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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제1차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에서 당권파 중앙위원과 참관인들이 의장석이 있는 단상으로 뛰쳐올라 회의중단을 요구하며 유시민-심상정-조준호 의장단에게 폭력을 행사하자 진행요원들이 필사적으로 막고 있다.
 12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제1차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에서 당권파 중앙위원과 참관인들이 의장석이 있는 단상으로 뛰쳐올라 회의중단을 요구하며 유시민-심상정-조준호 의장단에게 폭력을 행사하자 진행요원들이 필사적으로 막고 있다.
ⓒ 노동과세계 이명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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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에 찬 반도의 땅, 피에 젖은 싸움터에, 민중의 해방 위해 너와 나 한목숨 바쳐~."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를 폭력으로 중단시킨 당권파는 12일 밤 폭력 행사를 마무리한 뒤 일산 킨텍스 회의장 단상 아래로 모였습니다. 대표단이 머리 뜯기고 안경이 날아갈 정도로 얻어맞은 그 현장에서 100여 명의 당권파는 주저앉아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곡목은 '민중의 노래'. 넓은 공간, 사람이 많이 떠난 탓일까요? 노래는 장중하게 울려 퍼졌습니다.

진보당 당권파, 어떤 굴레에도 굴하지 않아야 한다는 그들

이에 앞서 김배곤 전 통합진보당 부대변인이 단상에 올라 연설을 했습니다. 얼핏 보기엔 마치 80년대 민주화운동 당시 가두투쟁을 벌이다 경찰에 붙들려간 학우들을 걱정하며 정파별로 모여 벌이던 정리 집회를 닮았습니다. 김배곤 전 부대변인의 말을 직접 들어보실까요?

"당원들의 정당한 요구에 대해 의장단은 말할 기회조차 주지 않아 당원들이 피눈물을 흘리게 만들었습니다. 절차적 민주주의는 온데 간데 없이 사라졌고, 이 광경을 지켜본 여기 계신 당원뿐 아니라 인터넷 중계로 보신 분들도 땅을 치고 울분을 토해내셨을 것입니다.

(중략) 지난 13년 진보정당 역사가 오늘 국민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드렸습니다. 같은 당원 동지에게 부정부패세력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것부터 뼈아픈 상황이 시작된 것입니다. 억울한 마음을 주체할 수 없어 부들부들 떨리기까지 합니다.

우리는 그동안 진보정당을 반석 위에 세우기 위해 피눈물 나는 투쟁을 했고 그것은 여러분도 알고 국민들도 반드시 알아주시리라 믿습니다. 2008년 종북으로 낙인찍히고 핍박 받아가면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하지만 주저하지 않은 것은 정의가 진실이고 역사이기 때문입니다. 그 어떤 굴레에도 절대 굴하지 않아야 합니다. 진보정당을 튼튼히 키우기 위해 내일부터 더 열심히 뛰겠습니다."

김 전 부대변인의 말이 끝나자마자 좌중에선 환호성과 박수가 터졌습니다. 서로 고생했노라 인사도 이어졌습니다. 그러는 사이, 당 대변인실을 통해 "무기한 정회한다"는 심상정 중앙위 의장의 문자 메시지가 왔고, 그들은 이 내용을 공유했습니다. 김 전 부대변인이 휴대폰을 열고 문자 메시지를 낭독한 것이지요. 일부 당권파는 "언제 속개될지 모르니 상황을 주시하면서 현장을 지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12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제1차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에서 당권파 중앙위원과 참관인들이 의장석이 있는 단상으로 뛰쳐올라 이를 막는 진행요원(녹색 조끼를 입은 이)들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12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제1차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에서 당권파 중앙위원과 참관인들이 의장석이 있는 단상으로 뛰쳐올라 이를 막는 진행요원(녹색 조끼를 입은 이)들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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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당권파도 텅 빈 회의장을 계속 지키지 않았습니다. 몇몇 기자들을 제외한 나머지 당권파는 회의장 안에서 그룹별로 분임토의를 했지만, 토의가 끝난 팀은 속속 현장을 빠져나갔습니다.

