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9일 새누리당 19대 국회 첫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으로 선출된 이한구-진영 후보가 박근혜 비대위원장, 황우여 원내대표와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9일 새누리당 19대 국회 첫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으로 선출된 이한구-진영 후보가 박근혜 비대위원장, 황우여 원내대표와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무섭다 무서워...."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선거 1차투표에서 남경필(5선, 경기 수원병)-김기현(3선 울산남을)조 58표, 이한구(4선, 대구 수성갑)-진영(3선, 서울 용산)조 57표, 이주영(4선, 경남 창원마산합포)-유일호(2선, 송파을)조 26표로, 사실상 이한구-진영의 승리가 확실시되자 한 수도권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중립 성향 친박(박근혜계)' 이주영 의원이 예상 밖의 약세를 보인 반면 확실한 '친박'인 이한구 의원이 급상승세를 보이자, '친박'의 위력에 '두려움'을 나타낸 것이다. 예상대로 이한구 의원은 결선투표에서 72표를 얻어 66표에 그친 남경필 의원을 이기고 원내대표에 당선됐다.

애초 이번 선거는 정책위의장으로서 4·11총선을 승리로 이끈 이주영 의원과 총선에서 확인된 새누리당의 수도권 약세를 보완해야 한다는 남경필 의원의 대결이었다. 총선을 거치면서 새누리당이 '박근혜당'이 된 상황에서 원내대표 등 대표적인 당직을 '친박'이 모두 장악하면 당화합과 대국민 이미지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에 '친박'은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게 나왔다. 특히 친박 진영이 '당대표-황우여, 원내대표-서병수, 사무총장-최경환'이라는 '친박 지도부' 라인업을 짰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계파를 떠나 유력한 원내대표로 거론됐던 서병수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근혜의 경제 가정교사'로 불리는 이한구 의원이 원내대표 후보들 중 가장 늦게  출마선언을 했고, '친박 후보'로 받아들여진 그는 바로 다크 호스로 떠올랐다. 의원 중에서는 유일하게 박 위원장의 싱크탱크로 꼽히는 국가미래연구원 발기인인 그는 경제학박사(미국 캔자스주립대) 출신으로 행정고시 합격 뒤 재무부 이재과장과 대우그룹 회장비서실 상무이사, 대우경제연구소장을 거쳐 2000년 16대 총선 때 비례대표 처음 국회에 들어온, 보수적 경제전문가로 꼽힌다.

MB 정부에 쓴소리... 김종인은 "경제민주화 뭔지 모르는 사람" 비판

그는 MB 정부에 대해서는 국가부채 문제와 4대강 사업 등에 대해 맹공을 가해 '미스터 쓴소리'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반면 김종인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으로부터는 최경환 의원 등과 함께 "경제 민주화의 참뜻이 뭔지 모르는 사람"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 의원은 이에 대해 "경제민주화는 추상적인 용어이기 때문에 그 취지가 무엇인데, 다른 사람은 무엇이 이것과 달라서 잘못됐다고 말해야지 너무 추상적으로 나가면 곤란하다"며 반박한 바 있다.

이 의원은 이날 원내대표 선거 중에 열린 합동토로론회에서 이 문제가 거론되자 "저는 '경제 민주화'가 아니라 '김종인의 경제 민주화'를 모르겠다고 한 것이고, 우리 당이 총선에서 경제 민주화를 내세운 것에 대해서는 전혀 이견이 없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재벌들의 경제력 집중 차원에서 경제 민주화를 하는 것은 문제없으나 이념은 범주가 넓다"며 "우리가 경제 민주화의 의미를 얼마나 확장을 하느냐의 문제는 민주당 페이스에 말리느냐 마느냐의 중요한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의 강조와는 달리 '경제 민주화'추진이 위축될 수 있음을 우려하는 대목이다. 이미 새누리당 19대 총선 당선자 중에 '경제민주화'를 추진할 인사가 극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은 상황이다.

"선거 전날 박근혜 용산방문, 미필적 고의"... '박심' 논란

제40회 어버이날을 맞아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용산노인복지관을 방문해 노인분들에게 카네이션을  달아드리고 도시락을 전달하고 있다.
 제40회 어버이날을 맞아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용산노인복지관을 방문해 노인분들에게 카네이션을 달아드리고 도시락을 전달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관련사진보기


이한구 의원의 원내대표 당선에는 '박심'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박 위원장이 선거 전날인 8일 이한구 의원의 정책위의장 러닝메이트인 진영 의원의 지역구인 용산의 노인복지관을 찾아 배식봉사를 했기 때문이다. 이 행사는 진 의원도 배석했다.

진 의원은 박 위원장의 비서실장을 지냈으나 그 뒤 박 위원장 곁을 떠나 친이 쪽에 가까운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전여옥 의원 등과는 달리 박 위원장에 대한 비판을 삼가왔기 때문에 관계가 나쁘지 않았다.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박 위원장의 용산 방문을 두고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일정을 짠 것은 아니겠지만, 충분이 논란을 예상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바꾸지 않았다는 점에서 미필적 고의라고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선거 초반에는 이주영 의원이 분위기를 타는 듯했는데, 이한구 의원이 출마 선언을 하고 용산 방문 얘기가 확산되면서 8일부터는 기류가 바뀌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서병수 의원은 불출마했지만 결국 그 자리를 이한구 의원이 맡음으로써, '친박'은 올 대선을 앞두고 원내운영과 정책을 맡게 될 핵심당직인 원내대표 자리를 확보했다. 8월쯤 선출되는 대선 후보는 박근혜 위원장이, 오는 15일 전당대회를 통해 뽑히는 당 대표는 '범친박'인 황우여 의원이 유력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당의 최고위직을 모두 친박이 독식한다는 지적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비박'(비박근혜) 진영의 반발이 예상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정두언 의원은 지난 8일 트위터에 "새누리 원내대표가 누가 되는 것이 재집권에 보탬이 될지. 국회의원 정도라면 누구나 알 것이라 사료된다"며 "더구나 구시대적인 이미지의 박지원과 각이 서는 대표가 필요하다는 것은 상식이죠. 만약 다른 결과가 나온다면 새누리는 희망이 없다고 봐야"라는 글을 올렸다.

한 비박 진영 대선후보 측은 원내대표 선거결과에 대해 "새누리당이 '박근혜 1인 체제'라는 것이 새삼 확인된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쇄신파의 한 의원은 "친박 쪽은 2007년 대선 경선 때의 패배를 거울삼아 박 위원장이 후보로 확정될 때까지는 최대한 빈틈을 주지 않고 조여 가려는 생각 같다"고 말했다. 15일 전당대회에서도 '비박' 인사들은 지도부 진입이 어려울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태그:#이한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