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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너무나 선명한 바다.
▲ 경포해수욕장 동해, 너무나 선명한 바다.
ⓒ 허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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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는 바다와 육지의 경계가 선명했고, 그 선이 남북으로 막힘 없이 이어졌다. 물이 깊어 햇빛도 삼켜버린 너울이 검은 깃발처럼 일렁였다. 접근을 거부하는 검푸른 위엄과 선명한 경계. 동해는 단절이다. 더는 갈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섬이 없는 바다는 시선 둘 곳도 없이 검푸른 바다 끝이 곧 하늘에 묻혀, 동해는 좁다. 육지의 끝, 갈 수도 머무를 시선도 없다는 것은 더 절망할 수도 없다는 것이기도 하다.

새가 안개속으로 사라진다.
▲ 서해의 섬과 새 새가 안개속으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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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서해는 만만하다. 어디까지 바다고 어디까지 강줄기인지 뚜렷한 경계가 없다. 강줄기를 따라온 것 같은데 어느 순간에 바다가 되고, 신작로를 따라 산모퉁이를 돌아가면 호수인지 바다인지 애매하게 야산에 포근히 둘러싸여 있는 곳도 있다. 갯벌에 쓸려왔다 밀려가는 바닷물에는 삶과 죽음이 섞여 녹아들고, 바다 이곳저곳에 심심하지 않게 섬이 박혀 있으며, 섬과 섬 사이에 긴 기다림이 놓여 있다.

꽃은 선명하고, 섬은 흐리다. 나의 시선은 꽃에 있고, 마음은 섬을 담는다.
▲ 꽃과 섬 꽃은 선명하고, 섬은 흐리다. 나의 시선은 꽃에 있고, 마음은 섬을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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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은 길어서 노을 속으로, 해무 속으로 시야는 끝없이 펼쳐진다. 서해는 삶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서해는 저녁놀의 아름다움처럼 곰삭은 젓갈냄새가 구수했다. 어리굴젓, 새우젓, 밴댕이젓들의 구수한 맛은 죽음의 맛이다. 하나의 죽음과 그 죽음 속에 미세한 인연들이 만나 녹아드는 죽음이 구수하다. 붉은 저녁놀이 죽음을 구수하게 삭여놨을 것이다.

만만한 서해안
▲ 안개와 섬과 나 만만한 서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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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는 곰삭은 젓갈 냄새가 어디 가든 스며 있는데, 동해는 싱싱한 물비린내가 풍긴다. 서해의 시야는 넓고, 동해는 좁다. 서해는 늙었고 동해는 젊었다. 서해는 포근하고 동해는 날카롭다.

해가진다. 서해로 해가 가라앉는다.
▲ 할배할매바위 일몰 해가진다. 서해로 해가 가라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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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안면도, #꽃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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