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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논리는 없고 오기와 아집만 남은 탓이라고 본다. 그러다 보니 방송의 공정성 훼손에 대해서는 가타부타 아무 말도 없거나, 공정성 개념은 상대적이란 궤변을 늘어놓는다. 수많은 시청자들과 현장 기자들이 뭐라 건 상관하지 않는다."

MBC 노조파업에 이어 KBS 기자들이 제작거부에 들어가면서 양대 공영방송의 공영성이 큰 위기 속으로 빠져들 무렵, 한 진보 신문이 사설을 통해 한 우려다. 지난 3월 22일 <경향신문>은 '공영방송 망치는 김재철·김인규 사장의 아집'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방송이 국민의 편에서 멀어지는 원인을 적나라하게 적시했다. 아닌 게 아니라 우려했던 바가 현실이 됐다.

두 달이 흐른 5월 21일 현재, MBC는 파업 113일째, KBS는 77일째를 향하고 있다. 양대 공영방송 구성원들이 공정 방송 쟁취와 낙하산 사장 퇴진 등을 요구하며 펜과 카메라를 놓고 거리로 나선 시간은 매일 '최장'이라는 꾸밈말로 경신되고 있다.

두 방송사의 기자·PD 등 구성원들이 긴 파업에 나선 이유는 분명하다. 제대로 된 방송, 공정한 방송을 하고 싶다는 것이다. 이들은 MB 정권이 내려 보낸 낙하산 사장 밑에서 방송의 공정성이 크게 훼손됐다며 국민의 방송, 국민을 위한 방송을 위해 두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두 사장은 모르쇠와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시청자들이 하나둘 방송을 보지 않고, 공영방송의 권력화와 사유화에 대한 국민의 원성이 고조되고 있는 데도 두 공영방송의 사장들은 본체만체 외면하고 있다. 이 행태에서 언론에 대한 철학과 논리는 온데간데없고 오기와 아집만 가득 묻어난다. 든든한 버팀목이라도 있는 걸까.

최근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로 불거진 대통령 측근수사 확대와 민간인 불법사찰 논란, 광우병 불안확산 등으로 청와대를 향한 민심이 들끓고 있는데도 모르쇠로 일관하며 침묵만 하고 있는 대통령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 '모르쇠'병이 권력 주변에 돋은 것일까. 정권 말기에 이르자 온통 MB 주변은 '모르쇠' 뿐이다.

[모르쇠①] MB, 5.18기념식 4년 연속 불참

이명박 대통령과 김윤옥 여사가 지난 5월 5일 청와대 녹지원에서 개그맨 박성호, 조지훈씨 진행으로 대통령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보는 시간을 갖는 등 어린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김윤옥 여사가 지난 5월 5일 청와대 녹지원에서 개그맨 박성호, 조지훈씨 진행으로 대통령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보는 시간을 갖는 등 어린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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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것이나 모르는 것이나 다 모른다고 잡아떼는 것.'

이는 '모르쇠'의 사전적 정의다. 이명박 대통령은 5.18광주민주화운동 32주년을 맞는 올해도 모르쇠하며 넘어갔다. 올해로 벌써 4번째다. 이 대통령은 2008년 임기 첫해에 참석한 이후 사실상 임기 마지막해인 올해까지 4년째 내리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은 것이다. 왜 그랬을까.

이 대통령에게 5.18은 과연 어떤 의미이기에 모른 체 하는 걸까. 광주는 그저 대선후보 시절, 대통령에 당선되기 위해 표를 달라며 '립 서비스'를 하는 곳으로만 인식되는 것일까. "대통령의 5.18 기념식 4년 연속 불참은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목숨을 바친 민주영령에 대한 모독이며, 5.18민중항쟁에 대한 대통령의 천박한 인식과 오만을 드러낸 것"이라는 따가운 비난도 아랑곳하지 않는 대통령의 행태에서 읽힌다. 협량의 정치, 불통의 정치가 무엇인지를 똑똑히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5.18광주민중항쟁은 대한민국 민주화 운동에 한 획을 긋는 매우 위대하고 성스러운 운동으로 국내를 넘어 세계 민주화 운동의 큰 자산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런 성스러운 기념식 자리에 참석은 고사하고 기념사도 보내지 않았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지난 15일 미얀마(버마)를 전격 방문해 아웅산 수치 하원의원을 만나 민주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때와 마음이 180도로 뒤바뀐 것일까.   

대선 예비후보 시절인 2007년 5월, 광주 망월동 묘역을 참배하는 과정에서 한 고인의 '상석'에 발을 올려놓아 망신을 당했던 아픔이 아직도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기 때문일까. 가타부타 말이 없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언론에 "의전 상 총리가 참석하면 총리 메시지를 내는 게 관례, 다른 행사도 이렇게 진행하고 있다"며 발뺌했지만, 광주시민들을 이해시키기에는 턱없이 빈약한 논리다.

