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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계절...야생화의 계절...
▲ 봄은 꽃의 계절...야생화의 계절...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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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하고 있던 대지에서 은밀하고 은근하게 기지개를 켜며 봄을 잉태하고 앞다투어 봄꽃들이 온 세상을 수놓고 꽃 멀미로 어지러울 지경이 되면 어느새 4월이 꼴깍 넘어 간다. 4월은 꽃에 취해 꽃 멀미하다가 달을 넘긴다. 여기저기 연초록 잎들이 무성해지고 가깝게는 앞뜰에서 멀게는 들녘을 넘어 산꼭대기까지 짙어지면 어느새 5월, 그 오월도 절정으로 치닫는다.

이른 봄 앞 다투어 온 세상을 꽃 세상으로 만들어 가슴 설레게 하던 매화꽃도, 개나리, 목련꽃도, 벚꽃도...모두 지고나면 내 마음을 끄는 것은 야생화들이다. 가까운 산책길에도 대문 밖 풀밭 가에도 산에도 들에도 어디서나 피고 지고 피고 지는 들꽃들이 오래오래 내 마음과 시선을 잡아챈다. 그래서 시나브로 이 계절 다가도록 야생화를 만나기 위해 내 발걸음은 집 주변 산책로나 풀밭이나 남의 집 텃밭을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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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 ...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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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꽃...
▲ 야생화... 민들레꽃...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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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 시내 한복판에 살 때와 달리, 이곳에 이사 온 뒤로 봄이 되면 나는 야생화들에 마음 홀려 내 발걸음은 그것들과 눈인사하며 지내느라 바쁘다. 3월부터 5월까지... 내내 내 마음과 내 걸음은 자연히 인근에서 피고 지는 야생화들에 가 있다. 딱히 어디 쓸데도 없으면서 기적처럼 피어난 야생화들을 사진기에 담느라 바쁘다. 산에도 들에도 산책길에도 집 밖 풀밭과 인근 주민들의 텃밭에 피어있는 야생화들을 사진기에 담느라 내 발걸음이 거기 머문다.

장미꽃도 백합도 화려하고 눈에 확 띄게 아름답지만 눈에 띌 듯 말듯 낮게 핀 들꽃에 더  마음이 끌린다. 그것들이 애잔하고 애틋하다. 누가 보아주는 이 없어도 산에서 들에서 대지의 심장 소리 가까이 들으며 은은하게 핀 들꽃이 은근하고 더 좋다. 그것들은 화려하지도 주목받지도 않고 자세히 들여다보는 눈이 있는 사람들에게만 발견되지만 때가 되면 꽃을 피우고 때가 되면 말없이 진다. 향기 짙지 않아도 은은하고 담담한 그것에 내 마음이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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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생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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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생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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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도 좋아 산행하기도 좋은 날들이라 부쩍 자주 산을 찾는다. 가끔 산행하면서 숲길 걷다보면 산마다 피는 야생화들도 다름을 본다. 가끔은 같은 종류의 꽃을 만나기도 하지만. 발치에 피어 있는 야생화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해 자연히 걸음이 느려지지만 자꾸만 내 마음을 끄는 야생화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이 계절 내내 야생화에 반해 있다. 지금은 이팝꽃과 들찔레꽃, 아카시아꽃이 온 산과 들에 피어 그 향기는 먼데까지 바람이 실어 나른다. 하루가 다르게 연초록이 짙어 가는 산과 들에서 꽃은 피고 지고 피고 지고 바통을 이어받는다. 며칠 전엔 꽃창포도 피고 연꽃도 피었고 나팔꽃도 엉겅퀴꽃도 온 들에 흐드러지게 피었으니, 곧 초여름으로 치닫겠다.

봄이 시작되면서부터 5월까지 내 마음 홀리던 야생화들이 6월부터는 여름방학에 들어가리라. 더위가 한풀 꺾이고 선선한 바람이 옷깃을 스치는 가을이 오면 그땐 가을 들녘을 물들일 들국화를 만날 수 있겠다.

토끼풀꽃이라죠? 저는 클로버 꽃이라는 이름에 더 익숙합니다. 
이 꽃은 빨간 빛이 나네요.
▲ 야생화... 토끼풀꽃이라죠? 저는 클로버 꽃이라는 이름에 더 익숙합니다. 이 꽃은 빨간 빛이 나네요.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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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생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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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그랬다. 계절의 변화는 수목들보다 야생화들에서 민감하게 느낄 수 있다고. 집 근처 남의 집 텃밭에서 꽃피고 열매맺는 식물들의 꽃들과 야생화들에 마음 꽂혀 다니다보니 조금은 꽃시계로 계절을 읽어지는 것 같다. 봄은 꽃의 계절 계절이다. 내 마음은 이 봄 내내 봄꽃과 야생화들에 마음 열려 있었다.

이 봄 내내 꽃비를 맞았고 꽃향기에 취해 살았으니 마음의 소소한 꽃 달력이라도 만들어야 할 것 같다. 아니, 오늘은 이런 꽃이 피었어요 하고 하나님 아버지한테라도, 혹은 마음결 고운 그리운 이들에게, 혹 야생화에 마음 설레는 이 있다면 꽃으로 편지를 대신하기라도 해야 할 것 같다. 이 좋은 계절에, 야생화도 절정이다.

'꽃이 피었다고 너에게 쓰고
꽃이 졌다고 너에게 쓴다.
너에게 쓴 마음이
벌써 길이 되었다.
길 위에서 신발 하나 먼저 다 닳았다.

꽃 진 자리에 잎 피었다 너에게 쓰고
잎 진자리에 새가 앉았다 너에게 슨다.
너에게 쓴 마음이
벌써 내 일생이 되었다.
마침내는 내 생(生)이 풍화되었다.'  천양희 시, '너에게 쓴다'


태그:#야생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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