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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가 없어졌다." "혈세 낭비만 했다." "생태보전 1등급 지역이 없어진 셈이다." "새들의 먹이터가 사라졌다." "황무지처럼 변해 버렸다." "자연은 생각하지 않았다."

4대강정비사업이 완료된 낙동강 하구 일대를 둘러본 소감이다. 이성숙 부산광역시의원(민주통합당)과 이준경 생명그물 정책실장, 최대현 부산하천살리기시민운동본부 사무국장, 강미혜 학장천살리기주민모임 대표, 김현우 부산녹색연합 사무국장이 31일 낙동강사업 1~4공구 현장을 둘러보았다.

이준경 생명그물 정책실장과 이성숙 부산광역시의원, 강미혜 학장천살리기시민모임 대표(오른쪽부터)가 31일 낙동강정비사업 1~4공구의 생태공원 조성 현장을 둘러보았다.
 이준경 생명그물 정책실장과 이성숙 부산광역시의원, 강미혜 학장천살리기시민모임 대표(오른쪽부터)가 31일 낙동강정비사업 1~4공구의 생태공원 조성 현장을 둘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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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살펴본 곳은 부산 낙동강 삼락지구, 을숙도(일웅도), 염막지구, 대저지구 일대로 이곳에는 생태공원이 곳곳에 조성돼 있었고, 수변구역 가까이 공원이 조성돼 있었다. 하지만 이전 모습은 찾을 수가 없었다.

이전에는 대개 낙동강의 경우, 강물이 흐르는 지점(수변)과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공간(운동장, 놀이터 등) 사이에는 완충지대가 있었다. 갈대와 작은 나무숲이 우거져 있거나 농민들이 논밭을 경작하는 공간이 있었다.

4대강정비사업으로 완충지대가 거의 사라진 것이다. 논밭이 있던 공간은 넓은 황무지처럼 변해 버리거나 일부 '수로형 습지'가 만들어져 있었다. '수로형 습지'라고 하지만 이곳은 생물서식처라기보다 '토목적 수로'로 전락한 느낌이었다.

강물이 흐르는 수변지역 가까이에는 버드나무들이 심어져 있었다. 일부 나무는 말라죽어 가거나 부러져 있었다. 환경단체는 수변습지를 조성해야 하는데, 큰 버드나무 식재는 예산 낭비라고 봤다. 또 수변구역 가까이에 길을 내놓았는데, 이에 대해서도 "최악의 생태공원 조성사업"이라고 지적했다.

4대강정비사업의 하나인  낙동강사업 3공구의 부산 삼락지구로, 이전에는 작은 나무와 갈대숲이 우거져 있었는데 지금은 허허벌판에 나무만 몇 그루 심어져 있다. 이전에는 사람들이 이용하는 공간과 수변구역의 완충지역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 역할을 하는 공간이 없어진 셈이다.
 4대강정비사업의 하나인 낙동강사업 3공구의 부산 삼락지구로, 이전에는 작은 나무와 갈대숲이 우거져 있었는데 지금은 허허벌판에 나무만 몇 그루 심어져 있다. 이전에는 사람들이 이용하는 공간과 수변구역의 완충지역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 역할을 하는 공간이 없어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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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정비사업의 하나인 낙동강사업 3공구의 부산 삼락지구로, 수변구역은 벌써 세굴현상이 발생하고 있었다.
 4대강정비사업의 하나인 낙동강사업 3공구의 부산 삼락지구로, 수변구역은 벌써 세굴현상이 발생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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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경 실장은 "이전에 보면 둔치의 수변부는 울창한 숲이었다. 거기에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했다. 그런데 사업을 해서 산책길을 내고, 황무지처럼 해놓았다. 생물이 서식할 수 없고, 사람만 다닐 수 있도록 해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삼락지구 부산-김해경전철 교각 아래 수변 가까이 산책로를 조성하고, 소나무 4그루 심어 놓았다. 하지만 소나무는 물이 많은 땅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강미혜 대표는 "조경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물이 많은 땅에는 소나무를 심지 않고, 특성에 맞는 버드나무를 주로 심는다고 한다"며 "전혀 어울리지 않는 소나무를 심어 놓았다. 언젠가는 옮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경전철 교각 바로 아래 둔치에는 2층 높이로 전망대 설치 공사가 한창이다. 작업 인부들이 공사를 하고 있었다. 한 작업자는 "전망대 공사다. 완공되려면 한 달 정도 더 걸린다"고 말했다. 환경단체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강물이 흐르는 수변구역 바로 옆에 전망대를 짓고 있는데, 여름 홍수철 많은 물이 내려오면 어떻게 될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며 "어떻게 강 복판에 전망대 설치 허가가 났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4대강정비사업의 하나인  낙동강사업 1공구의 부산 을숙도와 붙어 있는 일웅도에 조성된 생태공원이다. 이곳은 지금 흐르는 낙동강의 물보다 높은 지대에 만들어져 제역할을 못하고, 펌프 시설을 이용해 물을 퍼올려야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4대강정비사업의 하나인 낙동강사업 1공구의 부산 을숙도와 붙어 있는 일웅도에 조성된 생태공원이다. 이곳은 지금 흐르는 낙동강의 물보다 높은 지대에 만들어져 제역할을 못하고, 펌프 시설을 이용해 물을 퍼올려야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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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사업 1공구 을숙도(일웅도)에도 생태공원이 조성돼 있다. 이준경 실장은 "2004년과 2006년 환경단체와 부산시가 보전대책 협약을 맺었고, 이후 부산발전연구원에서는 일웅도를 '생태보전 1등급'으로 분류했다"며 "그런데 지금은 생태를 완전히 찾아볼 수 없게 돼 버렸다"고 말했다.

