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주민의 일상생활과 밀착한 지방자치는 흔히 '풀뿌리 민주주의'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정작 기초자치단체장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정치인에 비해 크지 않은 편입니다. 여론을 형성하는 언론의 조명이 기초단체장보다는 주로 정치인에게 집중한 탓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인구 50만 명이 넘는 수도권 기초단체장은 조 단위 예산을 집행하고 지역구 국회의원 수도 서넛을 웃돕니다. 그래서 <오마이뉴스>는 365일 전국 기초단체장을 찾아가 공약 사안을 중심으로 이렇게 묻기로 했습니다. 시장(군수-구청장)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영어로 하면, Mayor, what matters most?, 편의상 '기초단체장 인터뷰 MWMM?'로 이름 붙였습니다. [편집자말]
김윤주 군포시장
 김윤주 군포시장
ⓒ 유혜준

관련사진보기


김윤주 군포시장이 지난 1998년, 시장으로 당선됐을 때, 많은 이들은 우려를 표명했다. 잘 할 수 있을까? 이유는 그의 학력 때문이었다. 초등학교 졸업이 최종학력이었던 것. 하지만 김 시장은 취임 이후 자신만의 독특한 고집과 추진력으로 시정을 펼쳐 좋은 평가를 받았고, 재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3선 도전에 실패, 4년의 공백 기간을 거친 후 두 번째로 3선에 도전, 당선됐다.

지난 1998년, 김 시장의 고집(?)은 취임 전부터 이야깃거리가 되었다. 김 시장은 60여 평의 시장관사 입주를 거부하고 산본신도시가 건설되면서 입주했던 '내 집'에서 계속 살겠다고 주장한 것이다. 23평형 서민아파트였다. 일부 공무원들은 시장이 당연히 '관사'에 입주해야 한다고 밀어붙였지만, 김 시장은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3선 시장이 된 지금도 김 시장은 23평짜리 '내 집'에서 살면서 시청까지 걸어서 출·퇴근을 계속하고 있다. 김 시장은 지난 1992년부터 지금까지 이 집에서 살고 있다.

3선 시장으로 임기 절반을 지나고 있는 김 시장을 지난 14일, 시장 집무실에서 만났다. 이 자리에서 김 시장은 군포의 중요 시책과 정책, 그리고 현안문제에 대해 명쾌하고 자신감 넘치는 어조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또한 김 시장은 "가난하고 불우했던 어린 시절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존재할 수 있었다"면서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절대로 꿈을 버리지 말고 희망을 잃지 말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김 시장은 현재 불거지고 있는 안양·군포·의왕 통합과 관련해서 "자치권과 재량권이 부여되었을 때 통합의 가치가 있다"며 "몸집불리기 식의 통합은 반대"라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김 시장은 "지금까지 표를 얻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일을 한 적이 없다"며 "시설이 아닌 사람에 투자하는 시정을 펼쳐왔다"고 강조했다. 이 대목에서 김 시장은 거창한 시설을 만들어서 업적을 홍보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책 하면 군포가 생각나고, 철쭉을 생각하면 군포가 떠오르게 하자"

다음은 김 시장과 나눈 인터뷰 내용이다.

- 3선 시장으로 당선돼 임기가 중반으로 넘어가고 있다. 초선 시장과 다른 관록이 느껴지는 것 같은데, 소감은 어떤가?
"나는 관록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관록이 붙었다고 거들먹거리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관록이 중요한 게 아니라 처음 가졌던 마음을 계속 갖고 있는 것이 더 중요하다. 초선이 가장 잘한다고 생각하고, 초선의 마음을 가지려고 늘 노력해왔다.

처음 시장이 되었을 때는 뭐가 뭔지 잘 모르니 배우면서 일을 해왔다면, 이제는 시정에 대해 잘 알게 되어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다. 그래도 지금까지 내가 가진 소신대로 일을 해왔던 것 같다."

김윤주 군포시장
 김윤주 군포시장
ⓒ 군포시청

관련사진보기

- 시장님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책이나 공약은 무엇인가?
"군포는 특징이 없는 도시로 사실 내세울 게 거의 없다. 그래서 고민을 많이 했다. 군포를 대표할만한 것이 무엇이 있을까? 군포의 정체성은 무엇일까? 지금까지 시장으로 재직하면서 가장 관심을 가진 것은 청소년과 교육문제였다. 그 문제를 고민하다가 생각한 것이 책과 철쭉이었다. 책은 황폐해진 인간의 내면을 채우고, 인간의 삶을 바꾸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철쭉은 도시를 아름답게 만들면서 도시를 공원처럼 만들어주고 즐길 수 있게 해준다. 그래서 생각했다. 책 하면 군포가 생각나고, 철쭉을 생각하면 군포가 떠오르게 하자.

