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성복 지부장이 6.25 참전용사들의 어려운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대한민국6.25참전유공자회 강원도지부 이성복 지부장 이성복 지부장이 6.25 참전용사들의 어려운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김지혜

관련사진보기


"6.25참전용사들이 무료급식을 찾아다니며 끼니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나라를 위해 공헌한 분들을 생각나게 하는 호국보훈의 달. 올해는 한국의 가슴 아픈 역사로 기억되는 6․25전쟁이 발발한 지 62주년이 됐다. 국가를 위해 싸운 참전용사들이 대우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들의 복지를 위해 일하고 있는 이가 있다. 이성복(李盛福, 82) 지부장이 그 주인공. 여름이 성큼 다가온 지난 5월 30일 대한민국6.25참전유공자회 강원도지부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 전쟁 이후 참전용사들의 힘겨운 삶에 대한 이야기와 전쟁 당시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마저도 움직임이 자유로운 분들의 이야기죠. 거동이 불편한 분들은 챙겨주는 사람이 없으면 굶기도 해요"라고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국가유공자라고 혜택을 많이 받는다는 오해를 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우리가 받는 예우라고는 국가에서 한 달에 12만 원 주는 것이 고작이에요"라며 "전쟁으로 인한 후유증으로 병원에 다니는 분들은 병원비의 60%만 지원받고, 그마저도 지정병원에서 치료를 해야 지원을 받는 것이 현실입니다"라고 전했다.

"국가수호를 위해 싸운 참전용사들에 대한 예우가 이런 상황인데, 다시 전쟁이 난다면 누가 이런 대우를 받고 참전하겠다고 나서겠습니까?"라고 말하는 그에게서 서운함이 느껴졌다. "공부 할 나이에 총을 들고 싸우다보니, 전쟁이 끝나고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어요"라며 "많은 참전용사들이 배우지 못하고 전쟁 후유증을 겪으며 가장의 역할을 제대로 못했던 것이 사실입니다"라고 말했다. "가장의 역할을 못하다보니 식구들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쓸쓸하게 홀로 살아가는 분들이 많습니다"라고 덧붙였다.

힘들게 살고 있는 참전용사들을 위해 '대한민국6.25참전유공자회'라는 단체가 생겼다. 이 단체는 6.25 참전용사들이 회원으로, 그들의 복지증진, 명예선양, 예우향상을 위해 힘쓰고 있다. 그는 강원도지부의 책임자로 일하고 있는데, "회원들을 대표해서 열심히 발로 뛰는 것이 제가 하는 일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참전용사의 한 사람으로 전우들의 어려운 상황을 돕고 싶었어요"라고 말한 그는 최근 최문순 강원도지사와의 대화를 통해 쌀 400포대를 지원받았다. 또한 회원들이 항상 모일 수 있도록 '사랑방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 운동은 이미 속초, 강릉, 횡성에서는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이를 발전시켜 '호국 경로당'을 활성화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전쟁의 참혹함을 잊고 사는 사람들... 걱정스러워요"

일제강점기 때 많은 수모와 학대를 받으면서 울분에 차서 군대에 지원 입대한 그의 나이는 당시 18살이었다. "전쟁 처음에는 무기가 없어서 일본군이 버리고 간 무기로 싸웠어요"라며 과거를 회상했다. "눈이 온 산이 잠자리가 되고, 주먹밥 하나로 끼니를 때웠죠"라며 "'악전고투'라는 말을 이럴 때 쓰는 거겠죠"라고 말했다. 그는 제8포병단 소속으로 전략적 요충지라 불리는 '철의 삼각지대 저격능선 전투'에 참전하고, 제12포병단으로 옮겨서는 '향로봉 전투'에 참전했다.

이렇게 치열했던 전쟁의 결론은 휴전협정. 그때를 떠올리며 그는 "한반도가 폐허가 되고 많은 피를 흘린 결과가 통일이 아닌 것이 허무했어요"라고 말했다. 13만 명이 희생된 전쟁에서 국군묘지에 묻힌 사람은 2만 명. "그 중에서도 유해가 묻혀있는 것은 고작 6000명뿐이에요"라고 전했다. "나머지는 본인들이 손톱, 발톱, 머리카락을 잘라서 냈던 것을 이름과 함께 묘지에 묻어둔 것이에요"라고 덧붙였다.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지금까지도 유해 발굴 작업을 활발하게 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그동안 정부가 관심이 없었던 것이 억울하고 섭섭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한 그는 "통일이 되면 참전용사들의 유해 발굴을 정부가 나서서 해야 할 일입니다"라고 피력했다.

"정치인들의 이념싸움이 이런 불행한 결과를 초래했지만, 이제는 그들이 화합해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나라가 되길 기대합니다"라며 그는 "국민의 한사람으로 죽기 전에 통일된 조국이 자유롭게 왕래하는 것을 보고 죽는 것이 마지막 소원"이라고 밝혔다. 사무실에 훈장이 없는 것을 의아해하자, 그는 "훈장을 받으려고 한 일이 아니였어요"라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국가를 지키기 위해 싸웠던 그를 보면서 진정한 애국자의 의미를 생각해볼 수 있었다.

한국전쟁은 많은 희생자들이 생긴 큰 전쟁이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는 "사람들이 62년 전 전쟁의 참혹함을 잊고 살다가 동족상잔의 비극을 또 다시 겪을까봐 걱정스러워요"라고 말했다. "이를 막기 위해 사람들이 6.25전쟁 기념행사를 통해 전쟁의 참혹함을 생각해보고, 참전용사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길 바랍니다"라는 당부의 말을 끝으로 그와의 인터뷰를 마쳤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강원희망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6.25참전용사, #대한민국6.25참전유공자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