있다. 이억이야말로 세속과 초월이라는, 양자에 걸쳐 있는 고도의 정신적인 균현이 아닌가 한다." - <사찰의 상징 세계>(하) 39쪽

하권 52번째 문답, '석굴암 불상은 왜 가슴을 드러내고 있나요?'에 대한 설명입니다. 얼마나 부드럽고 예술적인 설명입니까. 불교적인 관점에서 뿐만이 아니라 조형물에 대한 예술적 감각을 더듬어 놓은 듯한 설명입니다.

석굴암 불상에서 불 수 있는 섹시미만이 아니라 사찰의 상징에 드리워 있거나 밑그림처럼 들어가 있는 역사적, 예술적, 문화적, 종교적 배경 들이 어떤 부분에서는 실루엣처럼 설명되고, 어떤 부분에서는 정물화처럼 세세해 사찰의 상징들에서 음영과 질감이 느껴집니다.     

"흔히 인류의 시조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아담과 이브일 것이다. 이는 기독교 문화의 세계적인 보편성을 잘 나타내준다. 그런데 이러한 아담과 이브가 본래는 수메르 문명의 신들이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바로 이렇게 신화는 또 다른 전승으로 변모해 간다." - <사찰의 상징 세계>(하) 144쪽

과학적인 고증, 역사적인 사실조차도 수용하지 못하는 맹신 기독교인이 읽으면 펄쩍 뛰겠지만, '염라대왕이 인도신화 속에 등장하는 인류의 시조라고 하는데 사실인가요?'하고 72 번째로 한 질문한 대한 설명입니다  

흔히 하는 말이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합니다. 사찰의 상징이라고 해서 예외일 수는 없습니다. 아니, 어쩌면 사찰의 상징들이야 말로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만 보여주는 무지개일지도 모릅니다.

문답 수야 100개이지만 답으로 풀어내는 설명에는 사찰에 대한 대부분이 들어 있어 이 책이면 사찰과 관련하여 생길 수 있는 '뭐지'와 '왜'가 후련하게 해결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100개의 문답으로 풀어낸 <사찰의 상징 세계> 상·하 2권은 유형의 건축물이나 상징물에 들어있는 무형의 상징, 무형으로 존재하거나 감춰진 의미에 똬리를 틀고 있는  유형의 상징을 들여다보고 어루만지며 지식과 상징으로 소화시켜줄 '절 박사' 필독서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덧붙이는 글 | <사찰의 상징 세계> 상·하┃글 자현스님┃펴낸곳 불광출판사┃2012. 6. 8┃값 상·하 각 22,000원┃



사찰의 상징세계 - 上 - 100개의 문답으로 풀어낸

자현 스님 지음, 불광출판사(2012)


태그:#사찰의 상징 세계, #불광출판사, #자현스님, #염라대왕, #아담과 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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