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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사천에 있는 곤양천을 휘감아 돌아가는 솥골길은 아름다운 명소로 유명하다. 특히, 곤양면 소재지의 성내리와 서정리 사이를 흐르는 곤양천 좌우로 이어지는 둑방길은 북문교와 솥골교로 연결되어 있다. 그 길은 우리에게 계절의 변화를 느끼게 하는 매우 중요한 경관이자 아름다운 생명의 길이었다.

둑방길 포장 전 모습
▲ 본래 모습 둑방길 포장 전 모습
ⓒ 김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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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백색의 콘크리트 포장 길
▲ 공사 입간판이 서 있는 포장 길 회백색의 콘크리트 포장 길
ⓒ 김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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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둑방길에
며칠 전부터 트럭이 왔다갔다 하더니, 마침내 지난 22일 아침에 콘크리트 포장 도로가 생겼다.

둑방길에서 직선거리 30m도 떨어지지 않은 곤양고등학교에서 근무하면서, 그 아름다운 둑방길을 조건없이 즐기던 나에게 졸지에 엄청난 일이 생긴 것이다. 콘크리트 포장을 한다고 걷지 못하는 건 아니다. 또 그 주위 풍경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 아늑하고 조촐한 길 맛은 콘크리트 회백색에 묻혀버리고 말았다. 

도대체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이 둑방길은 내가 이 학교로 옮겨 온 이후, 3년 동안 사색과 삶의 자유를 내게 선물했었다. 또, 기막힌 자연의 풍광을 무제한으로 제공한 고마운 곳이었다. 도로 폭은 보통의 둑방길과 같이 2m 정도로 작은 자갈이 깔려 있었다. 주위는 풀숲으로 덮여있어 자연스럽게 많은 곤충이 서식했다. 그런데, 회백색 콘크리트가 덮이면서 그들이 살 곳은 파헤쳐져 버렸다. 아마 꽤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야 그 자리를 다시 찾을지도 모른다. 

이 둑방길을 거쳐야만 진입할 수 있는 마을은 없다. 바꿔말하면, 이 길이 반드시 콘크리트로 포장되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차량 통행을 목적으로 한 도로가 애당초 아니었고, 설사 차량 통행이 필요하다 하더라도 꼭 이런 방식의 포장이 필요했는지 의문이다. 

이 둑방길은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마음의 길이며, 여름철 물이 불어나는 곤양천을 든든히 감싸는 곳이다. 결국 사람들을 보호하는 길이다.

파헤쳐 진 길
 파헤쳐 진 길
ⓒ 김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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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강 주위를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파서 회백색의 콘크리트로 제방을 쌓고, 그 위에 자전거 길을 만드는 일이 이제 다반사가 되었다. 그 자전거 길을 이용하는 사람의 행복과 건강을 무시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단지, 무분별한 공사 감행으로 이 나라 곳곳 샛강 주위의 생태계가 무참히 짓밟히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고 싶다. 독한 시멘트가 녹은 물 때문에, 강 섶에 자라는 많은 물풀이 베풀어주는 시원하고 깨끗한 안식이 없는 강에 고기는 살지 못한다.

안타까운 회백색 콘크리트 길
▲ 회백색 콘크리트 안타까운 회백색 콘크리트 길
ⓒ 김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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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일은 둑방길도 마찬가지다. 콘크리트 깔린 둑방길에 두더지는 더 이상 땅을 뚫고 들어가지 못한다. 또, 비가 오면 콘크리트의 독한 물이 강으로 흘러들 것이고, 그 물은 그곳의 생명에게 치명적인 독으로 작용한다.

작년 초 여름에 보았던 참게와 피라미도 이제는 영영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콘크리트 포장일까?

사천시청 "주민들이 둑방길 포장 원했다"
곤양천 둑방길 포장 관련 사천시청 건설과의 한 관계자는 25일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2011년 주변 농민들의 건의로 포장 공사를 시작했다"며 "하우스 농민들이 있는데, 차량 소통의 원활함을 위해 콘크리트 포장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포장을 반대하는 주민도 있지만, '일부만이 아닌 곤양천 둑방길 전체를 포장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며 "가치관에 따라 사람들 의견이 갈리지만, 시에서는 포장하는 게 주민에게 이롭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태그:#둑방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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