그렇다고 현장을 완전히 떠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킨텍스 제1전시장 그랜드볼룸으로 통하는 현관문 앞에 삼삼오오 나뉘어 담배를 피우며 담소를 나눴지요. 개중 회의장을 떠났던 장원섭 사무총장의 얼굴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들이 나눈 담소의 내용은 무엇이었을까요? 여하튼 제가 이날 현장을 떠나던 시각은 자정을 넘긴 상태였으니까 적어도 그들은 그 이후까지 킨텍스 현장에 남아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날 이 자리에 모였던 당권파는 자신들의 폭력 사태를 어떻게 규정했을까요? 당권파 재선 의원으로 19대 원내대표 선거에 도전할 가능성이 높은 김선동 의원은 기자의 질문에 지그시 눈을 감았습니다. 침묵으로 일관하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요.

이정희 대표가 보좌관이 보낸 '여론조작 문자 메시지' 파문으로 서울 관악을 후보에서 사퇴한 후 그 지역구를 물려받아 당선된 당권파 이상규 당선자는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났다"며 침통해했습니다.

비당권파의 시각은 어떨까요?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14일 오전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했습니다. 유 대표는 "그저 안건 처리할 때 좀 충돌이 있지 않겠나 이렇게 봤는데 제가 느끼기론 매우 잘 준비하고 현장에서 아주 조직적으로 지휘해서 폭력사태를 일으켰다, 그렇게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12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제1차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에서 당권파 당원들이 심상정-유시민-조준호 의장단의 출입을 봉쇄하기 위해 붉은 끈으로 묶어 출입구를 막고 있다.
 12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제1차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에서 당권파 당원들이 심상정-유시민-조준호 의장단의 출입을 봉쇄하기 위해 붉은 끈으로 묶어 출입구를 막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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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간 30분, 그들은 일사불란했다

현장을 지켜본 기자들은 모두 알지만 9시간30분간 당권파의 의사진행방해와 고함, 욕설, 구호, 심지어 폭력까지 아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습니다. 이중 단연 주목받는 이들은 젊은 학생들이었습니다. 한대련 소속으로 보이는 학생들은 "가" "막아" 등의 지시에 마치 군대조직처럼 움직였습니다.

조준호 대표의 머리채가 잡히고 온몸을 구타당하는 상태에 이르러 중앙위가 중단됐을 때, 이 학생들은 대표단의 출입구를 봉쇄했습니다. 대표단이 출입하는 A문 출입구는 빨간 천으로 친친 감겨져 있었고 테이블로 문을 막아놓은 상태였습니다. A문 앞 여자화장실 쪽에선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무조건 막아" 누군가 던진 외마디에 학생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습니다.

그 틈바구니에 제가 끼었습니다. 그리고 물었습니다.

- 학생 몇 학년이에요?
"4학년이요."

- 이런 폭력 문제 있지 않나요?
"저희를 이렇게 만든 건 의장단이에요. 정상적인 의사진행을 심상정이 방해했어요."

- 9시간째 들어줬잖아요.
"아직 안 끝났어요."

더 이상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습니다. 현장이 워낙 격하게 돌아갔기 때문이지요. 아마도 이날 이 학생들은 대표단의 출입구를 봉쇄할 목적이었던 것같습니다. 대기실로 통하는 문 앞에 여학생들이 앉기 시작했습니다. 몇 명의 학생들이 다른 쪽으로 가봐야 하는 게 아니냐고 하자, 일단 연락이 올 때까지 이 자리를 뜨지 말자고 하더군요.

그 사이 대기실 문이 열렸습니다. 몇몇 여성 당직자들이 문고리를 잡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습니다. 최후의 저지선을 막아야겠다는 생각이었던 모양이지요. 그러자 한 여학생이 욕설을 퍼붓더군요.

