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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23일 홍익분회와 8개의 단체에서 온 300여명의 청소/경비 노동자들이 2억800만원 소송과 홍익분회를 교섭대상으로 인정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 홍익대 본관에서 집회중인 청소/경비 노동자들 5월23일 홍익분회와 8개의 단체에서 온 300여명의 청소/경비 노동자들이 2억800만원 소송과 홍익분회를 교섭대상으로 인정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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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산하의 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공공서비스지부(서경지부) 홍익대분회는 지난 23일 서경지부연대, 이대분회, 사회진보연대 등 8개의 단체에서 온 300여 명과 함께 홍익대 본관인 문헌관에서 오후 5시부터 20분 가량 집회를 열었다. 이들의 문헌관 점거는 지난해 2월 홍익대와 경비 도급계약을 맺은 용역업체인 '용진실업'과의 협상 타결 이후 처음이다.

300여 명의 노동자들은 건물 로비를 꽉 채웠다. 이들은 20분간 "노동3권 보장하라. 비정규직 철폐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투쟁가를 부른 뒤 해산했다. 집회는 '짧고 굵게' 끝났다.

지난해 49일간의 홍익대 청소노동자 농성으로 4450원이던 시급을 5100원으로 인상했다. 설날, 추석 상여금으로 각각 15만 원씩 지급받게 됐고 월 9000원이던 식대도 6만 원으로 올렸다. 관행적으로 경비원들이 해오던 사무실 이사, 쓰레기처리, 기타 노역 등의 경비 외 업무지시가 사라졌다. 근무조건은 상당부분 개선되었다.

홍익대분회의 위기, 2억8천만 원 손해배상과 임금교섭권 상실

하지만 이들의 투쟁은 끝나지 않고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홍익대는 홍익대분회장 이숙희씨 등 6명에게 2억 8천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이것은 4월 20일 1심에서 기각됐다. 하지만 이달 초 홍대는 항소했다. 현재 홍익대분회는 소송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전원이 홍익대분회 소속인 청소노동자와 달리 경비노동자들은 2개의 노조로 분열됐다. 39명은 사측과 친밀한(?) 노조인 '홍경회' 소속이고 나머지 27명은 지난해부터 홍익대 청소·경비 노동자들을 대변해 온 홍익대분회 소속이다.

'용진실업'은 지난 7월 1일부터 시행된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제도를 근거로 전체 66명 중 39명이 소속된 '홍경회'만을 교섭대상으로 삼았다. 12개의 업체와 집단교섭을 했던 서경지부가 시급 5100원에 협상을 타결한 것과 달리 '홍경회'는 시급 4900원과 휴게시간 6시간에 협상을 타결했다. 유독 홍익대 경비노동자들만 적은 월급을 받게 됐다.

홍익대분회는 작년 2월 '용진실업'과 작성한 합의서의 '보충교섭은 공공운수노조(홍익대분회)와 진행한다는 조항'을 근거로 홍익대분회도 임금교섭대상으로 삼을 것을 요구했다.하지만 '용진실업'은 요지부동이다. 원청인 홍대 역시 용역업체와 노동자 사이의 일이며 본교는 관련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원청인 홍익대가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본다. '본관'에서의 집회도 그에 따른 행동이었다.

사라진 한 개의 현수막, 이사장님 보실까봐?

왜 이것만 숨겼을까?
▲ 사라진 현수막 왜 이것만 숨겼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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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는 “이면영 이사장님, 언제까지 학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외면하시렵니까?”라고 쓴 현수막을 내렸고 이에 노동자들이 총무과를 방문해 되돌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 홍대 총무과에 항의방문 온 청소/경비 노동자들 홍대는 “이면영 이사장님, 언제까지 학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외면하시렵니까?”라고 쓴 현수막을 내렸고 이에 노동자들이 총무과를 방문해 되돌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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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뿐이 아니었다. 홍대는 이들이 걸어놓은 현수막을 철거했다. 본관에서의 집회가 끝나고 홍익대분회 분회장과 7여 명은 총무과를 항의 방문했다. "이면영 이사장님, 언제까지 학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외면하시렵니까?" 라고 쓰인 현수막을 되돌려달라고 요구했다.

