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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굳게 닫힌 문이 우리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도 활짝 열리기를 기대해 봅니다.
굳게 닫힌 문이 우리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도 활짝 열리기를 기대해 봅니다. ⓒ 변창기


지난 15일 오전 11시.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한 회의실에서 불법파견 관련 교섭이 열렸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저는 2000년 7월 초부터 현대차 울산공장 사내 하청에 입사해 성실히 일해오다 2010년 3월 중순경에 모양새만 사직서인 문서에 서명을 하고 나오게 됐습니다. 모양만 그렇지 내막은 정리해고가 된 사연을 가지고 있는 저로서는 현대차 불법파견 교섭에 큰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솔직히 저는 강제된 그 사직서 쓰고 싶지 않았습니다. 가족 생계를 책임진 가장인데 제가 왜 쓸데없는 짓 하겠습니까.

"사직서 안 쓰면 한 달 위로금 못 받아요."

업체장은 "원청(현대차)에서 새공정 공사 한다고 하니 어쩔수 없다"면서 회식자리 마련해 저와 같은 공장에서 일하던 업체 노동자를 모아 놓고 사직서를 내밀었습니다. "나중에 일자리 생기면 다시 부르겠다"는 말까지 하니 어쩔 수 없이 사직서에 서명을 했습니다. 그러나 2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새 일자리가 났다는 연락은 오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저는 현대차 불법파견 교섭에 신경을 곤두 세우고 있습니다. 이번 교섭은 특별교섭으로 노동자 쪽에선 금속노조, 현자노조, 비정규직 노조 3지회(울산·아산·전주) 노조 대표단을 꾸려 참석했습니다. 현대차에선 대표가 아닌 대리로 교섭단을 꾸려 나섰습니다. 비정규직 노조 소식을 보니 처음부터 난항이었습니다. 회사는 교섭 자리를 '협의'라 하고 노조는 '협상'이라 주장하고 있었습니다.

협의는 뭐고 협상은 뭘까요? 협의와 협상이 어떻게 다르길래 첫 교섭부터 팽팽히 맞설까요?

저는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지난 16일 오전 9시경 현대차 울산공장 관련부서로 전화를 걸어 물어봤습니다.

"저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변창기라고 합니다. 15일, 불법파견 관련 첫 교섭을 했다던데 노조에선 협상 자리라고 주장하고 현대차에선 협의 자리라  주장하고 있더군요. 왜 그런 차이가 나는지 궁금합니다."

현대차 언론사 관련 부서원과 통화를 시도했는데 그 직원은 제가 묻는 말에 대답은 하지 않고 뜬금없이 다른 질문을 했습니다.

"기자가 아니고 시민기자요? <오마이뉴스> 직원인가요? 시민기자도 기자인가요?"

그 직원은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를 아는지 모르는지 그리 되물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대답 했습니다.

"<오마이뉴스> 들어가 '변창기'라고 검색해보세요. 제가 쓴 글들이 뜰 것입니다."

현대차 직원은 "잠시 기다려보라"더니 잠시 후 상냥해진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퉁명스레 받더니 말입니다. 현대차 직원은 저의 질문에 친절하게 답했습니다.

"우리 회사는 노조랑 단체협약을 체결 중 입니다. 올해도 임단협을 하는데요. 직원복지나 근로조건 향상에 대해 교섭을 할 때는 단체협약을 다루는 것이니만큼 협상을 하는 것이고요. 이번 문제는 단협에 있는 사안이 아니므로 개념상 협의라 하는 게 맞습니다."

드디어 시작된 현대차 불법파견 관련 교섭

 8년만에 불법파견 교섭이 시작되었습니다.
8년만에 불법파견 교섭이 시작되었습니다. ⓒ 변창기


불법파견 당사자인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 입장은 어떨까요? 밖에 있는 비정규직 노조 임시 사무실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지난 15일 교섭은 16분만에 상견례만 하고 끝났고요. 5월 17일 오후 1시부터는 2차 본교섭을 할 겁니다."