"미친×. 야 조용히 해, 이 미친×아."

거침없는 욕설이 터졌습니다. 당직자를 향해 20대 여대생이 던진 육두문자는 충격이 컸습니다. 그래서 한마디 거들었습니다.

- 학생,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나이가 제법 있는 분한테 욕해도 돼요?
"저 여자가 괜히 소리 지르잖아요."

- 그래도, 심한 거 아닌가.
"뭐야, 이 아줌마. 아줌마 빠져!"

일순간 저도 당황했지요. 말이 안 통한다 싶은 저도 그저 묵묵히 현장을 빠져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벌인 그 행위에 정당성이 있다고 믿는 눈치였습니다.

12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제1차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에서 일부 당권파 당원들이 의장석이 있는 단상으로 나와 "불법중앙위 중단하라" 구호를 외치며 회의진행을 방해하고 있다.
 12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제1차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에서 일부 당권파 당원들이 의장석이 있는 단상으로 나와 "불법중앙위 중단하라" 구호를 외치며 회의진행을 방해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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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진보당 당권파는 '12일 밤'을 사과하지 않는가

무엇보다 왜 이런 폭력사태를 일으켰을까요? 심 의장이 제1호 안건인 강령 개정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고 선언하자마자 우르르 몰려나가 폭력을 벌였는데 이것이 우발적으로 벌어진 일일까요? 물론 당권파는 이날 중앙위 초기부터 매우 흥분된 상태였긴 합니다.

비당권파인 유시민 대표가 라디오 인터뷰에서 내놓은 해석입니다.

"그런 폭력사태를 일으킨 이유... 그걸 합리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무지하게 며칠간 노력했다. 그냥 비이성적인 집단이다, 이렇게 말해선 답이 없는 것이고, 이분들의 이런 행위에 어떤 합리적 이유가 있는 걸까 생각해 보니 첫째 어떤 일이 있어도 당권은 못 놓겠다, 또 어떤 일이 있어도 이석기 당선자는 꼭 국회에 보내야 되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당의 의사결정기관의 의사결정을 다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거 말고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는 것 같다. 그게 핵심이어서 저는 국회의원 임기가 일단 시작되고 나면 혹시라도 일단 누구를 국회에 보내는 것, 이런 건 성공한 거니까, 그런 생각도 해본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현재까지 통합진보당 당권파 중 그 어떤 사람도 12일 벌어진 폭력사태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습니다. 폭력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것은 당권파 스스로도 잘 알 겁니다.

이날 9시간30분간 이어진 중앙위에서 가장 눈에 띄는 두 장면을 꼽으라면 첫째는 폭력사태요, 둘째는 폭력사태 뒤의 노래제창이었습니다. 두 장면이 오버랩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지요.

강기갑 통합진보당 혁신비대위원장이 14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기 앞서 "석고대죄를 위해 만 배 사죄한다고 해도 당원과 국민의 마음을 풀 길이 없는 현실"이라며 국민들에게 용서를 청하는 큰절을 올리고 있다.
 강기갑 통합진보당 혁신비대위원장이 14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기 앞서 "석고대죄를 위해 만 배 사죄한다고 해도 당원과 국민의 마음을 풀 길이 없는 현실"이라며 국민들에게 용서를 청하는 큰절을 올리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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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유시민, 조준호 공동대표단은 14일 대표단직을 사임하기에 앞서 혁신비대위를 출범하고 그 위원장에 강기갑 의원을 임명했습니다. 앞으로 통합진보당은 강기갑 비대위 체제로 움직입니다. 세 공동대표는 이제 평당원으로 돌아갔습니다.

강기갑 비대위는 통합진보당 사태에 어떤 해법을 내놓을까요? 이석기, 김재연 두 당선자는 중앙위 결정에 따라 의원직을 사퇴할까요? 내달 1일 국회 개원일까지 버텨 끝내 국회의원 배지를 얻을까요?


태그:#당권파, #혁신 비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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