'책 읽는 군포' 시책을 마련했고, 도시 곳곳에 철쭉과 나무 등을 심었다. 책과 철쭉이 어우러진 도시에서 시민들이 함께 즐기면서 행복하게 산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가족이 함께 즐기고 함께할 수 있는 것에 맞춰서 시책을 만들었다. 초막골 캠핑장이나 눈썰매장, 그리고 찾아가는 음악회 등이 가족에게 초점이 맞춰진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김 시장이 책에 관심을 갖는 것은 그의 지난 삶을 돌아볼 때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책 속에 파묻혀 살았다. 먹고 살기조차 어려워 중학교에도 못 가는 주제에 진학을 한 친구들이 너무 부러웠다. 사춘기니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죽어버릴까 하는 생각도 했을 정도다."

김 시장이 초등학교 졸업이 최종학력이 된 이유는 가난이었다. 진학을 하지 못한 채 집안에서 갖가지 생각 때문에 괴로워하던 그를 구원한 것은 책이었다. 여기서 든 의문 한 가지. 경북 예천의 시골마을에서 어떻게 책을 구해서 읽었을까?

김 시장은 당시 외삼촌이 조그마한 서점을 경영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서점은 시골마을이니 규모가 크지 않았지만, 벽면에 책들이 가득했던 것으로 그는 기억했다. 외삼촌은 때때로 그에게 서점을 맡기고 외출을 했고, 서점 창문으로 교복을 입고 오가는 학생들을 보면서 부러워 하던 그는 어느 날 결심을 한다. 비록 학교에는 가지 못했지만 내가 너희들보다 책만은 더 많이 읽을 것이라고. 덧붙여 서점 안의 책을 모조리 읽겠다는 생각도 하고, 실천에 옮긴다. 책은 그의 인생을 밝혀주는 등불이 되었다는 것이 그의 술회다.

그 뒤, 그는 노동자의 삶을 살다가 노동운동을 시작,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경기중부지역지부 의장을 역임했다.

군포에는 현재 5개의 도서관과 24개의 작은 도서관, 20개의 미니문고 등이 설치되어 있으며, 군포시청사에는 '밥상머리'라는 이름의 북카페가 들어서 있어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군포의 책'을 선정해 책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현재 부곡에 도서관을 새로 건립하고 있다. 작은 도서관과 미니문고를 40개로 확장할 계획이며, 공원이나 전철역 등 언제 어디서든 책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예정이다."

김 시장은 30~40년 뒤에 군포에서 태어나고 자란 청소년들이 사회의 훌륭한 지도자가 되었을 때 '오늘의 내가 있게 된 것은 군포의 작은 도서관 때문이었다'는 말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김윤주 군포시장
 김윤주 군포시장
ⓒ 군포시청

관련사진보기


- '책 읽는 군포'나 '가족이 행복한 도시' 등의 시책은 효과가 금방 나타나지 않고 너무 추상적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맞다. 금방 효과가 나타나는 시책이 아니다. 하지만 나는 지금까지 표를 얻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일을 한 적이 없다. 청소년이나 교육 정책은 다들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면서  하지 않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금방 효과가 드러나지 않으니까 안 하는 것이다. 생색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들에 대한 투자 효과는 30~40년이 지난 후에 나타난다. 나는 군포에서 자란 아이들이 사회에 정말 모범적이면서 꼭 필요한 지도자가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시설이 아닌 사람에게 투자를 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자치단체장 대부분이 업적을 남기려고 거대한 시설을 만드는데 나는 그런 것을 안 하려고 한다. 거창한 시설을 만들어서 업적을 홍보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물론 도서관은 짓는다. 시설이지만, 사람에 대한 투자이기 때문이다. 노인복지관도 꽉 차서 더 필요하기 때문에 짓는 것이다. 그런 것이 아니라면 시설을 굳이 크게 지을 필요가 없다."

"군포 위해 하고 싶은 게 정말 많은데, 권한이 미약해 안타깝다"

- 현재의 지방자치제도는 자치라는 관점에서 보면 부족한 점이 너무 많다. 자치단체장의 권한이나 역할이 너무 제한되어 있다는 지적이다. 3선 시장으로 재임하면서 문제점이 많다고 느끼지 않았는지?
"관선시장이 시민들이 뽑는 민선시장으로 바뀐 것만 갖고도 민의가 반영되었다고 할 수 있다. 관선시장과 달리 민선시장은 시민이 뽑았기 때문에 정부에서 아무리 못마땅해도 임기를 보장할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는 시민을 위해 일을 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진정한 지방자치가 되려면 시장에게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 3권이 필요하다. 우선은 입법권이 필요한데, 시장에게는 조례를 만들 권한이 없다. 상위법에 근거해야만 만들 수 있으니 그건 권한이 아니다. 인사권도 없다. 인사권이란 필요한 인원을 채용하거나 해고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하는데 그게 없다. 공무원을 이 부서에서 저 부서로 옮기는 게 무슨 인사권인가? 아니다. 예산권도 없다. 시장이 하고 싶은 사업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정부나 도에서 정해줘서 (예산을) 내려 보내준다. 국·도비를 지원받아 그것에 의해서 하는 게 무슨 예산권인가.