지난 15일 오전 11시에 드디어 노사 상견례가 진행됐다고 합니다. 8년만에 불법파견 관련 교섭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입니다. 그간 현대차는 "법원 판결 지켜보자"며 질질 끌어 오기만 했습니다. 그러다 지난 2월 23일 대법원에서 현대차의 불법파견을 최종 판결 내렸고 중앙노동위원회에서는 최병승 비정규직 조합원의 사건에 대해 부당해고로 판결해 "정규직 전환 복직과 상당한 체불임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현대차는 이제 더이상 법판결을 지켜보자는 주장을 하지 못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교섭자리를 더이상 피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협의는 노사협의를 말하는 것이고요, 협상은 말 그대로 단체협상을 말하는 것입니다. 협상은 그만큼 노동자에겐 무게감이 커요. 노동자 권리 찾으려면 협의 보다는 협상이 더 무게가 나가는 교섭 자리입니다. 현대차에서 이번 불법파견 문제를 협의 수준으로 낮춰 교섭하자는 것은 그만큼 문제를 작게 다루려는 수작입니다.

불법파견 당사자인 우리 비정규직 노동자에겐 이 문제가 생존권과 직결된 사안인만큼 클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노조는 협상이라 주장하고 현대차는 협의라 주장하는 겁니다. 현대차 주장대로 노조법상으론 이번 불법파견 특별교섭이 협의가 맞을수도 있겠지만, 불법파견 당사자인 비정규직 노동자 입장에선 당연히 협상으로 다뤄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이번 불법파견 문제가 그만큼 크고 절박합니다."

현대차 회사쪽 주장과 비정규직 노조쪽 주장을 들어봤으나 이해력이 부족해서 그런지 아직도 알송달송합니다. 그러고 보니 몇 년 전, 현대차 정몽구 회장이 불법 비자금 조성관련 잠시 구속됐다 풀려난 일이 생각납니다. 정몽구 회장이 풀려나는 장면을 방송으로 보면서 '무전유죄 유전무죄'란 말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그가 풀려난 후 직원들 모아놓고 "도덕경영, 윤리경영 하겠다"고 말했던 것도 떠오릅니다.

내가 바라는 건 딱 두 가지

 불법파견 인정받기 위해 서울도 갔습니다.
불법파견 인정받기 위해 서울도 갔습니다. ⓒ 변창기


현대차의 불법파견은 이미 대법원에서 최종판결까지 내려진 상태입니다. 불법파견은 이미 명백한 사실이 된 것입니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것입니다. 세계를 주름잡는 대기업답게 반성하고 불법파견으로 고용하고, 사용해 왔던 사내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사과 할줄도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또한, 불법파견으로 사용돼 제대로 받지 못한 급여와 복지를 되돌려주고, 정규직 일자리로 전환시켜 주는 게 도덕경영이고 윤리경영이지 않겠습니까.

현대차는 잘나갑니다. 전세계 5대 메이커에 속합니다. 자동차는 운전자가 유리하게 첨단기능이 자꾸만 첨가되고 있습니다. 공장도 점차 첨단 자동화로 설비를 바꾸고 있고요. 그런 첨단기업 답지 않게 현대차 노무관리는 아직도 70년대 방식에서 조금도 변하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직접 체험해 보니 그런 것을 느낍니다. 첨단기업답게 노무관리도 인간중심으로 좀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협의면 어떻고 협상이면 어떻습니까. 저 또한 불법파견 당사자로서 원하는게 있다면 딱 두가지뿐 입니다. 현대자동차 회사로부터 출입증 말고 '사원증'을 발급받아 정규직으로 복직해 현장에서 작업을 하는 것이요, 정규직 10년이었으면 당연히 받았을 급여와 당연히 누렸을 복지혜택을 되돌려 받는 것입니다.

현대차 노사 교섭이 잘 마무리돼 제게도 좋은 소식이 들리길 희망합니다. 누구보다 아내가 가장 기뻐할 것입니다. 그날이 꼭 오길 바랍니다.

 불법파견 인정받기 위해서 우린 노력할 뿐 입니다.
불법파견 인정받기 위해서 우린 노력할 뿐 입니다. ⓒ 변창기


#현대차#비정규직#불법파견#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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