낙동강 하굿둑 바로 위에 있는 일웅도는 사람들이 차량으로 쉽게 들어갈 수 있도록 해놓았다. 수변구역과 경계를 두지 않고 공원이 조성돼 있었다. 수로 습지가 조성돼 있었지만 물이 얕았다.

강미혜 대표는 "환경단체는 일웅도만큼은 최대한 보전하고, 4대강사업을 하더라도 최소화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수변구역 가까이 공원을 조성해 생물이 서식할 수 없도록 해버렸다"면서 "수변부가 너무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최대현 사무국장은 "일웅도에 수로 습지를 조성해 놓았는데 강물보다 높다. 펌프로 물을 퍼올려야 할 판이다"라며 "생태공원 안내판에 '철새낙원, 창공을 수놓은 아름다운 철새 군무'라고 설명해 놓았는데, 이곳을 철새 중심으로 꾸미지 않고 사람 중심으로 시설물을 설치해 놓았다"고 말했다.

수로 습지에 만들어 놓은 '목재 데크'도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특히 일웅도와 염막지구(맥도생태공원)에 데크가 많이 설치돼 있었다. 이성숙 의원은 "수로 사이를 건널 수 있도록 이어주는 용도가 되어야 하는데, 땅 위에까지 설치해 놓았다. 공사를 위한 공사를 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4대강정비사업이 끝난 낙동강 하구.둔치 일대는 전후를 비교해 보면 완전히 달라졌다. 부산 삼락지구로, 위 사진은 정비사업을 하기 전이고 아래는 후 모습이다.
 4대강정비사업이 끝난 낙동강 하구.둔치 일대는 전후를 비교해 보면 완전히 달라졌다. 부산 삼락지구로, 위 사진은 정비사업을 하기 전이고 아래는 후 모습이다.
ⓒ 이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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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풀만 죽이는 제초제 사용한 흔적 곳곳에 보여

생태공원 곳곳에는 잔디밭이 조성돼 있었다. 최대현 사무국장은 "잔디를 심어 놓으면 농약을 뿌려야 한다. 잔디밭에 난 토끼풀만 죽이는 제초제를 사용한 흔적이 곳곳에 있다"며 "강에는 제초제를 사용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낙동강사업 2공구 염막지구에는 침사지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준경 실장은 "준설토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필요했던 침사지를 그대로 두고 있다. 방치된 상태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염막·삼락지구에는 이전에 농민들이 둔치 농사를 했다. 논농사를 하고 나면 곡식이 떨어지는데, 겨울이 되면 철새들의 먹이가 되었다"면서 "이제는 황무지처럼 변해 버려 새들의 먹이터가 사라진 것"이라고 걱정했다.

그는 "이전에는 염막지구의 경우 생물이 다양했고, 건강한 생태를 지켜왔다"면서 "이전 형태로 만들기 위해서는 현재 황무지처럼 버려져 있는 둔치를 논이나 밭으로 조성해 경작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낙동강 하구에는 '폐준설선'이 곳곳에 방치돼 있었다. 환경단체는 낙동강 전체에 방치된 폐준설선은 50여 척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이준경 실장은 "준설 업체가 부도·도산하고, 업주가 도망간 사례가 많다"면서 "업체가 준설선 처리를 해야 하는데 하지 못하고 있다. 그것으로 인해 오염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4대강정비사업의 하나인 낙동강사업 2공구의 부산 염막지구에 있는 '침사지'다. 준설토를 걸러내기 위해 활용했던 공간인데, 지금은 거의 방치되다시피 해놓았다.
 4대강정비사업의 하나인 낙동강사업 2공구의 부산 염막지구에 있는 '침사지'다. 준설토를 걸러내기 위해 활용했던 공간인데, 지금은 거의 방치되다시피 해놓았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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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무지처럼 변해 버린 둔치에는 잡풀이 많이 자라고 있었다. 특히 환경부가 야생교란식물로 지정한 '단풍잎돼지풀'이 많았다. 최대현 사무국장은 "척박한 땅에 잘 자라는 외래종이다. 이 곳이 이전에는 논이었는데 지금은 황무지처럼 돼 버렸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사가 끝난 낙동강사업 현장을 둘러본 뒤, 이성숙 의원은 "많은 예산을 투입했는데, 더 섬세하게 친환경적으로 했어야 했다. 돈을 쓰기 위한 공사를 했다는 느낌이다"며 "앞으로 관리를 어떻게 할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강미혜 대표는 "삼락지구 수변구역은 붕괴됐다. 어떻게 복원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맥도지구는 오리 기러기 서식지였는데 황무지처럼 돼 버렸다"면서 "철새들이 서식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하고, 특히 논습지를 빨리 복원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최대현 사무국장은 "낙동강을 철새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 공간으로 바꾸어 버렸다"고 지적했다. 이준경 실장은 "낙동강사업 1~4공구를 하는데 총공사비가 1700억 원이나 들어갔다. 최근 부산시는 정부에 '낙동강 하구 생태축 복원사업'을 위해 2000억 원의 예산 지원을 요청했는데 모순이다"고 말했다.


태그:#4대강정비사업, #낙동강, #낙동강 하구, #생태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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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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