뿐만 아니다. 대통령 측근비리와 민간인 사찰 등 굵직한 사건들이 그의 턱밑까지 다가와 있지만, 모르쇠로 일관하며 침묵뿐이다. 그러나 그 긴 침묵 속에는 오기와 오만, 아집 등이 가득 묻어나고 있다. 국민을 무시한 불통의 정치와 고집 가득한 모르쇠 정치, 누군가와 꼭 닮았다.
  
[모르쇠②] 박근혜, 최장 방송 파업에 긴 침묵

지난 9일 새누리당 19대 국회 첫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선출을 위한 당선인 총회에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참석하고 있다.
 지난 9일 새누리당 19대 국회 첫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선출을 위한 당선인 총회에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참석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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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은 5.18 32주년을 맞은 이날, 파업 언론인들은 5.18 묘역에서 만장 행진을 하며 '낙하산 사장 퇴출'과 '언론장악 국회 청문회 실시'를 촉구했다. 또 이날 세계 최대 언론인 조직인 국제기자연맹(IFJ)은 MBC와 KBS, YTN, <연합뉴스>, <국민일보> 등 대한민국 5개 언론사의 유례없는 장기 파업과 관련해 이명박 정부에 사태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한국기자협회>에 따르면 IFJ는 18일 성명을 통해 "MBC, KBS, YTN, <연합뉴스>, <국민일보> 노조의 파업을 지지한다"며 "한국 정부가 한국 언론인의 권리와 이익,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오랫동안 지속된 언론파업 사태 해결을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IFJ는 "한국 언론사 노조의 단체행동은 이명박 대통령이 이끄는 현 정부의 정치적 개입 의혹으로 촉발됐다"며 "이 대통령이 친정부 인사를 공영언론사 사장으로 임명해 한국 사회와 정부에 비판적인 프로그램과 보도를 폐지하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또 IFJ는 "김인규 KBS 사장의 경우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언론특보를 지냈고, 김재철 MBC 사장은 공공연하게 집권여당의 행사에 참여하며 친정부적인 성향을 드러내왔다"며 "이들은 정부에 비판적인 기자들을 비제작부서로 발령내거나 해고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IFJ가 MBC와 KBS, <연합뉴스> 노조가 '희망 텐트'를 치고 무기한 노숙농성에 들어간 사실을 거론하며 "보도의 자유와 언론의 독립성 회복을 위해 싸우는 한국 언론인들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밝힌 이날(18일), 시민을 폭도로 매도하며 야만이 판을 치던 32년 전과 우리 언론환경은 무엇이 달라졌을까. 

당시 방송은 권력에 의해 장악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런 언론 장악 때문에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민간인 학살은 제대로 보도되지 못했다. 또한, 광주가 군사독재정권에 의해 고립됐던 심각한 문제를 낳기도 했다. 특히 방송 장악은 철저한 군사독재 정치를 가능하게 해줬다는 평이다. 국가권력의 방송장악의 재앙을 다시 보여주기로 한 것이 아니라면 MB 정권과 여당은 방송사에 낙하산 사장을 오랫동안 앉혀 놓거나, 최장 파업을 방치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정권의 언론장악이 얼마나 소름끼치고 무서운지를 다시금 일깨워 준 5.18 32주년 기념일이었다.

그런데 유력 대선후보인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표를 의식한 때문인지 5.18 민주화운동 32주년을 하루 앞둔 17일 광주를 찾았지만 방송 등 언론파업에 대해서는 여전히 침묵했다.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집권당과 정부의 긴 침묵과 무관하지 않다. 최장 파업을 방치하면서 국민의 눈과 귀를 속이려드는 KBS, MBC 양대 공영방송사 사장들의 모르쇠와 꼭 닮았다.       

[모르쇠③] KBS노조, "공정방송 못 해 분하다"

김인규 KBS사장이 지난 1월 19일 오후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방송통신인 신년인사회'에서 고개를 숙인 채 생각에 잠겨 있다.
 김인규 KBS사장이 지난 1월 19일 오후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방송통신인 신년인사회'에서 고개를 숙인 채 생각에 잠겨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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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국민의 방송'이란 소릴 들었던 KBS가 이명박 대통령 후보시절 언론특보였던 김인규 사장 취임 직후부터 공정성 훼손에 대한 거센 비판과 함께 '권력의 방송'이란 소릴 들으며 파업 77일째를 맞고 있다. KBS 새노조(2노조)인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자체 제작한 '리셋(Reset) KBS뉴스9'을 통해 기존 'KBS 뉴스9'이 다루지 못했거나 다룰 생각조차 않았던 아이템을 내보내고 있어 이목을 끌고 있다.

