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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노동자 선배인 권영길 의원(통합진보당·창원을)이 파업하고 있는 후배들 앞에 서서 "청와대를 점령하라"고 외쳤다. 권 의원은 24일 오후 창원노동회관에서 파업 중인 창원·진주MBC와 창원KBS 소속 언론노조 조합원을 상대로 강연했다.

<서울신문> 기자와 언론노조·민주노총 위원장을 지낸 그는 "왜 노동조합을 만들었느냐"는 질문부터 던졌다. 그는 "임금 인상과 노동환경 개선 등 노동자 권익을 찾기 위해 만들었다고 하는 게 당연하다"면서 "그런데 실제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고 말했다.

권영길 의원은 24일 오후 창원노동회관에서 경남지역 언론노조 조합원을 대상으로 강연했다.
 권영길 의원은 24일 오후 창원노동회관에서 경남지역 언론노조 조합원을 대상으로 강연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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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22살의 청년(전태일)이 왜 노동조합을 만들었느냐. 당시로서는 휴지조각이나 다름없는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치며 자기 몸을 불살랐다. 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라 인간이다. 인간 대접을 받기 위해 발버둥 쳤던 것이다. 그것은 바로 인간선언이다. 가장 기본인 노동자도 인간이라는 것을 우리가 놓치고 있다."

권영길 의원은 "방송사에서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것은 인간선언이다"며 "지금 우리 머리 속에는 그것이 빠져 있다, 이 땅에서 누가 그렇게 만들었나. 물론 자본가들이 만들었지만, 5․16 군사쿠데타 세력이 그것을 구체화시켰다"고 말했다.

"이전에는 '노동자'라는 용어를 썼다. 박정희 쿠데타 세력은 '노동자'라는 용어를 못 쓰게 하면서 '근로자'라고 했다. 그것은 노동자를 인간으로 바라보지 않겠다는 것이고, 민주적으로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지금도 우리 정부는 '노동자'라는 용어를 쓰지 않는다. 세계 어느 나라든 자주적·민주적 노동조합은 '노동자'라고 한다. '노동자'라는 용어 속에는 인간선언 의미가 있다. 노예처럼 삶을 거부한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노동자냐"는 질문을 던진 권영길 의원은 "바로 연대하는 사람이 노동자다. 단결하고 뭉칠 때, 그 일원이 될 때 노동자다. '레닌'은 연대하고 단결하고 조직하는 노동자라고 했다. 개별화된 사람은 노동자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1961년 이전에는 '노동자'였다. 이승만 정권 때도 '노동자'였다. 5․16 뒤 '관제노총'을 만들면서 법적으로 '근로자'라고 쓰도록 했는데, 지금까지다. '노동조합법'에 보면 '노동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을 도모하고'라는 구절이 나온다. 거기에 하나가 빠져 있다. '정치적'이란 단어다. 노동조합은 노동자들의 정치적 지위 향상을 위해 활동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가짜노조' '어용노조' '관제노조'다. 군사쿠데타 세력이 '정치적'이란 말을 빼버렸다."

"희망버스 취재 거부당하던 모습 보고 가슴 아파"

언론 선배로 가슴 아팠던 때를 떠올렸다. 권 의원은 "지난해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 투쟁 당시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방송사 카메라를 보고 '나가라'고 했다. 그때 마음이 아팠다. 언론에 대한 완전한 불신이고, 버림받은 것이다. 그래서 지금 언론 파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영길 의원은 24일 오후 창원노동회관에서 경남지역 언론노조 조합원을 대상으로 강연했다.
 권영길 의원은 24일 오후 창원노동회관에서 경남지역 언론노조 조합원을 대상으로 강연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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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희망버스 투쟁은 승리했다. 그 승리는 누가 만들었나. 기존 언론이 아닌 다른 언론, 즉 새로운 언론이 만들었다. MBC․ KBS․ SBS 보도 없이도 우리는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그것이 바로 'SNS'였다. 그러면 언론노조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답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희망버스 현장에서 취재 거부를 당했던 것처럼, 선배들은 군사정권의 나팔수였다. 기자, 아나운서, 피디들은 모두 죄를 저질렀다. 지금 언론노동자들이 하는 파업 투쟁은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군사정권 때나 그 후예인 이명박 정권, 하물며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때도 민주노총이 투쟁하면, '노동조합이 왜 정치 투쟁을 하느냐'고 했다. 한미FTA 반대 투쟁을 하니까 그랬다. 방송사 낙하산 사장 퇴진 투쟁을 하니까 불법이라고 한다. 사실 언론 노동자들 사이에도 임금인상 투쟁은 신나게 해야 하는데, 이런 정치 투쟁은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데 아니다. 노동조합은 인간선언이다.

