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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때 문헌정보학과를 선택하고 난후, 언젠가는 이 도서관에 근무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죠. 13년 뒤에 그 꿈이 실현되다니 신기했죠."

안성보개도서관 사서로 일하는 김주희(35세)씨의 말이다. 고3때 생각했던 꿈이 30이 넘어서 이루어진 경우다. 이런 그녀의 삶의 현장인 보개도서관을 지난 18일에 찾았다.

도서관을 견학하는 아이들이 탁본체험을 하고 있다. 도서관은 책만 읽는 곳이라는 시대는 옛날 이야기다.
▲ 견학 도서관을 견학하는 아이들이 탁본체험을 하고 있다. 도서관은 책만 읽는 곳이라는 시대는 옛날 이야기다.
ⓒ 보개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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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이름도 많이 외워요"

자신이 근무하는 보개도서관은 가족 같은 분위기라며 일단 자랑부터 하는 김주희 사서. 도서관을 이용하는 아이들을 자주 보다보니 아이들 이름도 많이 외운단다.

아이들은 '선생님, 아줌마, 이모'등으로 자신을 불러주지만, 역시 이모가 정겹다. 아이들은 자신을 보자마자 "이모, 무서운 책 어디 있어요. 책 좀 골라주세요"라고 주문해온다. 저학년 아동일수록 '귀신 이야기'등을 다룬 책을 좋아한단다. 고학년쯤 되면 이모에게 묻지 않고 자신들이 알아서 책을 고른다.

자신들끼리 도서관에 온 아이들은 간혹 이모에게 휴대폰도 빌려 달라 한다. 부모에게 전화하기위해서다. 학교생활, 학교성적, 친구문제 등으로 간혹 이모에게 속사정을 털어놓기도 한다. 본의 아니게 상담도 이루어지는 경우다.

어른들은 고맙다며 별의별 것을 갖다 주기도 한다. 밭에서 기른 채소와 과일, 집에서 만든 잼, 슈퍼에서 산 빵, 밥 태워 만든 누룽지 등. 시골정서가 살아 있는 도서관에서 근무하는 또 다른 재미다.

"도서관은 책만 읽는 곳이란 편견은 버리세요"

이젠 도서관은 책만 읽는 곳은 아니란다. 요즘 도서관은 문화생활 전반을 다룬다고. 안성만 해도 그렇다. 안성 공도 쪽 도서관은 아동 대상 프로그램이 활발하고, 중앙도서관은 성인 대상 프로그램이 활발하고, 보개도서관은 문학테마도서관으로 활발하다. 각 도서관마다 개성이 뚜렷하다.

도서관에서는 시민들을 상대로 도서바자회도 실시한다.
▲ 도서바자회 도서관에서는 시민들을 상대로 도서바자회도 실시한다.
ⓒ 보개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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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근무하는 보개도서관은 사실 파란만장한 역사가 있다. 1968년도 안성최초로 생긴 안성도서관이 보개도서관의 전신이다. 그 도서관이 1996년도에 현재의 위치인 보개도서관으로 자리 잡았다.

17년 정도의 역사이다 보니 초등학교 때 도서관을 이용했던 아이가 시집장가를 가기도 했다. 이런 도서관에 위기가 오기도 했다. 2008년 안성중앙도서관이 생기면서 도서관 이용률이 급감했다. 보개도서관의 존폐위기까지 왔다.

이때 보개도서관을 살려보자는 도서관 이용자와 공무원이 힘을 합쳤다. 의논을 거듭한 결과, 2010년도에 문학테마도서관으로 거듭났다. 2011년도엔 재개관이라는 역사를 이루었다. 도서관 이용자가 열정을 쏟아 도서관을 살린 아름다운 사례라 하겠다.

이제 1년 4회 문학관련 공연, 안성문학기행, 할머니 할아버지를 행복하게 하는 글쓰기, 저자 강연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실시된다. 사서인 김주희씨는 책만 아니라 문학관련 행사 준비에도 늘 바쁘다.

"좋은 책 추천해달라면 보람이자 부담이기도 해"

"어떤 어머니는 아이들을 어렸을 적부터 학원에 보내지 않고 도서관에 데리고 다녔어요. 그 아이들이 영재시험에 합격했죠. 도서관에 고맙다는 말을 해오면 얼마나 보람 있는지 몰라요."

아이들이 어렸을 적부터 엄마가 아이들을 데리고 도서관에 오는 것을 자주 본단다. 김주희씨 또한 5세의 딸과 함께 도서관에 자주 오다 보니 딸아이도 책을 좋아한다고. 자신의 아이가 책을 즐겨 읽기에 "엄마의 체면이 살았다"며 그녀가 웃는다.

김주희 사서는 딸과 남편을 둔 가정주부이면서 도서관사서일 까지 한다. 보개도서관이 책만 아니라 문학테마도서관이 활발해지자 문학행사 기획자일까지. 그녀는 이래저래 바쁘다.
▲ 김주희 사서 김주희 사서는 딸과 남편을 둔 가정주부이면서 도서관사서일 까지 한다. 보개도서관이 책만 아니라 문학테마도서관이 활발해지자 문학행사 기획자일까지. 그녀는 이래저래 바쁘다.
ⓒ 송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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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 좀 추천해주세요"란 말을 자주 듣는 김주희 씨. 이런 말을 들으면 좋으면서도 부담된다고. 사서에게 거는 기대가 있어 좋은 책을 추천해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어서다. 가급적이면 자신이 읽어본 책, 사서들끼리 검증한 책 등을 추천한다고. 베스트셀러는 본인들이 더 잘 알아서 선택하기에 잘 추천하지 않는 편이란다.

책을 추천해줬을 때, "그 책 재밌었다. 유익했다. 좋았다. 그래서 고맙다"는 반응이 오면 기쁨은 배가 된다. "책에 대한 반응이 시원찮을 땐 표현을 하지 않으시니 모를 일"이라며 웃는 그녀. 요즘은 도서관이 추진하는 문학행사에 시민의 호응도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고. 도서관 이용자들의 반응에 따라 일희일비하는 그녀는 천생 사서인가보다. 거기다가 자신의 이야기보다 도서관을 많이 홍보해달라는 그녀는 천생 '보개도서관 우먼'이 맞을 듯.


태그:#안성보개도서관, #사서, #김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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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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