이들은 최근 5.18민주화운동 32주년을 맞아 김인규 사장이 기자시절인 80년대 전두환 군사정권 시절, '전두환'과 '민주정의당' 창당을 미화한데 이어 당시 '노태우'에 대해서도 극찬한 대목을 소개했다(관련 동영상 보러가기)

1982년 김인규 당시 기자가 제작한 <특별입체 기획, 제5공화국 1년> 1부 '새 시대 달라진 세계의 눈'편은 제5공화국, 전두환 정권을 미화하기 위해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당시 김인규 기자는 "제5공화국 출범 1년은 그 이전의 어지러움과 어두움과는 반대의 안정과 밝음으로 완전히 바꿔놓은 것"이라며 "온 국민의 단합과 자신의 용기와 지도자의 영도력이 혼연 일치를 이룬데서 발휘 될 수 있었다"고 전두환 정권을 추켜세웠다.

김인규 KBS 사장이 기자 시절 만들었던 5공화국 찬사 프로그램들이 오르내리고 있는 것은 언론인의 도덕성과 윤리관, 기자로서의 사명과 가치관 때문일 것이다. KBS PD 44명이 지난 3월 5일 제작거부와 파업을 지지한 성명에서도 잘 드러났다.

PD들은 "대통령 특보출신이 KBS 수장이 된 후 KBS에는 권력을 비판하고 감시하는 뉴스와 프로그램은 사라지고 일방적으로 정권을 홍보하는 관제 프로그램들이 넘쳐났다"며 "상식적으로 납득키 어려운 측근 인사와 회사 운영으로 기강은 무너지고 소통은 단절됐으며 상호불신과 허무주의의 상처가 너무나 깊다. 여기에 도청의혹에 이르기까지 안팎으로 망신창이가 된 KBS의 모습이 너무나 부끄럽다"고 토로했다.

파업 중인 기자들도 "특보사장 체제 아래서 제대로 된 방송을 못 해 분하다"며 "국민이 주인인 공영방송, 권력을 비판하고 감시하는 언론으로서의 KBS 자리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쟁취하는 것임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사장 퇴진요구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럼에도 김인규 사장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역사를, 언론을 30년 후퇴시켰다"는 따가운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버티기로 자신의 모습을 감추려만 하고 있다. 도대체 무얼 믿고 저렇게 버티는 것인지, 측은함마저 들게 할 정도다.

[모르쇠④] 김재철을 둘러싼 해괴한 의혹들

지난 2월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사옥에서 김재철 사장이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한 뒤 이진숙 홍보국장과 함께 사장실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
 지난 2월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사옥에서 김재철 사장이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한 뒤 이진숙 홍보국장과 함께 사장실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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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에서는 더 기가 막힌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법인카드 유용의혹, 무용가 J씨의 특혜의혹 등 MBC 노동조합의 김재철 사장 자질과 도덕성 문제제기에 침묵을 지켰던 김 사장이 마침내 자신을 부정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MBC 노동조합이 공개한 동영상에서 한 기자의 '김재철 사장이 맞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며 부정을 하는 김 사장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시선을 끈다(관련 블로그 보기).

왜 자신을 부정하는 모습까지 등장한 것일까. 지금도 내부에선 김 사장을 둘러싼 의혹이 끊이질 않고 있다. 법인카드 유용의혹, 무용가 J씨 특혜의혹에 이어 차명계좌를 통한 비자금 의혹까지 새롭게 터져 나오면서 그야말로 김 사장은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다.

18일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총파업특보>(75호)에서 "김재철 사장이 지역사 사장으로 재직할 때 간부 명의로 차명통장을 만들어 관리했다"는 비자금 의혹을 새롭게 제기하고 나섰다. <총파업특보>에 따르면 "김 사장이 지역사 사장 재직중 비자금을 조성해 사용한 충격적 의혹이 포착됐다"며 "그가 사장으로 있었던 지역사 1곳의 경우, 간부 1명을 수탁자로 가장한 뒤 자신(김 사장)이 기업으로부터 끌어온 협찬금을 마치 이 간부가 따온 것처럼 조작해 매 건마다 일정 비율의 판매활동비를 입금시켜 비자금으로 적립하는 수법을 썼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17일 MBC 노조는 <총파업특보>(74호) '2007년 대선당시 김재철(사장)은 이명박 캠프 비밀조직원?'이란 제목의 글을 통해 "울산 MBC 사장이던 지난 2007년, 이명박 대통령의 한나라당 경선주자 시절부터 캠프 사무실을 수시로 출입하면서 이명박 후보의 일정까지 수행했다는 중대한 증언이 나왔다"며 "무용가 J씨와의 부적절한 유착관계가 무르익던 2007년, 김재철(사장)이 이명박 진영의 핵심에 깊숙하게 몸을 담고 공영방송 사장으로선 결코 있을 수 없는 행동까지 서슴지 않으면서 권력과 출세를 향한 가속 페달을 밟았음을 보여주는 생생한 비화"라고 밝혔다.

