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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천사 극락전 앞에 선 청안스님(왼쪽)과 오광스님(오른쪽).
 향천사 극락전 앞에 선 청안스님(왼쪽)과 오광스님(오른쪽).
ⓒ 김동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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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佛家)의 최대 행사인 불기 2556년 '부처님 오신 날' 봉축 행사를 앞둔 지난 25일.

갖가지 빛깔과 화려한 자태를 뽐내며 충남 예산군 향천사(주지 법정스님) 마당을 가득 메운 연등 아래 바삐 오가는 사부대중 사이로 간간히 외국인 스님들이 눈에 띈다. 향천사 천불국제선원에서 수행중인 다국적 스님들이다.

먼 타국에서 부처님 오신 날을 맞는 외국인 스님들에게 한국 불교는 어떤 의미일까. 호기심을 떨칠 수 없어 염치를 무릅쓰고 부처님 오신 날을 준비하는 외국인 스님들을 무작정 붙들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약 4년 전부터 운영되고 있는 천불국제선원에는 현재 10여 명의 외국인 스님들이 한국 불교를 배우며 불도를 닦고 있다.

선원장 효성스님은 "천불국제선원은 참선과 결제 위주로 운영된다. 외국인 스님들도 아침 예불과 사시 불공, 울력, 경전 공부 등 한국 스님들과 똑같이 생활하고 있다. 외국인 스님이라고 특별대우는 결코 없다. 지금까지 약 100여 명의 외국인 스님들이 천불국제선원을 거쳐 갔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만난 오광스님은 독립적인 결정권을 갖고 수행에 정진할 수 있는 분위기를 한국불교의 가장 큰 매력으로 꼽았다.

오직 불성을 찾아서

유럽 발칸반도 서부의 작은 나라인 세르비아 출신인 오광스님은 생전에 달라이 라마 등과 함께 '세계 4대 생불(生佛)'로 불린 숭산(1927~2004)스님으로부터 1989년 폴란드에서 사미계를 받고 불교에 귀의했다.

오광스님은 "숭산스님에게서 참선지도를 받고 한국불교를 알게된 뒤 1998년 화계사 국제선원에서 처음 한국생활을 시작했다"며 "한국불교의 종책이나 의식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 오직 나의 불성(佛性)을 찾는데 목적이 있다"고 불제자로서의 분명한 생각을 드러냈다.

"다른 나라보다 한국 스님들은 높은 수준의 종교적 결정을 할 수 있다. 강원도 들어갈 수 있고, 선방에서 참선도 마음대로 할 수 있다. 정진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10여 년 후 세르비아로 돌아가서 한국 불교를 전파하는 절을 짓는 것이 작은 꿈이다."

오광스님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반목과 갈등, 암투와 비행으로 멍든 요즘 우리 불교계의 부끄러운 낯빛이 문뜩 떠오른다.

향천사 극락전에서 절을 하는 청안스님.
 향천사 극락전에서 절을 하는 청안스님.
ⓒ 김동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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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가 모국인 청안스님의 눈에 비친 한국불교는 '완전한 불교' 그 자체다.

"몸과 마음을 어떻게 수행할 수 있는지 한국불교에 다 있다. 한국불교는 완전한 종교다"라는 청안스님에게 부처님 오신 날은 모든 중생이 1년에 한번이라도 참된 성품을 찾고 부처님의 가르침과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이다.

또 천불국제선원은 자연과 사람과 에너지가 너무 좋은, 그래서 승려가 불도를 닦기에는 그만인 최적의 장소다.

청안스님은 1994년 해인사에서 행자교육을 받고 이태 뒤 통도사에서 비구계를 받은 한국통이다. 한국생활 어언 18년. 청국장과 된장찌개, 보리밥을 가장 좋아하는 보기 드문 파란 눈의 이방인이다.

올해 덕숭총림 수덕사(충남 예산군 덕산면 소재)의 말사가 될 헝가리의 국제선원 원광사 주지도 맡고 있다.

한국사람 뺨치는 유창한 한국어실력을 자랑하는 청안스님은 "매순간 몸과 마음이 있는 곳에는 항상 숙제가 있다"며 "나는 그 숙제를 풀기 위해 오늘 무엇을 하는가"라는 '우문(愚問)'을 남겼다.

'도박사건'과 '폭로전'이 최대 화두로 떠오른 지금 한국 불교는 어떤 현답(賢答)을 내놓을까. 지켜볼 일이다.

몸과 마음 있는 곳에 숙제

"효성스님? 그는 조력자입니다!(He is helper!)"

천불국제선원의 외국인 스님들에게 효성스님은 말 그대로 조력자다.

오광스님과 청안스님은 "외국에서도 산 효성스님은 우리 외국인 스님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 영어로 의사소통도 가능하다. 불도를 닦는데 집중할 수 있도록 작은 것부터 모든 것을 도와준다. 외국인 스님 모두가 효성스님을 좋아한다"고 입을 모았다.

효성스님도 과거 한 때 수년 동안 미국에서 머물렀던 시기가 있다. 그때 미국사람들에게 효성스님 또한 지금의 오광, 청안스님과 같이 낯선 종교를 설파하는 낯선 외국인 스님이었으리라.

덧붙이는 글 | 충남 예산에서 발행되는 지역신문 <무한정보신문>과 인터넷신문<예스무한>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부처님오신날, #향천사, #천불국제선원, #외국인스님, #예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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