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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이 꿈꾼 나라'를 알기 위해 사람들이 다시 몰려들고 있다. 고 노무현 대통령 서거 3주기를 앞두고, 묘역이 있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는 요즘 참배·방문객들이 줄을 잇고 있다.

 

3주기(5월 23일)을 열흘 앞둔 13일 봉하마을은 사람들로 붐볐다. 마을 주차장이 모자라 농로에 차량을 세워야 할 정도였다. 혼잡을 피하기 위해 교통경찰관이 배치되기도 했다.

 

참배·방문객들은 추모관과 묘역 주변에 있는 사진 전시물을 살펴보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은 국화꽃을 들고 묘역에 들러 참배했다. 일부는 정토원과 사자바위를 다녀오기도 했다.

 

봉하마을 관광안내소 집계에 의하면, 5월 들어 평일에만 평균 1500~2000명씩 찾고, 주말에는 몇 배로 늘어난다. 어린이날이었던 지난 5일엔 9000명 이상이 다녀갔다. 주말에는 매일 평균 4000~5000여 명씩 몰린다.

 

주말에는 5000명 가까이, 어린이날 9000명 이상 다녀가

 

대형버스를 타고 단체로 오는 방문객도 있지만, 가족 단위도 많다. 충남에서 논술학원생 30여 명과 함께 왔다고 한 한연숙(48)씨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 한 분이 우연히 여기를 다녀가고 나서 소개를 해주어 이번에 왔다. 고 노무현 대통령 관련 책을 사서 읽기도 하는데,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고 말했다.

 

광주에서 왔다고 한 강종원(58)씨는 "단체로 왔다. 저는 시골에 사는데, 여기에 와서 고 노무현 대통령을 보면 꼭 형제 같다는 생각이 든다. 격의 없이 아이들을 대하고, 어른을 공경했던 모습이 떠올라서 좋다"고 말했다.

 

생가 옆에는 "대통령님 나오세요"라는 제목의 사진 전시판이 있다. 생전에 고 노 전 대통령이 사저 앞에 나와서 방문객들과 인사하던 모습의 사진을 전시해놓은 것이다.

 

김해 장유에서 가족과 왔다고 한 30대 주부는 "노 전 대통령께서 살아 계셨을 때 여기 와서 '대통령님 나와주세요'라고 외쳤던 기억이 난다"면서 "벌써 3년이 지났다. 봉하마을이 이전 모습에서 많이 바뀌고 있는데, 3주기를 앞두고 다시 와서 보니 그때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김해시는 관광안내소·생가·묘역에 1명씩의 관광해설사를 배치해 놓고 있으며, 주말에는 1명을 추가 배치한다. 봉하마을은 여전히 김해에서 제일 많은 관광객이 몰리는 곳이다.

 

한 관광해설사는 "방문객 숫자는 공책에 기록하면서 파악하고 있다. 3주기를 앞두고 있어 그런지 최근 들어 숫자가 더 늘어나고 있다"며 "의외로 처음 오시는 분들이 많다. 생가와 사저의 위치를 묻기도 하고, 사자바위와 부엉이바위에 대해 묻기도 한다"고 말했다.

 

상당수 참배객들은 국화꽃을 사들고 찾는다. 마을 도로 가에는 꽃을 파는 가게가 10여 곳이나 된다. 꽃가게는 주인이 없을 때도 있다. 빈 상자에 구멍을 내놓고 거기에 "돈은 상자에 넣어 주시면 고맙게씁니다(고맙겠습니다)"라고 써놓기도 했다.

 

김아무개(80)씨는 "노무현 대통령이 초등학교 다닐 때부터 봐왔다. 우리랑 함께 살았으면 좋았을 것인데 안타깝다"며 "주말에는 하루 100개 정도 판다. 주인이 없어도 꽃을 사가는 사람들이 통에 돈을 넣어 놓고 간다. 3주기 추모행사를 잘 치렀으면 한다"고 말했다.

 

"3년 동안 만들어준 노 대통령 판화, 수십만 장 될 것"

 

봉하마을에서 가장 인기를 끄는 장소 가운데 하나가 판화를 찍어주는 곳이다. 김준권 판화작가의 작품을 화선지에 찍어 방문객들에게 나눠준다. 김 작가는 이번에 봉하마을 전경을 깎아 만든 판화를 들고 나왔다.

 

여기에는 고 노무현 대통령이 남긴 유언의 한 대목인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묘역 너럭바위 앞에 새겨져 있는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와 함께 "노무현, 당신을 사랑합니다. 김준권 그리다"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김준권 작가는 3년 전 고 노무현 대통령 얼굴과 소나무 두 그루가 새겨진 작품을 그렸다. 처음에는 '나무판'이었고 뒤에 '쇠판'을 깎았다. 그런데 나무판뿐만 아니라 2개의 '쇠판' 모두 끝이 무뎌진 것이다. 너무 많이 화선지를 대고 문질렀기 때문이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판화 작품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다.