총무과 관계자는 21일에 현수막을 내렸고 그 자리에 뒀다고 해명했지만 학교 구석구석을 청소하는 청소 노동자들도 현수막을 찾아내지 못했다. 결국 홍익대분회는 같은 내용의 현수막을 새로 주문해 23일 주차장 입구에 걸어놓았다.

정문에 있는 현수막은 총 12개인데 왜 그 현수막만 치웠냐는 홍익대분회 측 질문에 총무처 관계자는 "불법농성이고 허락받지 않은 현수막"이라는 말만 반복하며 즉답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총무처 관계자는 "업무방해다. 사람들 다니는 길을 막지 말라"고 요구했다.

청소·경비 노동자들을 빛낸 공연 '불빛'

서경지부 소속의 이대, 연대 분회 등 8개 단체만 홍익대분회 투쟁을 지지한 것은 아니었다. 홍익대분회는 홍익대 학생행동 연합 '플라멩고'와 더불어 축제 기간동안 공연 '불빛'을 진행했고 15일과 21일 두 차례에 걸쳐 학생들과의 간담회를 열었다.

축제가 한창이던 지난 17일 저녁 7시 홍대 정문 앞 청소·경비 노동자와의 연대를 위한 '보기 드문' 공연 '불빛'은 누적 관람객이 500여 명(주최측 추산)으로 성황리에 진행됐다.

많은 학생들이 공연을 보고 갔다. (주최측 추산 500여명)
▲ 공연 '불빛' 많은 학생들이 공연을 보고 갔다. (주최측 추산 500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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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노동자가 흥에 겨워 무대에서 춤을 추고 있다.
▲ 5월17일 홍대 축제 기간 중 공연 '불빛' 경비노동자가 흥에 겨워 무대에서 춤을 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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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빛'을 기획한 '플라멩고'는 학내 공연 동아리에 연대공연을 부탁했지만 '동아리 이름으로 공연 참가는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무산됐다. 멍구밴드, 악어들, 시원한 형과 국립오페라 노조 등이 공연에 참가했다. 흥에 겨운 청소·경비 노동자들이 무대로 나와 춤을 추기도 했다.

17일과 22일 열린 간담회에는 홍익분회 박진국 부분회장과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김태완 조직부장이 패널로 참여했고 청소노동자, 총학생회, 단과대학생회와 홍대생 10여 명 등 총 40여 명이 참석했다.

"억울하고 분노심이 차서 나왔습니다."

박진국씨의 첫마디였다. 그는 홍경회가 더 큰 노조가 되어 홍익분회는 '식물노조'가 되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김태완 조직부장은 "(홍경회 뒤에 학교가 있다는 사실에 대해) 정황적인 증거만 있다"고 자신들의 주장의 한계를 인정했다.

그러나 그는 '홍경회'가 조합원의 권리를 지켜주지 않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낮은 시급에 '용진실업'과 협상을 타결한 홍경회는 조기취업수당도 받지 못했다.

홍익분회 회원들과 홍익대 학생 행동 연합 '플라멩고'는 앞으로도 연대하며 학생들과 소통하는 기회를 만들고 '예술행동' 등도 기획할 예정이다.
▲ 홍익분회 회원들과 홍익대 학생 행동 연합 '플라멩고' 홍익분회 회원들과 홍익대 학생 행동 연합 '플라멩고'는 앞으로도 연대하며 학생들과 소통하는 기회를 만들고 '예술행동' 등도 기획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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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기간 중 공연과 두 차례의 간담회에 대한 자체 평가는 만족스러웠다. 홍익분회와 플라멩고는 학생들과 소통하는 기회를 더 가질 예정이며 예술행동 등도 기획하고 있다고 한다. 새로운 투쟁이 어떻게 귀결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태그:#홍익대, #청소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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