김재철 사장 의혹의 끝은 도대체 어디일까. 벌서 100일 넘게 구성원들은 그의 퇴진을 요구하며 파업 중이다. 그런데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게다가 걸핏하면 직원들을 고소해 파업의지를 약화시키려 하고 있다. 지난 18일 오후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정영하 노조위원장과 이용마 홍보국장, 강지웅 사무처장, 김민식 부위원장, 장재훈 정책교섭국장 등 집행부 5명에 무더기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앞서 지난 2월 27일 MBC 사측은 노조 간부 16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형사고발했다. 김재철  사장은 당시 "노조가 경영진 퇴진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여 회사의 정당한 업무를 방해했다"며 "파업으로 경영활동과 프로그램 제작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며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그러나 MBC 노조는 "경찰이 집행부 다섯 명에 무더기로 영장을 신청한 것은 실질적으로 노조의 활동을 완전히 봉쇄하겠다는 의중"이라며 "이는 김재철 사장에 대한 조합의 추가 폭로를 막으려는 김재철 사장과 정부 및 사정당국이 합작해 MBC 노조의 조합 활동 자체를 원천봉쇄하겠다는 뜻"이라고 반발했다.

이런 와중에도 김 사장은 지난 3월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사회에 참석해 "(사장 자리를) 지키는 것이 명예"라며 사장직에서 물러날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이에 앞서 열린 임원회의에서도 "관에 들어가지 않는 한 물러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김 사장을 둘러싼 의혹이 잇따르고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시청률은 연일 곤두박질치고 있다.

지난 17일 전병헌 민주통합당 의원이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에서 받은 시청률과 광고 판매 자료에 따르면, 전국언론노조 MBC본부가 파업에 나선 지난 2월부터 4월 사이 MBC의 평균 시청률은 5.4%로 전년 동기대비 19%포인트 하락했다.

종편에 좋은 일로 귀결?

양대 공영방송 등 언론의 긴 파업으로 종편은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전병헌 의원에 따르면 종편채널 4사의 지난 1월 평균 시청률은 0.32%에 그쳤으나, 4월엔 0.42%까지 올라갔다. 특히 JTBC의 4월 평균 시청률은 처음으로 0.5%를 돌파했다. 장기화되는 방송사 파업으로 인해 대부분 언론노동자들이 반대한 종편이 반사이익을 누린 셈이다. 이에 대해 전 의원은 파업을 일으킨 노조가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게 아니라, 사장이 회사 경영실적 악화의 주요인으로 꼽았다.

지난 19대 총선 개표방송 시청률에서도 나타났다. 총선 직후인 4월 12일 시청률조사회사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개표방송 평균 시청률은 KBS 1TV 13.3%, MBC 4.4%, SBS 8.6%로 각각 나타났다. 3사 합산 시청률은 2004년 17대(27.0%), 2008년 18대(28.1%)와 비교해 각 0.7%포인트, 1.8%포인트씩 떨어졌다. 특히 MBC는 17대 11.3%, 18대 9.1% 등에 비해 절반 이상 하락해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결론을 내리기에 앞서 다시 지난 1월 12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대법원 2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세금 소송을 중단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배임)로 기소된 정연주 전 KBS 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하기에 이른다. 이 때 정 전 사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힌 바 있다.

"일련의 일이 톱니바퀴 돌아가듯 했다. 감사원 특별감사, 한국방송 조아무개 직원의 고발, 검찰 수사, 소환, 전례 없이 신속하게 이뤄졌다. 검찰 6차례 조사 받고. 당시 5월에서 7월 석달이 군사작전 펼쳐지듯 진행됐다. 권력기관이 총동원 됐다."

개인비리 의혹 및 공정보도 훼손 등으로 노조와 시민단체로부터 퇴진 요구를 받고 있는 지금의 공영방송사 사장들의 버티기가 계속되고 있는 것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이들의 버티기는 방송사 대표의 도덕성은 물론 방송사의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MB 정부 출범이후 온갖 이유를 내세워 KBS 전 사장을 쫓아낸 것에 비교하면 현 방송사 사장들의 버티기는 이율배반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정 전 사장을 해임했던 기준을 이들에게 적용하면 이들은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아마 한 시간도 버티지 못하지 않을까.


태그:#방송파업, #방송장악, #MB, #김재철,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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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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