국제노동기구(ILO)에는 정부와 사용자, 노동자 대표가 참여해 연설한다. '노사정'이 함께 하는 것이다. 우리는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가? 민주주의 나라인가? 우리는 그렇다고 이야기 한다. 미안하지만,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나라가 아니다. 모든 노동자들이 자주적․민주적으로 노동조합을 결성할 권리를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전교조․공무원노조는 노동3권이 없다. UN은 '사회권리'를 통해 모든 노동자들이 민주적․자주적 노조 결성을 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것이 되지 않으면 민주주의 나라가 아닌 것이다."

'연대'를 강조하면서 1990년에 있었던 KBS 파업을 들추어냈다. 그는 "당시 KBS 파업은 노동운동사에 중요한 대목이었다. 현대중공업 투쟁과 묘하게 같은 시기에 일어났다. 현대중공업 노동자 대표단이 KBS 노조를 찾아와서 연대하자고 했다"면서 "그런데 연대투쟁을 하지 않았다. 그때 연대투쟁을 했더라면 한국노동운동사에서 조금은 바뀌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노동조합의 생명은 연대다. 연대하지 않는 노동조합은 생명이 없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지금 언론 파업 투쟁의 상대는 이명박 대통령이고 청와대다"며 "청와대를 점령하라는 이야기다. 점령하려면 청와대 앞으로 가야 한다. 경찰 닭장차에 실려 가고 곤봉에 맞더라도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제2의 노동자 정치세력화' 나서야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를 강조했다. 그는 "영국, 독일, 미국은 그 나라의 민주노총 등 노동조합이 정당을 만들거나 가장 많은 지분으로 지원하고 있다"며 "선거에서는 돈을 모아 지원하고, 선거운동도 중심에 서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는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 통합에 반대했다. 노동자 중심성의 정당이 아니었다. 참여정부 때 '비정규직법'이 통과됐다. 용서할 수는 있어도 잊을 수는 없다. 그렇게 통합이 되면, 민주노총이 파편화 되고, 노동자의 정당성이 되지 않으며, 한국진보정치의 위기라 도래할 것이라고 봤다. 결국 그렇게 통합이 됐는데, 지금은 통합진보당이 온 국민의 질타를 받고 있다. 한국 언론사상, 정당사상 한 정당의 일을 두고 한 달 넘게 주요 뉴스로 다루어졌던 전례가 없었다. 통합진보당뿐만 아니라 진보정당이 끝났다."

"이 시점에서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 권 의원은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바로 앞장 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 MBC에서 김재철만 물러가면, KBS에서 김인규만 물러가면 승리한다고 여긴다"며 "낙하산 사장이 사퇴했다고 해서 우리 투쟁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권영길 의원은 24일 오후 창원노동회관에서 경남지역 언론노조 조합원을 대상으로 강연했다.
 권영길 의원은 24일 오후 창원노동회관에서 경남지역 언론노조 조합원을 대상으로 강연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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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노동자의 인간선언을 해야 한다. 정의구현과 경제 민주주의를 위해서라면, 언론노조가 노동자의 정치세력화에 앞장 서야 한다. 민주노총은 '제2의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해야 한다. 일시에 되지 않을 것이다. 토론하면서 해 나가야 하고, 한국사회가 바로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97년 대통령 선거 끝나고 나서 미국 버클리대학에서 열린 '국제노동심포지엄'에 참석했던 적이 있다. 미국 노총 간부가 한국의 86~87년 노동투쟁이 세계 노동투쟁의 흐름을 바꾸어 놓았다고 칭찬하더라. 그런 나라의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이니까 어느 나라를 가든 영웅 취급을 받았다. 그때 미국 노총 간부가 '한국에서 가장 길게 한 파업이 어느 정도냐'고 묻더라. 저는 2년 정도 파업을 벌인 사업장이 있다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미국은 7년 동안 파업한 사업장이 있다고 했다. 5․1절도 그 나라에 나왔으니, 그럴 수 있다고 봤다. 저는 오래 전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7년간 파업해서 바로 한 해 전인 1996년에 끝났다고 했다. 바로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호텔의 노조였다."

권 의원은 "지금 언론 파업은 12월 대선에서 바로 잡겠다는 각오로, 청와대를 우리가 점령하겠다는 목표를 세우면, 그 전에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태그:#권영길 의원, #언론노조, #공정방송, #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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