 

김 작가는 "쇠판이 무뎌졌다. 이번에 보고 정말 놀랐다. 너무 많이 찍어주다보니 감당하지 못하고 무뎌진 것이다. 엄청나게 찍었다는 뜻인데, 아마도 수십만 장은 될 것"이라며 "판화 종이를 갖고 간 사람들이 함부로 버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판화는 나눔이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정신과 어울린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3년 전 판화를 그릴 때 소나무 2그루를 넣었다. 소나무는 '조선적 마음'이다. 소나무는 선비의 기풍도 있고, 친근감이 있기에 서민적이다. 판화를 가지고 있는 분들이 민주주의의 교본처럼 여겼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김준권 작가는 수묵과 채묵기법을 이용해 한국적 풍경의 자연성이 강조되는 작품을 하고 있다. 그는 20여 회 개인전과 50여 회 단체전을 벌였으며,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과 서울시립미술관, 현대중공업 중국미술관 등에 소장돼 있다.

 

23일 3주기 추도식 개최... "MB 때문에 노 대통령 더 그리워져"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재)아름다운봉하, 한국미래발전연구원, 영농법인 '봉하마을'은 "노무현이 꿈꾼 나라"라는 제목으로 3주기 추모 행사를 열고 있다.

 

3주기 추도식은 오는 23일 오후 2시 봉하마을 노무현 대통령 묘역에서 열린다. 추도사는 한완상 전 부총리가 하며, 특별연주와 추모영상 상영, 묘역 참배 등의 순서로 열린다. 이날 서울지역 참가자를 위해 '봉하열차'가 특별운행되는데, 이날 오전 7시 30분 서울역을 출발해 진영역에는 낮 12시 10분에 도착하고 추도식 뒤 오후 5시경 다시 진영역에서 출발한다.

 

추모문화제가 전국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서울 추모문화제는 19일 오후 2시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리는데, '오버 더 레인보우'라는 제목의 추모공연을 비롯해 사진전·도서전·봉하 농산물 판매 등이 벌어진다.

 

대전충남은 13일 오후 6시 30분 대전 유림공원, 광주전남은 19일 오후 6시 30분 광주 금남로, 대구경북은 20일 오후 7시 대구 2·28공원, 전북은 19~20일 전주 전주오거리 문화광장, 부산은 20일 오후 6시 30분 부산대 '넉넉한터', 제주는 20일 오후 1시 탑동 해변 야외공연장에서 각각 추모문화제가 열린다.

 

추모전시회는 지난 4월 28일부터 5월 14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렸고, 오는 18~31일 사이 부산민주공원에서 열린다. 추모학술행사·강연도 열리는데, "노무현이 꿈꾼 나라-99%를 위한 진보의 길"이라는 제목의 심포지엄이 16일 오후 2시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다.

 

'문성근의 목소리로 다시 듣는 <운명이다>'라는 제목의 특별강연이 17일 오후 7시 30분 서울 가톨릭청년회관 강당에서, "참여정부의 지역정책과 부산"이라는 제목의 학술대회가 17일 부산시의회 대강당에서, '제주 4·3특별법과 사과, 그리고 위령제 참석'이라는 제목의 학술토론회가  19일 제주 4·3평화기념관 대강당에서 각각 열린다.

 

3주기를 맞아 책과 기념품이 많이 나왔다. 고 노무현 대통령 미공개 사진 에세이 <노무현입니다>가 나왔으며, 오디오앱북 <운명이다>도 나왔다. 만화가 강풀의 그림으로 추억하는 기념물이 나와 판매하고 있다.

 

이날 봉하마을에서 만난 영농법인 '봉하마을' 김정호 대표는 "요즘 친환경 농사 열심히 짓고 있다. 저도 왜 사람들이 많이 참배하러 오시는지 모르겠다"면서 "역설인데, 이명박정부와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실정과 비리·불통이 극명하게 드러나니까 오히려 더 노무현 대통령을 더 그리워하는 것 같다. '반면교사'다"라고 말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 재임기간 동안 '조중동' 보수언론과 수구세력들은 (노 대통령을) 매도하고 왕따·폄하를 했다. 그런데 이제는 그것이 분명하게 거짓이었다는 게 드러난 것"이라며 "대통령을 지켜주지 못했던 미안함·애틋함 때문에 자꾸 오시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김정호 대표는 "이곳을 작정하고 오시는 분들도 많지만, 가다보니까 봉하마을로 오게 되는 방문객도 많은 것으로 안다"며 "앞으로도 방문객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 본다. 오시는 분들이 불편함이 없도록 많은 애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태그:#고 노무현 대통령, #봉하마을, #김준권 판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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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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