다른 사람들이 보면 시장이 할 수 있는 일이 굉장히 많고 권한도 많은 것처럼 보이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진정한 지방자치라고 할 수 없다. 군포를 위해서 하고 싶은 게 정말 많은데, 권한이 미약해서 안타깝다."

김윤주 군포시장
 김윤주 군포시장
ⓒ 군포시청

관련사진보기

- 안양·군포·의왕 3개시 통합문제가 이슈가 되고 있다. 안양시가 적극적으로 3개시 통합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문제에 대해 어떤 의견이신지?
"통합은 아주 잘못된 발상이다. 처음에 통합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는 전국을 70개의 도시로 나누면서 '도'를 없앤다는 것이었다. 자치를 강화한다는 얘기로, 권한이 전부 자치단체로 이양되고, 재정 역시 마찬가지였다. 도가 없어지고 모든 권한이 자치단체장에게 이양이 되면 지금보다 비용도 훨씬 절감되면서 제대로 된 지방자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런 통합이라면 좋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 논의는 사라지고, 안양·군포·의왕을 통합해야 한다는 내용만 남았다. 이건 결국 안양·군포·의왕의 3명의 시장을 1명으로 줄인다는 의미밖에 없다. 청사 문제나 행정적인 절차 등을 거치려면 굉장히 비용이 많이 들어 낭비일 뿐만 아니라 지역 갈등만 유발한다. 시민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전혀 없다. 이런 통합은 하면 안 된다. 자치권과 재량권이 부여되었을 때 통합의 가치가 있다. 그렇지 않고 몸집만 불려 비대해지게 만드는 건 아니다."

- 최근 6개의 자치단체(군포·안양·동작·구로·금천·영등포)가 국철 1호선 지하화 협약을 맺었다. 막대한 예산 소요 등으로 인해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해야 한다. 불가능한 게 이 세상에 어디 있나. 해보지도 않고 무조건 안 된다, 어려울 것이라고 하면 안 된다. 안 된다고 해도 되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 할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국철 1호선은 철도를 사이에 두고 (군포의) 저쪽과 이쪽이 단절이 되어 다른 동네처럼 되어 버렸다. 문화나 모든 것을 공유할 수 없고 구분이 되어버려 아주 문제가 많다. 철길이 지나가는 동네마다 문제가 많다. 이 사업은 자치단체가 하는 게 아니고, 국가가 해야 맞는 것이다. 돈 들어가는 것, 생색이 나지 않는 것, 대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안 한다. 이런 국가정책이 문제인 거다. 가만히 있으면 절대로 해주지 않기 때문에 자꾸 얘기를 하고 문제를 삼아야 한다.

실제로 군포는 1호선보다 4호선이 고가로 다니게 되어 있어 더 문제고 시급한 것도 사실이다. 그 문제도 해결해야 하는데 아직은 안 되니까 1호선 문제를 먼저 제기한 거다."

지난 5월 3일, 군포시·안양시와 서울 구로구·금천구·동작구·영등포구 6개의 기초자치단체가 서울 노량진역부터 군포 당정역까지 약 26km 구간을 지하화를 해야 한다면서 공동 노력을 하자는 내용으로 협약을 맺었다. 이 가운데 군포지역에 해당되는 구간은 금정역, 군포역, 당정역 구간으로 4km 정도 된다.

"군포에서 책을 강조하는 또 다른 이유는..."

- 처음 시장으로 당선되었을 때 걸어서 출·퇴근을 하셨는데 지금은 어떤가?
"4단지에 그대로 살고 있고, 아침마다 걸어서 출근 하는 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김 시장이 살고 있는 아파트는 23평형으로, 지난 1992년에 분양받은 뒤 20여 년째 김 시장은 줄곧 그 집에서 살고 있다. 현재는 자녀들이 장성해서 출가해 부인과 단둘이 살고 있다.

- 23평형이라 좁지 않나? 큰 집으로 옮길 예정은 없는지?
"그게 쉽지 않다. 나는 불편하지 않은데 아버지 때문에 생각이 많다. 85세인 아버지께서 혼자 사시는데 돌아가시기 전에 한 집에서 모셨으면 좋겠다. 그게 도리인 것 같고."

- 군포시민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군포에서 책을 강조하는 또 다른 이유는 소통과 화합이다. '군포의 책'을 선정하는 가장 큰 이유다. 똑같은 책을 시민들이 전부 다 읽는다는 것은 상당히 큰 의미를 갖는다.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만나도 읽은 책이 같다면 소통하는데 어려움을 겪지 않을 것이다. 누구와 만나도 이야기가 되지 않겠나. 책은 간접 경험을 통해서 서로 소통하는 것이라면, 축제는 현실에서 함께 어우러져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된다. 그런 것들을 통해서 사람냄새가 나는 군포를 만들고 싶다. 시민들께서 적극적으로 동참해서 공감해주시길 기대한다."


태그:#김윤주, #군포시장, #책, #철쭉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3,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